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本放送協會(NHK) 서울지국 카메라 기자 이정우
카메라 기자의 역할은 세상에서 일어난 일들을 영상화(映像化) 하는 것.
기본적으로 사명감을 갖고 “보도에 관련된 영상은 모두 취재한다.” 라는 점에서 일본의 카메라 기자나 한국의 카메라 기자 모두 같은 일을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단, 한국의 카메라 기자들의 경우 자신의 취재물을 직접 영상편집을 한다는 것. 반면 일본의 카메라 기자들의 경우, 기본적인 영상취재 업무 이외에 손수 아이템을 발굴해서 취재 및 촬영을 하고, 구성과 멘트를 준비하여 직접 리포팅을 한다는 것이 양국 카메라 기자들의 다른 점일 것이다.
일본방송협회(NHK) 서울지국의 카메라 기자로서 현장에서 마주친 한국의 카메라 기자들의 모습은 대단히 열정이다. 전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취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매우 중요한 사안이고, 일본을 비롯해 서구 유수의 방송사에서는 너무나 당연시 하는 원칙들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취재 및 제작 여건이 열악한 탓인지 아직은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첫째, 부실한 Audio Pick up에 대해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신문사의 사진 기자와 달리 방송 카메라 기자의 어려움은 취재할 때 영상뿐만 아니라 오디오 수록에도 충분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카메라 기자들은 인터뷰를 포함해서 현장음의 중요성을 너무 간과하는 듯한 인상을 받곤 한다. NHK의 경우, 영상 취재 시 오디오맨이 항상 분배기에 붐 마이크를 연결하여 CH-1, CH-2 등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 가며 현장음을 확실하게 수록한다. 오디오맨이 장비 이동뿐만 아니라 진정한 오디오맨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일부 검찰 취재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붐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영상과 음향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 취재물이 만들어지는 만큼 영상 수록뿐만 아니라 오디오 수록에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장비 면에 좀 더 투자를 하여 카메라 기자 관리 하에 오디오맨이 분배기와 붐 마이크를 활용하여 적절하고 확실한 오디오가 수록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될 때라고 본다.
둘째, 취재 원본 관리에 좀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의 뉴스를 보다 보면 화면에서 적지 않은 스크래치를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에 수록된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스크래치가 생겼다는 것은 그만큼 원본 및 자료 관리가 부실했다는 이야기이다.
NHK에서는 취재 원본이 도착하면 우선 그 원본을 사용하여 편집을 하고, 1년여 이상 자료로써 취재 원본을 보관한다. 약 1년이 지나게 되면 스케치와 중요한 녹취 부분을 여유 있게 편집을 해서 자료로 보관을 하는 형태이다.
한국에서는 자료 이관이 이루어지게 되면 인터뷰를 비롯한 녹취 부분이 생략된 채 스케치 화면만 자료 입력이 되고, 바로 재활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지만, 어렵게 취재한 화면과 인터뷰 등이 깨끗하게 다시 방송이 될 수 있도록 자료 이관과 보관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셋째, 공동 취재에 있어서 포토 라인 준수 및 POOL 문제이다.
공동 취재 현장에 있어서 취재원 보호와 질서 있는 취재를 하기 위해 포토 라인이 설정되는 경우가 있다. 한국에서는 취재진들이 너무 열정적(?)인 나머지 애써 설정된 포토 라인이 취재원의 등장과 동시에 무너지는 상황을 종종 보곤 한다. 일본에서는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일단 포토 라인을 정해 놓고 사진 기자들과 카메라 기자들이 한국처럼 취재원과 정면(正面)으로 서지 않고 비스듬히 사선(斜線)으로 줄을 선다. 사선(斜線)으로 줄을 서기 때문에 서로 엉키지 않고 각각 공평한 앵글로 취재원을 따라가는 원리이다.
아울러 일본의 방송사들은 Position Pool을 하지 않는다. 만약 취재 반경이 너무 넓어서 카메라 기자 혼자서 모두 커버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한국처럼 각 사 한 명씩 포지션을 나눠서 취재하기보다는 각자 데스크에 보고를 하여 본사에서 추가 인원을 배정 받는다. 정말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전통적으로 POOL이란 것을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POOL은 각 사 고유의 영상 색깔을 부정하는 것이며, 자산으로서의 가치도 부정하는 행위라고 보는 시각이 뿌리 깊게 남아있는 것 같다.
넷째, 자신이 기획한 아이템을 리포팅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의 경우, NHK의 카메라 기자는 보도국 영상센터 영상취재부 소속이다. 한국과 달리 기본적인 영상취재 업무 이외에 직접 리포팅을 하기도 한다. 자신이 직접 아이템을 발굴해서 취재 및 촬영을 하고, 이것에 구성과 멘트를 첨가하여 손수 리포팅을 한다. 때로는 항공 취재 시 헬기에 부착된 카메라로 촬영을 하면서 핸즈 프리에 연결된 마이크로 직접 중계를 하기도 한다. 주로 대형 사건 사고 발생 시 하는 일이다. 한국의 경우, 카메라 기자가 직접 기획하여 제작할 수 있는 코너는 KBS 뉴스광장의 ‘광장 영상’과 MBC 뉴스데스크의 ‘데스크 영상’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에서는 직종간 이동이 빈번하다. 카메라 기자에서 ND(뉴스 디렉터; 데스크 역할을 하는 PD)로, TD(테크니컬 디렉터; 기술 감독)로, 또는 취재 기자로 활약하기도 한다. 이것은 그만큼 제작 능력이 있다는 것인데, ‘멀티 플레이어’로 서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은 본인에게나 조직에게나 상당히 이득이 된다고 본다. NHK는 전세계 3 곳의 해외 총국(베이징, 뉴욕, 런던)과 30여 곳의 해외 지국 및 산하 지국(서울, 홍콩, 워싱턴, 베를린, 타이페이, 파리, 모스크바, 테헤란, 방콕, 시드니, 상해 등)을 운용 중인데, 그 중 상해 지국장으로 카메라 기자가 발탁된 적도 있다. 만약 그 카메라 기자에게 기본적인 영상취재 능력이외에 아이템 발굴 및 선정, 기사 작성 등 취재 능력이 없었다면 지국장으로서 발탁은 무리였을 것이다.
한국의 카메라 기자들도 영상편집이 가능하다는 이점을 살려, 진정한 멀티 플레이어로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리: 한상윤 기자 hakata@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