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그들의 각오와 포부>
나의 할 일 - 시청자의 효자손이 되는 것
“야! 이놈아! 카메라를 아주 뭉게 버리기 전에 썩 꺼져!”
1998년 새벽1시 회현역 지하도. 이불을 뒤척이던 누군가가 내게 날카로운 경고를 했다. 당시 IMF 여파로 지하도는 노숙자들로 그득했다. 빼곡히 펼쳐진 이불들로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난 놀랐다. 신문에서 노숙자 증가에 대한 보도는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집삼아 살아가고 있는지 몰랐다. 그래도 나는 사진전을 위한 컷을 만들어야 했기에 셔터를 눌렀다. 여기저기서 욕이 난무했다. 무시했다. 그들의 초상권보다 알려져야 하는 그들의 인권이 앞섰기 때문이다. 비록 학내 작은 사진전이지만 나도 모르게 기자 정신이 발휘됐다. 인화작업을 하면서 생각했다. 천자의 글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욱 큰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을. 결국 난 영상의 전달력과 진실성을 굳게 믿었고 카메라기자를 꿈꾸었다. 그리고 오늘 mbn 수습촬영기자로 당당히 섰다.
이제 남은 것은 보여주는 일이다. 세상에 그득한 모순들과 그로인해 드리워진 그늘을 알알이 짚어내야 한다. 그것이 언론이 말하는 ‘정의 사회 구현’으로 가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보여주고 싶은 것이 ‘나’이고 보고 싶어 하는 ‘시청자’들이 존재하기에 관계는 이미 성립되어 있다.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은 긁어주어야 하고, 어두워 보이지 않는 부분은 밝혀 주어야 한다. 그것이 이 업(業)이 갖는 가장 큰 의미일 것이라고 믿는다. 맥랑한 포부나 거창한 다짐은 없다. 그냥 내가 하는 이 소임으로 한명이라도 더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카메라기자를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업(業)을 믿는다. 그리고 나 자신도 믿는다.
mbn 영상취재부 김재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