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촬영 교육 후기 Ⅰ>
수중촬영의 기본, 확실하게 배웠습니다!
강사님이 말씀하시길, "중상급자는 일단 장비 챙겨서 물속으로 들어가세요. 물속에서 봅시다~!"
중상급반에 속한 나는 재빨리 뒤로 한발 물러나며 물었다. "공기탱크와 레귤레이터가 제대로 연결되었는지 검사 좀 해주세요. 혹시나해서요... 강사님, 이거랑 저것도 확인 좀... 10월인데 춥진 않을까요?"
제주도 서귀포에 위치한 다이브랜드에 도착하자마자 초급과 중상급 반으로 나뉘어 중급반에 배정은 받았지만, 땅에서 만난 지 몇 분이나 됐다고 바다 속에서 만나자는 말인가?
지난 7월 빠듯한 일정으로 오픈워터 과정을 마쳤었기에 출렁거리는 파도만큼이나 여러 가지 걱정에 마음이 울렁댔다. 다시 초급반에서 편하게 교육을 받아야하는 것일까? 이왕 교육받는 김에 다음 단계를 이수해야 하는 것인가? 장비를 순서대로 체크한 뒤 시퍼런 섶섬 앞바다에 심청이마냥 몸을 던졌다. 머리가 수면으로 완전히 잠기자, 물속에서 서서히 하강하는 동료들이 보였고, 바다 속의 평화로운 모습에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어항에 들어있는 물고기처럼 바다속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녔다. 돌과 해초 사이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돌아다니고 있었고, 그 위로 우리가 기차놀이를 하듯 섬 주위를 맴돌았다. 조개(굴?)를 돌로 깨서(이래도 되는건지 모르겠지만) 물고기들이 모여드는 모습을 관찰하기도 했다. 우리가 취재해야할 대부분의 수중상황은 정반대겠지만, 일단 제주도의 바다밑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23도의 수온도 10월말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해질녁에 뭍으로 나온 우리는 연신 하품을 해대며 서귀포 수협강당에서 11시까지 이론교육을 받았다.
교육 둘째날, 6시에 기상한 우리들은 반별로 나뉘어 다녔다. 초급반은 수중환경에 적응하는 기본 수중교육을, 중급반은 짝(버디)을 이루어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교육을, 상급반은 수중에서 카메라를 다루는 교육을 받았다. 수중에서 장비를 벗었다 입기도 하고, 공기가 고갈된 상황에 대처하는 법등 수중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교육을 계속 반복했다.
셋째 날은 서귀포 앞바다의 기차바위라는 포인트에서 보트 다이빙을 했다. 비교적 깊은 30M의 수심에 조류도 있었다. 선장님이 오늘 같은 날은 시야가 잘나오는 편이라고는 했지만 정작 들어가보니 5M정도 밖에 안보였다. 밑으로 밑으로 내려갔다. 나와 내 버디였던 KBS 조정석기자 그리고 우리가 내뱉는 공기방울만 보일뿐 세상이 온통 파랬다. 순간 작은 공포(?)가 밀려왔다. 우리 둘밖에 없나? 다들 어디 갔지? 얼마나 더 내려가야 바닥이 보이는 거지? 다이빙 컴퓨터를 확인하며 20M 지점을 지나는 순간 바닥이 희미하게 보였다. 섬주위의 바다보다 특별한건 없었다. 돌과 해초류만 있을 뿐 물고기들도 거의 없었다. 바닥에 거의 닿아서야 같이 내려온 우리 팀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가 조류 때문에 30m를 하강하면서 거의 50m를 흘렀던 것이다. 잠시 기차바위를 구경하다가 상승하겠다는 수화를 하고 공기방울을 따라 수면으로 올라왔다. 해냈구나~!!!
개인별로 7개의 공기탱크를 완전히 비운 3박4일의 짧다면 짧은 여정이었지만, 카메라기자로서 수중 상황에서 어떻게 촬영을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걸음마를 배울 수 있었던 최고의 기회였다. 바다라는 거칠고 무궁무진한 공간과, 강이나 호수같이 겉은 잔잔하면서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예측불가능한 상황에서, 물가에서 발만 동동구르며 궁금해했던 내게, 제주도에서 봤던 물밑세계는 분명 새로운 세계였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카메라기자 협회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다른 동료들에게도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는 폭넓은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김경철 기자 hialex@m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