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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집권여당→방통위→공영방송 이사→사장’ 수직 구조 깨져야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인해 내놓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에 대해 한국영상기자협회를 포함한 언론 현업단체들은 ‘완벽하진 않지만 진일보한 법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논란이 되어왔던 방송과 정치의 종속 고리를 끊고,  KBS, MBC, EBS가 공적 책임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정치적 후견주의’ 논란이 일었던 현행법은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 선임 과정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KBS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천한 이사 1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이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과반수 찬성으로 사장을 제청,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하지만 KBS 이사는 관행적으로 여야가 7 대 4 구조로 임명해 왔다. 

 MBC와 EBS는 방통위가 이사진 9명을 모두 임명한다. 공영방송 3사의 이사진을 모두 추천, 임명하는 방통위는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의 위원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명은 여당이 1명, 야당이 2명을 추천하다 보니 결국 ‘대통령+집권 여당 -> 방통위 -> 공영방송 이사 -> 공영방송 사장’의 구조를 벗어날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이 때문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독립성 논란이 제기됐고, 언론사 안팎에서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비판이 높았다.

 정필모 의원이 법안 개정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현행법이 KBS, EBS,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와 사장 선임 과정에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적 종속성에 관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명시한 것은 바로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깨고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지난해 이사진과 사장 교체를 앞두고도 KBS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언론 장악 구태를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는  관련 공청회를 열기도 했는데, 이 자리에서 여야는 제도 개선에 모두 동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은 국민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국민들이 이사진 선출에 참여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이사 구성을 여야 7대 6 추천 비율로 구성하고 사장 추천시 이사회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도록 하는 안을 냈다. 제도 개선에는 양당이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견해차를 보였다. 

 그동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둘러싸고 각계에서는 다양한 방안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언론현업단체들이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는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집단이 이사를 추천하는 방식(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 △전문가추천위원회 20명이 공영방송 사장 후보자 5배수 추천 → 동수로 구성된 시민추천위원회가 2배수로 압축 추천 → 임명(김종민 의원) △국회나 방통위가 KBS이사와 방문진 이사를 각각 13명 추천하고 이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정파성을 최소화한 중립지대 이사로 구성(방송통신위원회) 등의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민주당의 발의로 그동안 관련 논의가 여야를 비롯한 언론계 안팎의 이해관계자의 입장에 따라 이견들만이 첨예하게 부각되어 공회전을 거듭했던 데서 벗어나 입법화의 길이 열렸다. 특히 여야 정치권과 학계, 방송사업자와 언론유관단체들이 입을 모아 주장했던 특별다수제가 반영되고,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임명제청권을 시청자사장추천평가위원회가 갖도록 해 공영방송 사장 선출에 시민들의 뜻을 반영하도록 한 것은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법안이 빠른 시일 내에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언론현업단체는 4월11일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을 양대정당이 분점한 지금이야말로 공영방송을 양당의 적대적 대립과 공생의 제물로 만들었던 기득권을 청산하고 묵은 갈등을 풀어낼 최적의 시간”이라며 4월 내 법안 통과를 요구했지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법안 심사와 관련해 어떠한 일정도 잡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국회 과방위를 향해 “즉각 법안 심사를 시작하라”고 요구하고, 정치권을 향해서도 새정부 출범 전까지 개정안을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여야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핵심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데다, 국민의힘이 여야 합의로 설치된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공전시키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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