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취재, 그 위험한 시나리오
#1
홍수경보가 내린 하천. 다리 상판 1m 가까이 차올라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소용돌이치는 물살. 경찰의 출입금지선을 몰래 넘어 불어난 물을 스케치하는 카메라 기자. 의무 경찰이 달려가 말릴 때까지 상황은 이어진다.
#2
물로 침수된 논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상황임에도 취재기자는 그 속으로 들어가 Stand Up을 하겠다고 하고 카메라기자도 말릴 의사가 없다.
#3
산사태로 도로가 완전히 매몰되고 추가 붕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흙더미 위에서 취재를 하고 있는 카메라기자.
이런 아찔한 상황들은 지난 장마를 겪으며 수해 현장을 취재한 기자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보았을 장면이다. 특히나 신참 카메라기자나 수해 취재를 처음한 카메라 기자라면 바로 자신의 경험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어떤 카메라 기자는 현장감을 살릴 영상을 위해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위험에 대비한 교육은 이루어진다.
화재, 산불, 수해 등 위험한 상황에 대한 교육은 갓 입사한 신참 카메라 기자들에게 수 없이 반복된다. 또 카메라 기자로서 경력이 짧은 기자들에게도 새로운 위험상황에 대한 교육은 꾸준히 이어진다. 실제로 올해와 같은 심각한 수해는 과거 수년간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장면이 연출되는 이유는?
취재현장에서 타사 카메라기자가 무리하게 취재하는 상황을 목격한 경쟁사 신참 카메라 기자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경쟁사 보다 더 좋지는 못하더라도 빠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곧바로 또 다른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는 큐사인이 된다.
카메라 기자의 영상에는 한 컷 한 컷이 특별한 의미를 가져야 한다.
카메라기자는 자신이 촬영한 영상이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떤 형식으로 방송될 지를 항상 고민해야 한다. 재난 방송에서 과도한 위험을 무릅쓴 영상이 차지하는 의미나 분량은 극히 미미하다. 대부분 피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거나 절박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류애가 뉴스의 초점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체적인 내용과 의미를 생각지 못할 경우 "나는 이런 위험한 장소에 갔다 왔다"는 부차적인 의미를 강조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때로는 취재를 목적으로 한 행위가 오히려 취재의 대상이 되는 최악의 경우를 경험하게도 한다.
수해와 같은 재난지역 취재는 대부분 신참 카메라 기자들의 몫이다. 이런 관행들이 지금껏 방송에 사용되지도 않을 영상 때문에 그들을 위험한 상황에서 보호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재난 상황을 경험하지 못한 카메라 기자들에게 단독으로 출장을 보내기 보다는 경험 많은 선배 카메라 기자들과 동행취재를 하게하고 방송사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서의 교육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취재현장에서 겪는 아찔한 경우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권혁용 기자 dragonk@imb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