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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 기획보도>
SBS 최대웅


 



제37회 한국영상기자상 수상소감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 '가해자' 대한민국에 대한 고찰


SBS 최대웅.jpg


 ‘가해자’ 대한민국에 대한 취재를 앞두고 생각이 많아졌다. 얕은 지식으로 ‘과거에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실제 그 현장을 되짚어 찾아간다니... 우리 역사의 과오를 스스로 파헤쳐 널리 알리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인지, 그리고 베트남 현지 취재는 순조롭게 될 것인지조차 불분명했다. 많은 생각과 불확실함을 잔뜩 안고 베트남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 1968년 2월 12일 베트남전에 파병된 국군 해병대 청룡부대가 ‘퐁니·퐁넛’ 마을에 진입, 게릴라 색출을 명분으로 어린이와 여성, 노인을 비롯한 마을 주민 70명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이 사건 피해자인 ‘응우옌 티 탄’ 씨는 최근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승소했는데, 베트남인 학살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법적 책임을 최초로 인정한 의미 있는 판결이었다. SBS는 선고 이후 실제 민간인 학살 현장을 찾아가 생존 피해자들의 육성 증언을 기록으로 남기고, 기획보도를 통해 국내에서의 지속적인 관심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베트남 다낭에서 차로 수 시간. 한국에선 휴양지로 더 잘 알려진 다낭의 복잡한 관광지와 아름다운 해변을 지나 한국군이 주둔했던 작은 마을에 도착하니 비로소 현실감이 들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학살의 흔적과 기록(위령비, 증오비)은 생생하게 남겨져 후손들에게도 그날의 만행을 알리고 있었다. 한국에서 온 우리를 만나주지 않거나 적개심을 갖고 대하는 건 아닐지 걱정했지만, 대부분의 생존자들은 오히려 멀리서 취재를 와준 것에 감사해하며 오래된 이야기를 가슴 속에서 하나둘씩 꺼내놓았다.


 당시 8살이었던 ‘응우옌 티 탄’ 씨는 총에 맞아 쓰러진 어린 동생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며 눈시울을 붉혔고, 죽은 가족들의 시신을 밟고 도망치던 그날의 감촉이 아직도 생생하다던 ‘응우옌 티 홍’ 씨도 있었다. 그들에게 우리 국방부가 판결에 항소한 사실을 알리니 총, 칼에 망가진 내 몸이 증거라며 저마다 옷을 들쳐 보이기도 했다.


 베트남 취재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류진성 씨를 만났다. 그는 퐁니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살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고백한 몇 안 되는 참전 군인이었다. 무고한 양민의 죽음을 목도하고도 죄책감이 들지 않았던 자신을 변화시킨 건 다름 아닌 ‘시간’이었다고 밝히며,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게 내가 바라는 대한민국’이라고도 말했다.  노병의 말처럼 지난 역사의 과오를 인정하고 다시는 이러한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부족한 작품에 좋은 평가를 해주신 협회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리고, 쉽지 않았던 취재를 함께하며 매 순간 머리를 맞댄 김상민 기자와 물심양면 도움 주신 SBS 영상취재팀 팀원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최대웅 / SBS 17-3 SBS 최대웅.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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