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카메라기자 마당>
국민의 알권리와 사생활
언론의 자유는 어디까지 인가? 그에 따른 언론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시민들에게 권력을 뛰어 넘어 세상의 진실을 보게 해 주어야 하는 언론의 책무는, 취재원에 대한 사생활 침해라는 문제와 종종 맞부딪힌다. 그러다 보니 같은 보도를 두고도, 누구는 그것을 언론의 관음증적인 특종에 대한 집착으로, 누군가는 알권리에 대한 시원한 해소로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일어난 연예인 x파일 사건과 정형근 사건은 이러한 논쟁의 한 가운데 서있다. 알권리 충족과 사생활 보호라는 양비론적 가치 속에 언론 윤리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다시금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언론사의 취재와 보도 기준은, 취재 대상이 공인인가 아닌가, 그리고 그들에 대한 보도가 공익적 기능을 담당 하는가 아닌가에 있다. 사회의 다수 대중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공인이면, 그들의 생활은 일정 부분 공적인 책무를 담보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공인들의 잘잘못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일반인들이 그것을 공유하는 것을 잘못된 일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공인’의 기준과 공공 이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들의 사생활의 범위에 대한 가치 판단이 다들 제각각이라는 데에 있다. 이번에 일어난 정형근 의원 사건은 이러한 논의의 대립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국회의원은 엄연한 공인이므로, 의문의 여인과의 호텔 투숙 사건은 사생활의 부도덕성으로 문제 삼을 만 하다는 의견과, 그의 행동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므로, 언론에 이에 까지 관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의견이 그것이다. 이러한 의견들은 알권리, 사생활 보호라는 가치 중 어느 한 쪽을 택한 것이라기보다,
공인의 사생활이 공공이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식이 다른데서 연유한 것이었다고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즉, 언론의 책임은 공공이익에 대한 판단을 바르게 하고, 보도의 수위를 적절히 조절하는 일에 있다. 특정 사안의 보도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주체는 언론사이다. x파일 사건의 경우,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적인 소문이 공개되는 것이 대중들의 알고 싶은 욕구, 즉 알권리를 충족시켰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연예인들에 대한 명백한 사생활 침해이자 인권 모독이었다. 어떤 연예인이 누구와 동거를 하고, 아이를 낳았고, 언제 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공적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언론의 이러한 ‘부적합한’ 보도 기준은 각 사항마다 달리 적용되곤 한다.
기업 활동의 보장을 위해 그들의 과세 정보에 대한 보도를 자제해 온 그간의 언론 보도 태도는 기업가들의 ‘사생활’을 잘 보호해 주었다. 그러나 사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는 그들의 기업 활동이 권력에 의해 비호되는 동안 대중들의 정당한 알 권리는 무시되어 왔다. 언론의 보도 수위는 사안별 성격에 다라 오락가락해가며 알권리와 사생활 보호라는 양쪽의 가치를 모두 침해해 왔던 것이다.
알권리와 대중의 관음증이 맞물리는 순산, 공인에 대한 사생활 침해는 필연적인 것이 도니다. 사생활 보호라는 가치가 권력과 손잡으면, 대중들이 언론을 통해 여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리는 길은 차단되고 만다. 이 속에서 언론은 가치의 우선순위에 대한 가장 합당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중립을 지켜 바른 언론이 되는 일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오늘의 현실에서는 언론의 사명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이 대중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변할 수 없는 명제 가운데 하나이다.
공인에 대한 격려와 감시로, 언론이 그 정당한 눈을 바로 뜨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때, 언론은 진정한 대중들의 ‘언로(言路)’로써 그 기능을 다하게 될 것이다.
대학생명예카메라기자 임영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