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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TV뉴스, 재연 영상 사용 자제해야 한다!


 “경기도 연천군 최전방 비무장지대 대북감시소초. 새벽 2시 반 지하 벙커로 돼 있는 단층건물 내무실에 김 모 일병이 들어옵니다. 내무실에서 병사 25명이 자고 있었습니다. 김일병은 상병들이 자고 있는 침상을 향해 수류탄 한 발을 터뜨립니다. 김 일병은 이어 다른 부대원의 K-1 소총에 자신의 탄창을 끼워 발사합니다. 병사 5명이 현장에서 숨졌습니다. 김일병은 체력단련장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소초장 김종명 중위를 향해 총을 난사해 살해합니다. 다시 취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 일병은 물을 마시러 왔던 상병 한 명에게도 총격을 가해 살해 했습니다.”

 

 이는 지난 6월 19일 새벽에 일어난 최전방초소 GP에서 일어난 총기난사사건을 CG로 재구성한 <MBC 뉴스데스크> ‘현장’ 리포트 중 일부이다. KBS, SBS도 마찬가지로 사건정황을 CG영상으로 재연,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사건당일 군 당국의 발표, 유족들의 주장을 종합 상황을 재구성한 것임에도 기자들이 실제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것처럼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화면은 며칠 동안 계속 사용되었다.

  

 “총기를 난사한 김일병이 화장실에서 탄창을 끼우는 모습, 선임병에게 수류탄을 투척하는 장면, 수류탄이 굴러가 폭발하는 장면, 내무반, 체력단련실, 취사장 등을 돌아다니며 동료들에게 소총을 난사하고 총에 맞아 쓰러지는 사람들, 붉은색 피가 묻은 채로 죽어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당시 상황을 짐작 하게한다. 그러나 재구성된 화면은 마치 수류탄, 총기 등 현대무기를 장착하고 돌아다니며 상대를 죽이는 FPS(1인칭 슈팅게임)게임이  연상될 정도로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다. 과연 뉴스 보도에서 이렇게 재연된 CG영상을 사용하는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인가? 물론 CG 화면이 뉴스보도에서 사용된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6월 19일만 해도 <KBS뉴스9> ‘광란의 흉기난동’ 보도에서 서울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누가 어떻게 어디에서 칼에 찔려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지를 친절하게 CG화면으로 재연 보도하고 있다.


  TV에서 영상의 역할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TV 뉴스의 경우, 영상이 없으면 뉴스가치가 아무리 높아도 뉴스가 될 수 없다고 할 정도다. 현장에서 촬영이 불가능한 장면을 보도하기 위해 모색한 것이 바로 컴퓨터그래픽, 즉 CG화면이다. 선거관련 보도에서 많이 사용되던 CG영상은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의 내용을 더 알기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사용하자는 취지에서 뉴스 보도에 도입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뉴스에서 현장 영상이 없거나 좀 더 사실적으로 묘사하고자 할 때까지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재연’기법은 일반적으로 실제 벌어진 사건 현장을 촬영하지 못했을 경우, 실제 사건과 유사하다고 판단되는 혹은 주장 되는 상황을 연출해서 촬영해 내는 기법을 가리킨다. 이 재연 기법은 시청자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그들의 구체적 상상력을 자극하며, 그와 동시에 다양한 영상처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TV뉴스에서의 CG재연화면은 보도 내용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그래픽 재연화면들은 엄밀하게 이야기해서 현장의 모습을 담은 현장사진이라고는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디지털 사진, 편집 기술의 발달로 인해, 원본 개념보다는 무한대로 가능해진 복사, 합성까지 어떤 장면이든 마음만 먹으면 연출이 가능한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장 사진까지도 왜곡이 가능해진 지금,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뉴스보도에서의 이런 현장 재연 화면의 사용에는 사실성과 진실성의 문제, 공정성 문제, 윤리적인 문제 등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이러한 재연 화면들은 뉴스화면에 드라마 기법을 도입한 것과 같이, 상황이 끝난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기보다는 극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제작된다고 본다. 그러므로 진실성이 떨어지는 구성으로 인해 뉴스의 공신력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범죄 사건의 구체적 현장 상황 재연은 범죄 수법 등을 자세히 보여주어 모방범죄의 위험이 있다. ‘좀 더 사실적인 보도를 하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실감나게 하기 위한 현장재연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낳기 마련이다. 이번 총기 사건 역시 재연 화면 면면에서 이와 같은 문제가 제기된다. 물론 구체적 묘사를 하는 리포트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만, 영상의 전달 효과는 더욱 크기 때문에 이러한 현장 상황 재연 영상의 부작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부적절한 재연 영상이 사용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특히 뉴스에서는 더욱 이러한 상황 재연 방식의 사용은 자제되어야 하며,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화면이 없으면 불가피한 사정을 자막으로 고지하고 자료화면을 사용한다거나, 현장 사진이 하나밖에 없을 경우 그대로 간다든지 하는 방식을 택해야 할 것이다. 시청자들이 뉴스에서까지 자극적인 화면과 화려한 영상을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보다는 내용이 있는 뉴스, 진실을 담은 뉴스를 원할 것이다. 그리고 시청자들에게는 진실이 담긴 뉴스를 시청할 권리가 있다. 보도영상의 기능은 보여주기만이 아니다. 그것이 사실의 기록과 진실의 전달에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였으면 한다.


노영란 (매비우스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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