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630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No Attached Image

“카메라기자들 까짓것...”

 입사하기 전에 보았던 뉴스 한 꼭지가 기억난다. 모 방송사의 고발성 리포트였는데 지방 어느 도시의 건축비리 현장을 폭로하는 기사였던 것 같다. 기사가 어느 정도 나가고 있을 즈음, 그 건축현장에서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취재를 하고 있는 카메라기자의 모습이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서 너 명의 깍두기들이 달려들어 그를 마구 구타하는 장면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선배 그 때 심정은 어땠을까, 많이 다치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을 했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지금, 나도 그와 비슷한 카메라기자가 되어서 여기저기 현장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리고 그 때 그 꼭지만큼 위험한 상황은 아니더라도 자신들에 대한 취재를 꺼려하는 사람들로부터 여러 가지 방법의 취재 방해를 받곤 한다. 욕설을 하면서 협박을 하거나 손바닥으로 렌즈를 가리거나 레코드중인 카메라를 뒤에서 흔들거나 또는 여러 사람이 나를 막아서거나... 특히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많은 언론 매체가 몰리는 경우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 4월 20일 검찰의 현대-기아자동차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대검찰청에 소환되었다. 현대차 직원들은 자신들의 사장이 찍히는 걸 막아야 하는 사람들이고 우리는 찍어야하는 사람들이다. 아!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결국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정사장의 모습을 담기 위해 이동하는 나를 막기 위해 그들은 달려들었다. 뒤따라오던 오디오맨의 상의가 찢어질 정도로 거칠게 우리를 잡아 끌자 이에 흥분한 오디오맨이 그 중 누군가의 얼굴을 때렸고 나도 십여명의 용역직원들에게 끌려 화단쪽으로 넘어져서 내 팔과 다리를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제압을 당했다. 그 사이 정의선 사장은 수많은 사진기자와 카메라기자의 플래쉬 세례를 받으며 대검찰청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내 카메라엔 단 1초도 정의선 사장의 모습을 담지 못했다. 명색이 카메라기자로써 이처럼 수치스러운 모습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분하고 억울했다. 중요한 그림을 놓친것도 그렇지만 내가 먼저 포토라인을 어겼다는 일부의 주장은 동의 할 수 가 없다. 당시 현장에는 사진기자와 방송카메라기자 그리고 현대차측이 협의한 포토라인이 건물 현관에서 계단 아래쪽까지 쳐져 있었다. 포토라인의 범위를 보다 넓게 잡아서 가상의 포토라인을 도로 아래쪽까지 생각한다고 해도 분명 대검찰청 정문쪽은 포토라인 외곽지역이었고 나와 오디오맨이 급하게 뛰어서 이동한 곳도 분명 포토라인 바깥  쪽이었기 때문이다. 수백명의 취재진이 모두 질서정연하게 포토라인을 지키고 있는데 어떤 강심장이 그걸 어길 생각을 한단 말인가?

 재계 서열 2위의 현대차그룹의 입장에서 이번처럼 안 좋은 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 인줄 이해한다. 또 그것을 적절히 콘트롤하는 것도 그룹 홍보실의 임무라는 것, 이 바닥에서 일하는 카메라기자라면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이번 건은 분명 현대차가 ‘오버’한 과잉대응이고 취재방해다. 앞으로 걱정되는 것 한 가지는 다시 이런 일이 발생했을때 “카메라기자들 까짓것... 용역들 불러다 막아버리면 되지 뭐...”라는 인식이 생길까 두렵다. 아니 어쩌면 이번 사건도 그러한 생각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숨고자 하는 사람들이 불러 모을수 있는 용역직원의 수는 카메라기자의 수보다 훨씬 많을테니 말이다.

MBN 영상취재부 기자 노동수

 


  1. No Image

    인문사회과학의 위기와 영상기자

    인문사회과학의 위기와 영상기자 인문학의 위기, 사회과학의 위기라고 한다. 순수학문 즉, 취업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학문들은 문과와 이공계를 막론하고 고사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 지금의 대학현실이다. 20-30년 전만 해도 대학의 중심에 서있던 인문...
    Date2007.07.19 Views6189
    Read More
  2. No Image

    <줌인> 시청자들은 혼란스럽다

    시청자들은 혼란스럽다 지난 9일 북한이 핵무기의 폭파실험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의 모든 언론은 진위여부와 그 실험 규모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정보를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쏟아내기 시작했다. 예의 그렇듯 각 방송사에서는 특보를 시작했...
    Date2006.10.20 Views6190
    Read More
  3. No Image

    시작은 언제나 설렘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2008 신입 카메라기자 새해 소망 릴레이> 시작은 언제나 설렘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안녕하십니까? 2008년 MBC 신입 카메라기자 이종혁입니다. 카메라기자를 준비하면서 언젠가는 내가 쓴 글을 미디어아이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왔습니다. 원하...
    Date2008.02.13 Views6192
    Read More
  4. No Image

    "내가 보아야 국민이 본다는 각오로 항상 먼저 보겠습니다"

    "내가 보아야 국민이 본다는 각오로 항상 먼저 보겠습니다" 인생 제 2의 출발을 함에 있어 하나의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기쁨은 남달랐습니다. 하지만 영상취재기자로서 일할 기회를 얻은 것은, 이제 출발선에 서기 위한 작은 ...
    Date2006.03.13 Views6201
    Read More
  5. 자전거로 스트레스 한방에 날려요!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Ⅱ> 자전거로 스트레스 한방에 날려요! 스트레스는 흔히 만병의 근원, 현대인의 고질병이라고 말한다.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것, 아무리 외면하려 해도 항상 우리를 짓누르는 것이 스트레스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우리는 24시간, 36...
    Date2007.07.20 Views6204
    Read More
  6. No Image

    카메라기자 특파원, 그 존재의 의미

    워싱턴지국 3년의 단상 카메라기자 특파원, 그 존재의 의미 얼마 전까지 우리 지국은 FTA 협상 때문에 진땀을 뺐다. 한국 본사에서는 한미FTA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 원하는데, 정작 미국 현지는 미국이 한국하고 FTA 협상을 하고 있는 ...
    Date2007.04.16 Views6213
    Read More
  7. No Image

    카메라기자 그들이 위험하다!

    카메라기자, 그들이 위험하다! 방수복, 방화복, 에어 마스크, 공기통, 방독면, 헤드 렌턴.... 갖가지 보호 장비를 갖춘 소방관들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지하철 터널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잠시 후 평상복에 손수건 하나로 입을 가린 카메라 기자들이 그 뒤를 ...
    Date2005.05.11 Views6214
    Read More
  8. No Image

    수험생을 둔 학부모가 바라는 수능보도

    수험생을 둔 학부모 입장에서 본 수능보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그야말로 코앞에 닥쳐왔습니다. 그 동안 우리 언론이 이 사안을 온 국민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애를 쓰셨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고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두고 있는 학부모...
    Date2008.01.15 Views6216
    Read More
  9. No Image

    촬영포인트(1) - 눈 오는 날엔?

    눈오는 날엔? 마포 sk청암대 아파트 단지 입구 맞은편에 천성장로교회가 있습니다. 이 교회 앞으로 세갈래 길이 모두 언덕길이라 겨울에 눈이 올 때 이 곳에 가면 차들이 조심스럽게 내려오는 모습, 아이들이 스키타듯이 내려오는 모습 등을 스케치하기 좋다...
    Date2008.01.17 Views6232
    Read More
  10. No Image

    디지털뉴스룸이 가져올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디지털뉴스룸이 가져올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디지털뉴스룸 구축에 필요한 기술 요소와 업무 변화 아날로그 시대의 방송기술이 영상제작기술과 통신 기술 중심이었다면 디지털 시대는 최첨단의 영상, IT, 디지털프로세싱, 네트워크 및 유비쿼터스 기...
    Date2007.02.20 Views6233
    Read More
  11. No Image

    2008년 한 해, 도리와 기본을 착실히 쌓아 나가겠습니다!

    <2008 신입 카메라기자 새해 소망 릴레이> 2008년 한 해, 도리와 기본을 착실히 쌓아 나가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억할 만한 일이 그 어느 해보다 많았던 2007년도 어느덧 그 끝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나에게 일어났던 일들 중에는 오랫동안 기억하고 ...
    Date2008.02.13 Views6234
    Read More
  12. No Image

    이등병에서 상병으로!

    제목 없음 <2008 신입 카메라기자 새해 소망 릴레이> 이등병에서 상병으로! 오후 두 시가 넘은 시간, 정장차림의 두 사내가 여의도공원 산책로를 두 바퀴째 달리고 있다. 이마에는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거친 숨을 내쉬며 무엇을 찍을 것인가 고민하는 모습...
    Date2008.02.13 Views6244
    Read More
  13. 특종은 운, 그러나 운도 노력이다

    <미니인터뷰 - 삼성언론상 영상사진 부문 수상자 MBC 권혁용 기자> 특종은 운, 그러나 운도 노력이다 1. 삼성언론상 영상사진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소감 우선 기뻤다. 상을 받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미안한 마음...
    Date2008.04.28 Views6249
    Read More
  14. No Image

    꿈꾸는 한해, 꿈을 이뤄가는 한해가 되길

    <2008 신입카메라기자 새해 소망 릴레이> 꿈꾸는 한해, 꿈을 이뤄가는 한해가 되길… 사람은 잠을 잘 때 꿈을 꾼다. 귀신에게 쫓기는 무서운 꿈, 롤러코스터를 타는 신나는 꿈, 사모하던 사람과 만나는 황홀한 꿈. 그리고 잠을 자지 않을 때도 꿈을 꾼다. 시험...
    Date2008.02.05 Views6254
    Read More
  15. 삼성특검을 계기로 본 포토라인, "협력과 신뢰가 중요"

    삼성특검을 계기로 본 포토라인 단상(短想) “각 기자들 간의 협력과 신뢰가 중요해” 긴 시간 삼성특검을 취재하면서 지루하고 힘든 점도 많았지만 막상 끝내고 글을 쓰려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단조로운 일상도 있었고 하루가 힘들 정도로 격렬한 날도 있어...
    Date2008.06.26 Views6275
    Read More
  16. No Image

    위험등급 4등급, 보험등급 군인과 같아

    위험등급은 4등급, 보험등급 군인과 같아 “DANGER MONEY"는 통상 ‘위험수당’을 의미한다. 지난 이라크 전을 취재하면서 국내 방송사들도 이전에 외국의 언론사들에 비해 턱없이 낮았던 ‘위험수당’ 제도를 보완하거나 신설하였다. 더불어 각사마다 차이는 있으...
    Date2006.03.14 Views6293
    Read More
  17. No Image

    디지털 다매체 시대의 뉴스 영상에 바라며

    <외부 기고> 디지털 다매체 시대의 뉴스영상에 바라며 지난 권위주의 정부시설 방송뉴스는 사회적 뉴스생산 구조 속에서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개별 매체가 생산하는 뉴스에 대한 평가에서 신문뉴스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는 절대적이었고, 방송뉴스는 신...
    Date2006.11.22 Views6293
    Read More
  18. "바다와 같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바다와 같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인터뷰 주자는 YTN 부산지국 전재영 차장이다. 전 차장은 거리상의 문제와 더불어 개인적인 사정(둘째 아이 출산 임박)으로 서면 인터뷰를 청해왔다. 이번 인터뷰는 메일로 질문을 보내고 답변을 받는 식으...
    Date2008.07.04 Views6294
    Read More
  19. No Image

    학부모 찬조금에 대한 단상

    학부모 찬조금에 대한 단상 예전에도 그러했지만 지금도 촌지로 인해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자식을 낳고 기르면서 처음에 부모의 염원은 “건강하고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였다가, 점점 아이가 자라면서는 다른 아이들보다 뒤쳐지면 걱정이 태산이다. 이렇듯 자...
    Date2005.06.13 Views6296
    Read More
  20. No Image

    여유있는 삶을 위해 하루를 사는 지혜

    <추천하고픈 책> 여유있는 삶을 위해 하루를 사는 지혜 사건사고 현장을 다녀본 카메라기자라면 꼭 한 두번 거쳐야 할 난관이 있습니다. 바로 취재하지 말았으면 하는 사람들을 상대한다는 것이지요. 그것도 감정이 격해져있는 당사자들과 맞닥뜨리다보면 대부...
    Date2008.01.11 Views630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 41 Next
/ 4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