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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지국 3년의 단상

카메라기자 특파원, 그 존재의 의미

 얼마 전까지 우리 지국은 FTA 협상 때문에 진땀을 뺐다. 한국 본사에서는 한미FTA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 원하는데, 정작 미국 현지는 미국이 한국하고 FTA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였다. 막판 타결 때도 미국 언론은 짤막한 리포트 한 꼭지로 결과를 전하는 정도였다. 그러니 FTA 협상에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아닌 미국 국민들의 반응은 말 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국 본사에서 계속되는 뉴스 속보로 인해 미국 측 반응에 대한 소식을 그 때 그 때 전해야 했는데, 미국 국민뿐 아니라 백악관, USTR, 언론 등에서 나오는 반응이 거의 없어 애를 먹었었다.  

 특파원의 경우, 가장 난감한 일이 이번 FTA처럼 우리나라에서는 특정 사안에 대해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상대국의 반응을 매우 궁금해 하는데, 정작 그 나라에서는 뉴스로 전할 만한 꺼리가 없을 때인 것 같다. 이런 경우 취재기자, 카메라기자 할 것 없이 가장 필요한 것은 순발력이다. 취재기자는 취재기자 나름의 리포트에 대한 순발력을 보여주고, 카메라기자 역시 시청자가 원하는 뉴스를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그 순간에 차질 없이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기민함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카메라기자 특파원이 없다면, 영상 취재 전문가가 아닌 현지 크루에게 이런 기민함을 기대하기가 어렵고, 또 대한민국 국민의 시각에서 보는 영상 뉴스의 제작은 어렵다고 본다. 현지 크루의 경우, 영상 취재 전문가가 아닌데다, 현지인이나 교포를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 국민이 원하는 뉴스, 즉 깊이 있는 국제 뉴스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카메라기자 특파원이 있는 경우에도 문제는 있다. 취재기자 특파원 3명이 나가 있는 지국의 경우, 카메라기자 특파원 한 명이 매일 2~3개의 리포트를 제작한다. 그러다보니 그에 따르는 인터뷰나 관련 컨퍼런스 취재, 기자들 스탠드 업을 하는데 발이 묶여, 카메라기자 특파원으로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아이템을 제작할 시간적인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어쩌다 순서가 되어 참여하는 ‘특파원 현장 보고, 세계를 가다’의 경우도 매일 소화해야 하는 스케줄이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짧은 시간 내에 취재를 끝내고 복귀해야 한다. 정말 여유가 없었을 때는 7분짜리 한 편을 제작하는데 오전에 시작해서 그 다음날 새벽 한 시까지 촬영을 하고 아침 비행기로 돌아온 적도 있었다. 다시 말해 한 명의 카메라기자 특파원으로는 커버하기 어려운 분량임에도 카메라기자 특파원 증원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점 또한 문제이다.

 그리고 카메라기자 특파원의 경우 인근 출장을 갈 때, 취재기자와 둘이 간다. 오디오맨의 동행이 함께 동행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장소 이동할 때마다 장비 챙기랴, 인터뷰할 때마다 마이크 설치하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렇게 버둥거리다보면 힘이 다 빠져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정신이 혼미하다. 이렇다 보니, 취재기자 역시 함께 버둥거리게 되고 취재기자의 취재에도 방해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인원’이 ‘비용’이란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방송 뉴스 전문가로서 우리는 양질의 뉴스를 시청자에게 전해야만 하는 책임이 있다. 효율적이라는 명목 하에 뉴스 제작자로서의 책임을 도외시하는 것 그것이 바로 비효율이고, 비능률일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방송사의 카메라기자 특파원이 열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숫자인 것을 알고 있다. 방송사의 수익 구조가 나빠지고 있는 시점에서 카메라기자 특파원 증원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TV 뉴스가 진정한 경쟁력을 가지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차별화된 뉴스를 생산해 내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비용 절감’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지만, 뉴스 품질 향상으로 말미암은 경쟁력 제고에는 한계가 없음이다. TV 뉴스의 반은 영상이다. ‘영상 뉴스’가 경쟁력을 갖는 길에 대해 모두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가 경제력에 맞게 보도부문에서 품격 높은 국제뉴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카메라특파원 확대는 필요할 것이다. 언제까지 외국 언론사의 시각으로 취재한 영상을 받아야 하나? 최근에는 APTN이 평양에 지국을 개설했다고 한다. 우리도 비용에만 얽매인 근시안적인 사고가 아닌 보다 전략적인 사고로 특파원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국제뉴스의 경쟁력은 영상콘텐츠에서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중완 / KBS 워싱턴지국 카메라기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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