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영상기자 콘텐츠 소재개발 및 제작 역량 강화 연수 후기>
“AI 기술 활용, 보도 영상에서 주목해야 할 기술”
불과 한 달 전의 일이지만 아득한 꿈만 같습니다. 시원한 제주의 바닷바람을 맞으며 다양한 연차와 지역의 선후배들과 나눴던,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공동의 경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던 이번 연수는 정말 유익하고 마음 편한 시간이었습니다.
1일차 교육은 제주 함덕에 위치한 호텔에 집결하여 참가회원 소개 및 협회 현황에 대한 협회장님의 교육으로 시작됐습니다. 이어서 제주 4.3 사건을 다룬 제주지역 영상기자들의 보도와 콘텐츠를 보고 제작 과정과 어려움에 관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총 3명의 제주지역 영상기자의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제110회 이달의 영상기자상’을 수상한 제주MBC 김현명 기자와 제주KBS 고진현 기자, 그리고 ‘제134회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수상한 제주KBS 강재윤 기자가 흑백 보도 영상 자료를 컬러화한 제작 노하우, 제주 4.3 사건 관련 역사 자료와 증언을 재구성해 보도 다큐로 만들어간 경험담을 공유했습니다. 인상 깊었던 강의는 제주KBS 강재윤 기자의 흑백 보도 영상 자료를 컬러화한 작업이었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흑백 보도 영상 자료를 AI 프로그램과 색 보정을 통해 컬러화에 성공했다는 것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KBS 후반작업실, 그래픽팀, 색 보정팀 등 여러 팀과의 협업을 통해 제주 4.3 사건의 모습이 담긴 흑백 보도 영상을 컬러로 보니 역사적 사건이 현재와 가까워지는 듯 느껴졌습니다.
과거의 흑백 보도 영상에다 AI의 알고리즘에 따라 색을 넣는 작업, AI를 활용한 일러스트를 보도에 사용하는 것이 보도 영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사실의 왜곡’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시청자들이 흥미를 갖게 하고 보도의 이해를 돕는 정도로만 사용된다면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 전에 사실 확인과 왜곡의 소지가 없는 합리성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 점은 분명합니다. AI기술 활용 보도는 보도 영상에서 앞으로 주목해야 할 기술이라 생각했습니다.
이어서 요즘 핫한 배기성 역사 강사의 강의가 이어졌습니다. 제주 4.3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과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에 관해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제주 4·3 사건. 제주 4.3 사건은 남북 분단을 배경으로 한 비극적인 역사로, 당시 남한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남로당의 봉기를 미군과 이승만 정부가 무력으로 제압하면서 제주의 민간인을 대량 학살한 사건입니다. 고등학교 역사 시간에 스치듯 배웠고 <순이 삼촌>이라는 소설을 통해 더 크게 인식하게 된 제주 4·3을 이번 연수를 통해 더 깊이 있게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제임스 하우스만이라는 미군 대위의 연관성, 제주4.3사건 학살의 주범 박진경 대령의 이야기, 제주도의 모든 곳이 학살터였다는 이야기, 부산에 왜 제주은행이 있는지 등 새로운 보도 영상 콘텐츠 소재 개발에 도움이 될 만한 강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2일차 교육은 배기성 역사 강사와 함께, ‘제주4.3사건 현장에서 만나는 한국 현대사’를 주제로 연수 참가자들이 역사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답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모슬포 지역 송악산 일대와 정방폭포, 제주호국원에 방문했습니다. 송악산 일대는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요새가 된 제주도의 비극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의 어린 학생들이 징용되어 자살특공대로 배치받은 해안가의 동굴을 보고, 이어서 정방폭포 일대에서 진행된 학살의 흔적을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주호국원에서 제주 4.3 사건 학살의 주범 박진경 대령의 묘비를 찾으러 갔습니다. 박진경 대령의 묘비는 제주호국원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막상 찾아가 보니 없었습니다. 알고 보니 박진경 대령의 묘비는 제주도민들의 반대로 제주호국원 밖으로 옮겨진 상황이었습니다. 다시 차를 타고 나가 밖으로 나가니 잡초가 우거진 도로의 한구석에 있는 박진경 대령의 묘비를 볼 수 있었습니다. 길가에 방치된 '반공투사 박진경 대령'의 묘비를 보니, 역사의 준엄함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오후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나는 신이다>의 제작 프로듀서인 조성현 PD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주제는 ‘과거 뉴스와 보도 영상자료의 새로운 콘텐츠화’였습니다. 조성현 PD는 OTT 프로그램의 제작 노하우와 보도 영상자료를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사용하였는지, 넷플릭스와의 협업에 관한 이야기를 공유해 주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강의 내용은 넷플릭스와의 협업 관련이었습니다. 넷플릭스와 협업이 시작되는 과정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기획안을 써서 넷플릭스 코리아 공식 메일로 접수하면 끝이었습니다. 또한 넷플릭스는 종교, 범죄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많아 종교 다큐 담당, 범죄 다큐 담당 직원이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금전적인 지원도 잘해주고 법적인 보호도 해주는 만큼 요구하는 것도 많았습니다. 촬영 원본을 포함한 저작권은 모두 넷플릭스가 가지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시 사용하면 안 되는 촬영, 조명 장비들도 존재했습니다. 또한 한컷 한컷마다 저작권, 초상권이 해결됐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엄격했습니다. 저작, 초상권 클리어 보고서만 수백 페이지에 이른다고 합니다. 조성현 PD의 "내가 당연하게 알고 있는 것이 일반 대중에겐 생소한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습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할 때 항상 새로운 아이템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시 한번 정리하는 것도 새로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3일차 교육은 장익선 MBC 제작기술국 조명 파트장의 교육이 진행되었습니다. 영상 보도 고품질화를 위해 어떻게 조명을 디자인하고 활용할 것인지를 교육받고, 체험했습니다. 조명에 따라 얼굴이 어떻게 보이는지, 어떻게 조명을 사용해야 인물이 잘 나오는지, 잘못된 예시는 무엇인지 등 전반적인 조명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만 스튜디오 촬영이 기준이었던 지라 신속성, 현장성, 기동성 측면에서 고려되지 않은 수업이었지만, 실내 인터뷰 또는 실내 촬영 시 적용해야겠단 배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연수를 위해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신 협회 간사님들과 모든 면에서 꼼꼼하게 챙겨주시던 협회장님의 자상함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정태우 / Y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