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20 12:57

2007 MBC와 사랑할 시간

조회 수 579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No Attached Image

<안녕하세요? 2007 신입카메라기자입니다>

2007 MBC와 사랑할 시간

 혹독하게도 추운 겨울이었다. 뉴스에서는 백년만의 따뜻한 겨울이라고 연일 이상고온을 강조하고 있었지만, 합격자 발표를 초조히 기다리는 두 남자의 심정은 매일 매일이 혹한기였다. 그렇게 하루를 떨며 보내던 12월, “축하드립니다. 00일 신입사원 설명회에 나오세요”라는 한 통의 전화를 받으며, 그렇게도 따뜻하다는 2006년의 겨울 날씨가 그제 서야 몸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합격이었다.

 사실 MBC는 ‘뜨거움’빼면 남는 게 없는 조직이었다. 두 달여의 신입사원 연수를 마치고 연수원을 나서며, 두 명의 신입 카메라기자는 그 열정의 실체를 직접 확인했음에 뿌듯해 했다. 연수원의 교육과정은 각자의 마음속에 빨간 상자 하나씩을 자연스레 품게 해 주었고, 그 상자 안에 MBC뉴스의 영상의 미래가 담겨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이제 그 행복했던 시간들을 말해볼까 한다.

 선배들이 이구동성으로 ‘제일 행복한 시기’라고 칭했던 연수원 교육기간은 우리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선 우리에게는 40여명의 가족 같은 동기들이 있었다. 때로는 든든한 형처럼, 때로는 친근한 동생처럼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었기에, 연수원 합숙생활은 끈끈한 동기애로 뭉쳐졌다. 방송은 협업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기에, 지금의 이 ‘동기사랑’이, 우리에게 큰 지원군이 되어줄 것이다.

 국내외를 아우르는 강사진 역시 감동받은 부분이다.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과 선배들의 강의는 방송에 대한 현실적 이해를 가능하게 했으며, 상해에서 진행된 미디어 교육 역시 글로벌 감각을 익히는데 충분했다. 물론 ‘해외’에 나간다는 것 자체로도 이미 우리는 광분(?)한 상태였다.

 비록 우리들이 연수원 생활을 만끽하긴 했지만, 한편으론 맘이 편치 못한 부분도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현업 배치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수습’의 ‘수’자가 짐승 ‘수’자라는 선배들의 진담 같은 농담을 들으며, 우리는 서서히 짐승(?)으로서의 마음가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간 중간 들려오는 보도국의 살벌한 분위기에 대한 소문들은 우리의 마음을 더할 나위 없이 흉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런 낭설 아닌 낭설을 들으며, 우리는 보도국에 대한 환상이 커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평생 원해왔던 일이 결코 호락호락한 수준의 일은 아닐 것이 라는 일종의 자부심이, 우리에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군대마인드를 자연스레 만들어 낸 것이다. 때문에 연수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는 오히려 다른 직종의 동기들을 챙기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하지만, 이런 우리를 두고 동기들은 ‘스트레스성 정신 착란’이라고 걱정했다.)

 천국 같던 연수원 생활을 마치고 영상취재부에 첫 출근할 날, 우리는 우리의 예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부서의 분위기에 여러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가장 크게 놀란 것은 바로 너무나 친절하고 친근한 선배들의 면면이었다. ‘다들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할 것이다’는 걱정과는 달리 너무나 세세하게 우리들의 부서적응을 도와 주셨기에, 우리는 맘 편하게 새 둥지에 스스로를 깃들일 수 있었다. 아울러, 하나하나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수습교육이 있었기에, 딱딱하게만 보이던 ENG카메라를 점차 편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경찰서 스케치나 날씨 영상 등을 실습해보며, 뷰파인더 속에 존재하는 세상과 친근해지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점은, 점심시간마다 이루어지는 ‘맛집 기행’이었다. 직장생활을 잠시나마 해보았던 우리는, 점심을 무엇으로 때울지를 고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던 터라, 매일매일 새로운 미각을 발견시켜주는 선배들과의 점심시간이 가장 큰 즐거움의 하나였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을밀대’의 평양냉면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맛의 영역이 아니었다) 이렇듯 교육과 친교가 적절히 어울려지면서, 우리의 MBC생활은 시작되고 있었다.

 이제 겨우 일곱 번. 어색한 사원증을 목에 걸고 MBC에 출·퇴근한 숫자다. 아직은 너무나 낯설고 당황스러울 때도 많지만, 이 숫자가 칠십 번, 칠백 번이 될 쯤이면 우리는 당당하게 스스로를 카메라기자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4800만 국민의 시선을 그려준다는 자신감, 사실을 넘어 진실을 밝힌다는 사명감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을 것이다.

 2007년. 이제 우리는 우리가 절실하게 사랑해야할 대상을 만났다. 두고 봐라. 정말 열렬히 사랑할 것이다.

박주일 / MBC 신입 카메라기자


  1. No Image

    2007 MBC와 사랑할 시간

    <안녕하세요? 2007 신입카메라기자입니다> 2007 MBC와 사랑할 시간 혹독하게도 추운 겨울이었다. 뉴스에서는 백년만의 따뜻한 겨울이라고 연일 이상고온을 강조하고 있었지만, 합격자 발표를 초조히 기다리는 두 남자의 심정은 매일 매일이 혹한기였다. 그렇...
    Date2007.02.20 Views5798
    Read More
  2. No Image

    19대 총선과 보도영상의 공정성 세미나 개최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회장 태양식)는 5월 25일 오후 6시, 서울 그린월드호텔에서 ‘19대 총선과 보도영상의 공정성’ 세미나 및 제43회 이달의 카메라기자상 시상식을 개최한다. 이 세미나는 미디어 정치 시대의 영상저널리즘은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고 바...
    Date2012.04.28 Views2678
    Read More
  3. 19대 대통령 선거 무엇을 보도 할 것인가 -방송언론의 독립 없이 진정한 민주주의 없다.

    19대 대통령 선거 무엇을 보도 할 것인가 방송언론의 독립 없이 진정한 민주주의 없다. 1987년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 방송사들은 정권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되고 간섭에 영향 받지 않는 공정방송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영상취재 준칙 제...
    Date2017.05.23 Views419 file
    Read More
  4. 12월 1일 이후 지상파 DMB 방송 시작과 낮방송 확대

    12월 1일 이후 -지상파 DMB 방송 시작과 낮방송 확대 지상파 DMB 방송이 시작되었다. 또 낮 시간 방송연장으로 시청자들은 장소와 시간에 구애 없이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방송시간 연장은 단순한 방송의 연장이 아니고 콘텐츠양의 증가를 의미한...
    Date2005.12.16 Views6319
    Read More
  5. 100호 발행 축사-박원순 시장

    영상저널리즘의 바른 길을 모색하는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의 회보 <카메라기자>가 벌써 발행 100회를 맞았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전국 현장 곳곳에서 고군분투 하고 계실 방송카메라기자 여러분들이 흘린 땀과 열정이 맺은 결실입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
    Date2015.09.07 Views1517 file
    Read More
  6. 100호 발행 축사- 양동암

    카메라기자의 생각을 공유하는 신문 어떤 과거의 일은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한 장의 사진처럼 떠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카메라기자 신문 100호 기념 원고 청탁을 받고 떠올려본 2003년. 그 기억 역시 겨울의 끄트머리 충무로 인쇄골목의 여백이라는 조그만 ...
    Date2015.09.04 Views1268 file
    Read More
  7. 100호 발행 축사- 심상정 대표

    무더운 여름날, 땀은 비 오듯이 흐르고 걸음 속도에 맞춘 뒷걸음질이 아슬아슬 합니다. 눈이 뒤에라도 있는 양 능숙한 발걸음이지만 한 눈에 보아도 육중한 카메라가 더 없이 묵직해 보입니다. “조심하세요” 라고 말씀드리려는 찰나 사방에서 질문이 쏟아지고,...
    Date2015.09.07 Views1123 file
    Read More
  8. 100호 발행 축사- 신진수

    충무로의 밤을 지키고 있을 또 다른이들에게 “신차장, 협회 편집부장 좀 맡아줘..” “헉! 선배.. 다른 어떤 일이라도 다 맡을 테니 신문 만드는 것만은 제발 좀…” 팀 선배인 태양식 회장이 2011년 카메라기자협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회장사 후배로서 당연히 협...
    Date2015.09.04 Views1086 file
    Read More
  9. 100호 발행 축사- 성인현

    100호에서 200호, 300호가 되길 바라며. 내가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신문을 발행한게 17호부터였으니 벌써 10년이 넘은 일이다. 당시에는 월간지였고, 한번은 16면으로 증면 발행한 기억도 있다. 협회보가 친목의 장으로써 우리 회원들의 동정이나 알아야할 ...
    Date2015.09.04 Views1083 file
    Read More
  10. 100호 발행 축사- 문재인 대표

    반갑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문재인입니다. 먼저,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의 카메라기자협회보 100호 발간을 대단히 뜻 깊게 생각하며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아울러 역사의 현장에서 최고의 영상을 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신 카메라기자 여러분들의...
    Date2015.09.07 Views1432 file
    Read More
  11. 100호 발행 축사- 김무성 대표

    안녕하십니까?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김무성입니다. 카메라기자 100호 발행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1987년 창립 이래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는 우리나라 자유언론의 발전과 방송문화 창달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습니다. 현장을 밤낮없이 발로 뛰며 시대...
    Date2015.09.07 Views1563 file
    Read More
  12. 10.29 참사 취재한 영상기자들, 심각한 트라우마 호소

    10.29 참사 취재한 영상기자들, 심각한 트라우마 호소 영상기자들, ‘확장된 기억’ 때문에 트라우마 피해 다른 언론직종 비해 더 심각 10.29이태원참사 초기, 참사현장과 합동분향소, 영안실 등을 취재했던 많은 영상기자들이 심각한 취재트라우마를 호소하고 ...
    Date2022.12.28 Views252 file
    Read More
  13. No Image

    -건의-카메라 로고 스티커 제작합시다.

    ytn 윤원식입니다. 예전에 한국방송카메라기자 스티커 제작하지 않았습니까? 소속감도 생기고 좋더군요. p2나 xdcam 으로 바뀌면서 안 붙여져 있는데, 새로이 제작해서 회원들이 붙여서 다닐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 카메라 부착 스티커 ...
    Date2010.02.27 Views5255
    Read More
  14. No Image

    - 경찰서 마다 외부 연결 인터넷 라인이 있다면?

    어제 동대문 경찰서 성폭행범 찍으러 갔었드랬습니다. 경찰서 취재 많이 가는데요. 요즘 각사가 대부분 인터넷 송출을 합니다. 많이 하죠. 근데, 인터넷 송출할 경우 경찰서 취재때는 항상 pc방을 찾거나 주변 인터넷이 되는 곳을 찾느라 밖으로 나가 시간을 ...
    Date2010.07.17 Views4269
    Read More
  15. No Image

    (칼럼) 영상기자 2세대의 자가당착(自家撞着)

    영상기자 2세대의 자가당착(自家撞着) 1950년 한국전쟁의 발발과 함께, 등장한 한국의 영상기자는 올해로 61년의 직업적 역사와 전통을 가지며, 발전해오고 있다. 60여년 ‘한국영상저널리즘사’에 있어서, 영상기자 2세대는 한국영상저널리즘의 아버지들이라고 ...
    Date2011.05.21 Views3509
    Read More
  16. No Image

    (줌인)방송카메라기자에 대한 폭행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방송카메라기자에 대한 폭행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지난 2월1일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에 대한 선거 공판과정을 취재하던 KBS 정환욱 기자가 취재를 막으려는 SK측 경호원에 의해 발등 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포토라인이 무너지는 ...
    Date2013.03.29 Views2441
    Read More
  17. (줌인) 카메라기자의 빈자리

    카메라 기자의 빈자리 신고한 지 150일 만에 송환된 정유라를 공항에서 체포한 검찰과 그 뒤를 쫓는 위험한 레이싱이 도로 위에서 무법을 양산했다. 중앙선을 넘고 호송 차량을 가로막으며 속도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뉴스는 계속된다. 생방송을 연결한 회사는 ...
    Date2017.07.20 Views713 file
    Read More
  18. (줌인) 영상저널리즘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영상저널리즘의 재정의가 필요하다 2013년 5월 미국에서 8번째로 큰 신문사인 ‘시카고선 타임즈(The Chicago Sun Times)’는 퓰리처 상을 탄 베타랑 존 화이트(John H. White)를 포함한 28명의 정규직 사진기자들을 해고했다. 프리랜서 사진기자들을 고용해서 ...
    Date2018.03.15 Views846 file
    Read More
  19. (줌인) 뉴스 영상 저작권 시대를 열며

    줌인(카메라기자 107호) 뉴스 영상 저작권 시대를 열며 뉴스 영상 저작권 시대가 열렸다. ‘언론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실현’을 위해 노력한 카메라 기자의 땀과 열정이 그 결실을 보게 된 것으로 자축하지 않을 수 없다. 방송 뉴스 미디어의 선진국이라 자부...
    Date2017.06.21 Views904 file
    Read More
  20. (줌인) 뉴스 그리고 ‘재현의 공간’

    뉴스 그리고 ‘재현의 공간’ 인간은 공간에 기초하여 삶을 뿌리박고, 사회적 관계를 영위하며 살아간다. 이런 공간에 대해 르페브르는 지각 공간으로 물리적 구체화를 만들어 ‘공간적 실천’을 하면서, 지식과 기호, 코드 등을 사용하여 ‘공간을 재현’해 구체화...
    Date2017.08.29 Views439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Next
/ 40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