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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플랜트 노조 파업의 현장에서

지난 5월 6일, 울산 건설플랜트 노조의 시위와 관련해 취재를 하라는 데스크의 지시를 받고, 나는 현장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좀 걱정이 되었다.

돌과 화염병, 쇠파이프 등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실감나는 화면을 확보하려면 근접할 수밖에 없는데, 플랜트 노조의 강성 시위는 가까이 다가가서 촬영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울산 시내에 밀집한 화학 공장의 설비와 보수가 주요 업무인 울산 건설플랜트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것은 지난 3월 18일이다. 이들의 요구 조건은「근로 조건 개선」「재하청 금지」「산업 안전 보장」「휴게 시설 확충」등으로 이들로서는 충분히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사용자 측은 이들이 일용직이고, 각각의 계약 기간이 다르며, 여러 업체에 소속된 각기 별개의 노조이기 때문에, 회사마다 입장이 달라 일괄 협상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들의 요구 조건이 합당하다 하더라도, 건설플랜트 노조 측이 협상을 끌어낸다는 명분 아래 폭력 시위를 벌이고, 울산 시청에 난입해 민원 업무를 마비시키며, 국가 기간 시설인 정유 공장에 들어가 굴뚝 고공 농성을 벌였던 것까지 모두 정당화 될 수 있는가! 이것은 유권의 주장이 아니라, 무권의 횡포이다. 횡포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 될 수 없는 것이다.

더더욱 용납될 수 없는 것은 시위가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과격해졌다는데 있다. 그들이 수레에 날카로운 쇠창을 달고, 진압하고 있는 전·의경에게 돌진하는 바람에 많은 중상자가 발생했다. 또 방패와 헬멧이 빼앗겨 무장이 해제된 전경들을 아무런 망설임 없이 쇠파이프를 내려치는 그들의 행위는, 시민들로 하여금 합당한 그들의 주장마저도 외면하게 하였다.

이런 무차별적인 폭력 현장에서 KBS 박모 선배는 취재 도중에 카메라가 부서지고, 쇠파이프로 머리를 맞아 부상을 입었다. 헬멧을 쓰고 있어서 중상은 면했지만, 참으로 아찔한 순간이었다. 노동자들의 고통이 최고조에 달했던, 98년 현대 자동차 정리해고 당시에도 이번처럼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취재를 한 적은 없었다.

다행히 지난 5월 27일, 다른 기관의 중재로 노사협상 재개하여 70여 일 간의 파업이 잠정 중단되었다. 쌍방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절충하고 합의하여, 앞으로는 이러한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잠시 이런 생각을 해본다. 노조원들이 협상을 끝내고 자신들의 사랑하는 가족을 만났을 때, 어떤 생각이 들까? 기나긴 협상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것으로 기뻐하기만 할 수 있을까? 무차별 폭력에 중상을 입은 전·의경들이 자신들의 가족 중에 있다면? 가족과 함께 하는 기쁨 속에서, 자식을 군에 보내고 시위 현장에서 속수무책으로 얻어맞는 모습을 바라봐야만 하는 부모의 입장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았는지 궁금하다.

ubc 울산방송 최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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