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89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No Attached Image

<명예카메라기자마당>

변화를 통해 얻은 수확

 나는 초등학교 시절,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누가 누구를 좋아 한다더라” 등의 순수한 마음을 실은 이야기보따리들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무엇보다 즐거운 화제였고, 학교 앞 슈퍼의 불량식품만큼이나 달콤한 추억들을 만들어냈다. 어렸을 때 나는 그런 이야기보따리들을 누구보다 먼저 친구들에게 풀어놓고 싶은 욕심이 유난히 많았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짧은 시간 동안, 친구들에게 새로운 소식, 재밌는 이야기들을 전하며 함께 웃었던 추억들은 지금도 생생하다.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초등학교 5학년, 교내 방송부에 들어가게 되었고 마침내 학교의 여러 소식을 전교생에게 알려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매주 월요일 아침, 학교 운동장은 아침조회를 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로 시끌벅적했다. 일사 분란한 움직임 속에 아이들은 각 학년별로 줄을 맞춰 서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비가 오는 날에는 그런 부산함도 없이, 교실 맨 앞 모퉁이에 자리 잡은 작은 스피커를 통해 교장선생님의 훈시를 들어야 했다. 실내 훈시가 있는 날이면 마이크 하나만 설치하면 되기 때문에 운동장 조회보다 준비가 간단했음에도, 왠지 그날이면 유난히 더 긴장이 되었다. 교장선생님의 음성이 잘 나가고 있는지 계속 확인하면서 조회가 끝나는 시간까지 초조하게 서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초등학교 방송부로 활동했던 시기는 막 1990년대의 문이 열린 시기였다. 그 당시 초등학교의 교내 방송은 오디오 방송이 전부였다. 하지만 교실 맨 앞에는 우측에는 스피커가 그리고 좌측에는 텔레비전 모니터가 언제나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볼록한 검은 브라운관 안에는 마치 거울에 반사되는 것처럼 학급 아이들의 모습이 동그랗게 비춰지고 있었다. 나는 방과 후 빈 교실에 서서 텔레비전 모니터를 신기한 듯 바라보곤 했다. 하지만 막상 텔레비전의 전원을 누르면 “지지-직”하는 소리에 놀라 황급히 전원을 다시 끄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방송부였던 나에게도 마이크와 스피커는 익숙한 기계였지만 텔레비전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나 볼 수 있는 특별한 존재였다. 매일 스피커로 교내 모든 일정을 전달하던 그 시절 텔레비전 모니터는 그저 하나의 교실 내 장식품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정용 8mm 캠코더 한 대가 방송부에 들어왔다. 우리들은 처음 보는 비디오카메라를 다들 신기하게 바라봤고, 어디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부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하던 중, 비가 오는 날 아침조회 때는 교장선생님의 목소리만 전달 할 것이 아니라 교장선생님의 얼굴까지 보여주면 어떨까하는 의견이 나왔다. 지금처럼 교내에서도 영상 방송이 보편화된 시점에서는 별 일 아닐지 모르지만, 당시에는 비디오를 통해 전교생들에게 실시간으로 교장선생님의 말씀과 표정을 함께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전교생에게 교장선생님의 음성과 영상을 함께 전달한다는 것은 분명 새로운 시도였고, 첫 시도에 대한 긴장감 또한 몰려왔다. 우리는 방송부 담당 선생님께 말씀 드린 후 선생님의 승낙을 받았고, 한대의 비디오카메라를 통해 각 교실에 영상이 나올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다. 그 후, 나와 방송부 친구들은 비가 오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비가 내리는 어느 월요일, 드디어 처음으로 비디오 방송을 시작하였다. 평소 조회 때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교장선생님의 얼굴이 TV 모니터를 통해 뚜렷이 보였고, 브라운관을 통해 바라보는 교장선생님의 모습은 마치 나를 향해 말씀하시는 듯,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시끌벅적 했던 실외 조회 때보다 교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시청을 하게 되니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비가 오는 첫 조회 때 텔레비전을 통한 조회방송은 매우 성공적으로 끝이 났고, ‘비디오카메라’라는 새로운 도구를 통하여 이루어낸 새로운 시도는 우리에게 오디오 방송에서 얻지 못했던 큰 수확을 안겨주었다.

 당시 아침조회 때 사용된 카메라는 단지 고정된 상태에서 교장선생님의 모습을 비추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비록 초등학교 아침조회 방송에 지나지 않지만, 어린 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첫 번째 생방송이었고, 나의 첫 보도영상이었다. 요즘과 같이 편집이 중요시 되던 때와는 달리 그 당시에는 편집이란 개념 자체를 생각치도 못했고 뚜렷한 개념정립도 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단순한 방송이었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순수한 방송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생이 되어 졸업을 앞둔 지금, 진실 된 보도영상을 추구하는 예비 언론인을 꿈꾸며, 초등학교 방송부 시절의 초심을 되새겨 본다. 세상을 바라보는 순수한 마음과 끊임없는 호기심, 그리고 가슴 설렜던 첫 시도. 그 때를 떠올리며 정해년 새해를 맞아 박약했던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시 쓰고자 한다.

제2기 대학생 명예 카메라기자 정인학


  1. No Image

    편법적인 풀 취재 관행 사라져야

    <할 말은 합시다> 편법적인 풀취재관행 사라져야 국방부의 윤하사 유해운구 풀취재단 구성을 놓고 또 다시 풀취재의 폐단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출입처 출장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한명의 대표 카메라기자와 다수의 취재기자가 함께 구성되는 풀취재관행의 ...
    Date2007.03.27 Views6143
    Read More
  2. No Image

    YTN 신년특집 3부작 "大한민족의 재발견"

    제목 없음 (신년특집 3부작) 大한민족의 재발견 지난 12, 13, 14일 YTN에서는 신년특집 3부작 대한민족의 재발견을 방송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국가’에서 ‘민족’ 단위로 세계의 사회, 문화, 경제의 판도가 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민족 이민사가 100년을 ...
    Date2007.02.20 Views6061
    Read More
  3. No Image

    공공기관운영법 개정 여론 빗발쳐

    공공기관운영법 개정 여론 빗발쳐 KBS, EBS 공공기관운영법 적용대상에서 제외시켜야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운영법 제4조 2항의 적용제외 대상에 KBS와 EBS를 추가’하는 내용의 공공기관운영법 일부 개정안 청원 내용을 발...
    Date2007.02.20 Views5787
    Read More
  4. No Image

    방송위, 경인지역방송 재허가 추천 거부 2년 넘어

    방송위, 경인지역방송 재허가 추천 거부 2년 넘어 희망조합의 희망, 경인 시청자의 권리 박탈하는 이유 없는 행위 내년 5월 본 방송을 목표로 사업을 진행해 온 경인TV는 올 하반기 각종 의혹에 휘말리면서 허가 추천이 중단되는 등 개국 준비에 상당한 차질...
    Date2007.02.20 Views5688
    Read More
  5. 백두산은 과연 누구 땅인가?

    백두산은 과연 누구 땅인가? 2002년 5월 온 국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에 열광하고 있을 때 중국은 ‘동북공정’이라는 거대한 역사왜곡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 사실에 대해 알지도 못하였고 2004년에서야 동북공정 사...
    Date2007.02.20 Views6516
    Read More
  6. No Image

    "백 마디 말보다 강력한 한 컷의 영상"

    <만나봅시다 - 제주카메라기자회 홍보부장 부현일(JIBS) 기자> “백 마디 말보다 강력한 한 컷의 영상, 한 컷의 사진” 지난달 23일부터 28일까지 제주특별자치도 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제주카메라기자회가 개최하는 2006 보도 사진, 영상전이 열렸다. 올해 5...
    Date2007.02.20 Views6545
    Read More
  7. No Image

    디지털뉴스룸이 가져올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디지털뉴스룸이 가져올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디지털뉴스룸 구축에 필요한 기술 요소와 업무 변화 아날로그 시대의 방송기술이 영상제작기술과 통신 기술 중심이었다면 디지털 시대는 최첨단의 영상, IT, 디지털프로세싱, 네트워크 및 유비쿼터스 기...
    Date2007.02.20 Views6240
    Read More
  8. No Image

    새로운 나의 이름, KBS 카메라기자

    <안녕하세요? 2007 신입카메라기자입니다> 새로운 나의 이름, KBS 카메라기자 매력적인 이름, 카메라기자 카메라기자 … KBS 카메라기자. 수십 번 적어도, 수백 번 불러도, 수천 번 생각해도 매력적인 이름. 이제 이 매력적인 수식어가 제 이름 앞에 붙었습니...
    Date2007.02.20 Views6479
    Read More
  9. No Image

    2007 MBC와 사랑할 시간

    <안녕하세요? 2007 신입카메라기자입니다> 2007 MBC와 사랑할 시간 혹독하게도 추운 겨울이었다. 뉴스에서는 백년만의 따뜻한 겨울이라고 연일 이상고온을 강조하고 있었지만, 합격자 발표를 초조히 기다리는 두 남자의 심정은 매일 매일이 혹한기였다. 그렇...
    Date2007.02.20 Views5869
    Read More
  10. No Image

    변화를 통해 얻은 수확

    <명예카메라기자마당> 변화를 통해 얻은 수확 나는 초등학교 시절,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누가 누구를 좋아 한다더라” 등의 순수한 마음을 실은 이야기보따리들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무엇보다 즐거운 화제였고, 학교 앞 슈퍼의 불량...
    Date2007.02.20 Views5892
    Read More
  11. No Image

    뜻이 있으면 길이 있고, 두드리면 열립니다

    제목 없음 <만나봅시다 - 영상저널리즘 TF팀 YTN 김재동 부장> "뜻이 있으면 길이 있고, 두드리면 열립니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에서는 방송위원회에서 지원하는 방송발전기금을 받아 올해 초부터 ‘영상저널리즘’이라는 책의 발간 사업을 시작했다. 이번 ...
    Date2007.02.06 Views5679
    Read More
  12. No Image

    회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신년사>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회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7년 희망찬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해를 맞이하여 회원 여러분께서는 어떠한 계획을 세우셨고, 또 실천해 나가고 계십니까? 저는 올해의 목표를 협회의 재정을 튼튼히하고, ...
    Date2007.02.06 Views6790
    Read More
  13. No Image

    <줌인> 한미FTA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줌 인> 한미 FTA,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사면초가(四面楚歌). 우리가 흔히 쓰는 이 말은 진시황이 죽은 후 초나라의 항우와 한나라의 유방이 천하를 차지하기 위해 다툴 때, 계속 밀리던 유방이 항우를 결국에 패퇴시키고 해하(垓下)라는 곳에서 포위하게 된...
    Date2007.02.06 Views5783
    Read More
  14. No Image

    감성 경영 시대,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카메라기자를 기대하며

    <칼 럼> 감성 경영 시대,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카메라기자를 기대하며 감성적 매체인 영상을 다루는 카메라기자, 지금이 기회이다! <사진 : MBC 보도국 인터넷뉴스팀 이문노 팀장> 감성과 창의성의 시대를 맞아 ‘상상’과 ‘창의’를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디...
    Date2007.02.06 Views5438
    Read More
  15. No Image

    디지털뉴스룸을 향한 첫걸음

    디지털뉴스룸을 향한 첫걸음 변화냐 소멸이냐 양성호 MBC 보도국 디지털뉴스룸 팀장 지구가 생기고 수 억 년 간 생물적 변화 속에서 가장 강한 개체보다는 가장 적응을 잘하는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말이 있다. 디지털이라는 단어가 우리 생활 속에서 평범하게 ...
    Date2007.02.06 Views5618
    Read More
  16. No Image

    점심시간 줄여가며... 팍팍한 카메라기자의 일상

    <할 말은 합시다> 점심시간 줄여가며... 팍팍한 카메라기자의 일상 아침 출근. 취재일정에 올라온 아이템을 확인하는 것으로 일과가 시작된다. 벌써 여러 개의 취재일정들이 올라 와 있고 오후에는 FTA 관련 시위가 예정되어 있어 만만치 않은 하루가 예상된다...
    Date2007.01.05 Views5796
    Read More
  17. No Image

    <줌인>자극적 영상의 뉴스 사용은 자제되어야 한다

    자극적 영상의 뉴스 사용은 자제되어야 한다 지난 7일 일어난 김형칠 승마선수의 경기 중 낙마 사망 사고는 스포츠 경기에서의 충격적인 사고여서 소식을 접한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특히 모든 방송 뉴스시간마다 반복해서 전해지는 낙마장면은 ...
    Date2007.01.05 Views5979
    Read More
  18. 나는 카메라기자 남편을 데리고 산다

    제목 없음 나는 카메라기자 남편을 데리고 산다 딩동~ 문을 열었다. 옷이며 신발에 푸른색 페인트를 뒤집어 쓴 남편이 집안으로 들어선다. “무슨 일 있었어?”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물어보지만 사실 난 그 이유를 이미 알고 있다. 왜냐하면 그날 평택시위를 ...
    Date2007.01.04 Views6863
    Read More
  19. No Image

    제20대 전광선 신임회장 인터뷰

    전광선 신임회장 인터뷰 열심히, 그리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달 22일, 운영위원회에서 제20대 회장 선거에 단독 후보로 출마한 MBC 전광선 후보가 운영위원 선거를 통해 회장으로 당선되었다. 오는 2007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를 이...
    Date2007.01.03 Views6510
    Read More
  20. No Image

    카메라기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카메라기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19대 회장 임기를 마치며 “회원들의 뜻을 정확히 읽어내는 협회를 만들겠습니다!” 2년 전 이즈음, 제가 카메라기자협회 첫 직선회장을 맡으며 회원 여러분께 드린 약속입니다. 저 나름대로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Date2007.01.03 Views618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 41 Next
/ 4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