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외신의 테러뉴스가 주는 교훈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이후 외신뉴스의 고정코너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뉴스가 바로 테러관련 소식이다. 게다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에서도 테러소식은 역시 단연 1위다. 자살폭탄테러, 총기 난사, 대중교통 폭파 등의 방법으로 인종, 문화, 종교, 군사적 열등 상황을 해결하려는 테러는 최근에 급증하고 있고 따라서 이에 대한 뉴스 비중 역시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역사적으로 역동적인 세상에서 외신들의 뉴스 영상을 보면 사건의 내용과는 사뭇 다르게 분위기가 상당히 차분하다. 잔인한 시체의 모습도 없고, 유가족의 오열, 공포에 휩싸인 주변인의 모습도 없다. 오히려 상황 수습하는 경찰이나 군인의 모습과 기자의 긴 스탠드 업 장면이 대부분을 이룬다. 물론 테러라는 것이 어디서 터질지 모르기에 카메라기자가 테러순간을 목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우리의 시각에서 보면 지나치게 차분하다. 또 추후에 방영하는 후속기사에서도 자료화면으로 과거의 폭발흔적이나 파편 등을 사용하지 않고 그저 현재의 수습 모습이나 경찰들이 경계하는 장면 등을 이용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뉴스영상은 어떤가? 사건 현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려는 의도에서 기자들이 현장을 누비고 다니고, 역동적인 화면구성으로 보다 자세한 설명을 시청자에게 하려고 노력한다. 마치 영화나 뮤직비디오를 보는 기분이다. 게다가 친절하게도 어떻게 사건이 발생했는지 취재기자가 연기까지 해준다. 이처럼 아주 자세한 내용을 보여주는데 모든 노력을 다한 결과 시청자들은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외신의 뉴스가 이성에 호소하는 영상을 보여주며 사건의 근본을 생각하게 하는 동안, 우리의 뉴스영상은 감성에 호소하여 계속해서 시청자의 눈을 화면에 붙잡고자 하는 욕심이 다분히 나타나 있다.
우리의 뉴스영상도 초상권의 보호, 재연 영상의 금지 그리고 속칭 ‘몰카’라 칭하는 남몰래 촬영하기를 금지하며 뉴스의 객관성 확보에 노력해왔다. 지난 10 여 년 동안 해온 이러한 객관화 노력은 한국의 뉴스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직접적인 객관성 확보에는 도움을 주었지만 보다 근본적인 차원인 뉴스의 이성적 접근에는 많이 못 미친다. 여태까지는 소극적인 측면에서 객관성을 확보하는데 노력을 했다면 이제는 적극적인 측면에서 객관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다시 말해 시청자들이 뉴스영상을 보면서 그 사건의 내면과 배경을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성적 영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뉴스영상의 역할은 자세한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현장을 멋지게 그리고 많이 보여준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생생함은 부족하지만 오히려 차분하게 사건의 현실을 이해하면서 전체를 보여줄 수 있는 영상이 더 국민에게 필요하다. 외신도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뉴스를 봐주기 바란다. 하지만 뉴스가 갖는 역할이 더 중요하기에 우리 뉴스영상보다는 차분한 모습으로 사건을 접근하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