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을 마치고>
나의 5개월간의 수습 생활
“나의 목표는 시청자 앞에 부끄럽지 않은 카메라기자 이상은”
‘이상은, 빨리 편집팀으로 튀어와!’
카메라 기자가 된 지 5개월 남짓, 여전히 내 온몸을 식은땀으로 흠뻑 젖게 만드는 가장 두려운 말이다. 19층에 있는 편집팀으로 이어진 계단을 밟고 뛰어 올라가면서 내 머릿속은 온통 이런 생각에 휩싸이게 된다. 내가 또 무슨 사고를 친 건가? 내가 편집한 리포트 사이에 블랙이 꼈나? 밖에서 송출한 화면이 시퍼렇게 나온 건 아닌가? 아니면 촬영 원본이 엉망진창이라서 호출하는 건가? 실수란 실수는 두루두루 섭렵해온 사고뭉치라서 편집팀이나 영상취재부 데스크에서 전화가 오면 저절로 가슴이 콩닥콩닥 뛰게 된다.
2인 1조로 다른 수습 카메라기자와 함께 일정을 나가다가 혼자서 일정을 나가게 된 첫날부터 실수의 역사, 아니 냉정하게 말해서 사고의 역사가 시작된 것 같다. 명지대에서 정치학과 교수님 인터뷰를 하고 국방부에서 취재기자 스탠드 업을 촬영하면 끝나는 아주 간단한 일정이었다. 수습이 봤을 때도 간단한 일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발생했다. 화이트 밸런스라는 아주 기본적인 카메라 조작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인터뷰이의 얼굴을 스타워즈에나 나올 법한 푸른색 외계인의 얼굴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물론, 현장에서는 그런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사실을 알지 못했다. 화이트 밸런스, 수평, 포커스, 조리개, 오디오 모두 OK라 생각했건만, 회사에 복귀한 후 편집실 모니터로 촬영 원본을 보고나서야 화이트 밸런스에 이상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더군다나 설상가상으로 오디오 CH1이 들어가지 않았으니…… 뒤통수를 누군가에게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그저 멍하니 편집기 앞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별 묘책이 서질 않으니, 심지어는 ‘아, 수습 기간을 못 넘기고 이렇게 허무하게 잘리는구나!’ 하는 비관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국은 선배의 도움을 받아 색 보정을 하고 CH2를 믹싱을 통해 CH1으로 옮기는 작업으로 겨우 방송을 내보냈다. 그러나 그러한 선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 YTN 방송의 수준을 떨어뜨린 것 같아, 선배들에게 죄송하다는 말 밖에 다른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이 때, 한 선배의 조언 한 마디가 나를 더 부끄럽게 만들었다. ‘네가 잘못한 건 선배들에게 용서를 구할 일이 아니라 시청자에게 용서를 구할 일이다.’
지금까지는 실수를 해도, ‘수습’이라는 딱지 때문에 면죄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수습 카메라기자’에서 ‘수습’이라는 단어를 떼어낼 때가 왔다. 이름만 ‘카메라기자’였던 ‘수습 이상은’이 진짜 ‘카메라기자’로 거듭날 때가 온 것이다. 지금부터는 누구 앞에서든 “카메라기자 이상은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나를 만들어 가겠다. 시청자 앞에 부끄럽지 않은 ‘카메라기자 이상은’, 그것이 나의 목표이다.
YTN 영상취재부 이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