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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카메라기자 특파원의 필요성

 중국에서 근무한 3년 동안 ‘카메라기자’는 늘 마음의 부담이자 풀어야 할 숙제였다. 2004년 2월 YTN의 두 번째 베이징 특파원으로 부임했을 때 중국발 리포트는 거의 대부분 전화 녹음으로 제작됐다. 지국 사무실도 없었고 카메라 장비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NTSC 방식의 소니 6밀리 카메라가 있긴 했지만 거의 쓸 기회가 없었다. 제2차 6자회담 개최, 북한 김정일 위원장 중국 방문, 룡천 폭발 사고, 탈북자들의 공관 진입 등 중국에서 발생하는 기사들이 꽤 많아져 하루 하루 전화 연결하고 리포트 제작하기도 바쁜데 익숙치 않은 카메라를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TV 기자가 매일 현장 스탠드업도 없이 자료 화면을 써서 리포트를 하다 보니 답답함과 자괴감이 들었다. 집 한 켠에 방치돼 있던 카메라는 가끔 세상 빛을 보기도 했다. 시간이 넉넉한 기획 취재를 하거나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베이징 특파원들이 집단으로 취재를 할 때에는 할 수 없이 이 카메라를 써야 했다. 어느 날 특파원으로 일하는 동안 스스로 촬영을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소한 곳에 가서 외국어로 취재하기도 만만치 않은데 해보지도 않은 촬영이 제대로 될 리가 있겠는가. 차라리 현지에서 사람을 사서 촬영을 하고 절약되는 시간에 취재를 많이 해서 충실한 리포트를 많이 만드는 것이 더 나을 것이었다.

 그래서 2004년 봄 중국 동북 지역의 지린성 일대를 취재할 기회가 생겼을 때 중국인 경력 카메라맨을 고용해서 동행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비교적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서울에서의 취재와는 달리 서로 의도가 잘 맞지 않고 촬영 기법도 달라서 완성도가 높지 않은 결과물에 만족해야 했다. 다행히 몇 달 뒤에는 YTN도 지국 사무실을 열고 현지 카메라맨을 고용해 현장 취재를 할 수 있게 됐다. 화면 전송이 걸림돌이었는데 인터넷 기술의 진보에 힘입어 FTP 방식을 도입해 큰 비용 부담 없이 문제를 해결했다. 중국 당국의 인터넷 통제로 인한 전송 장애와 저속도 문제는 아직도 숙제로 남아 있다.

 베이징의 카메라기자 특파원은 여러 종류이다. KBS는 정식으로 특파원이 파견돼 있고 YTN과 MBC는 현지 고용 카메라맨, SBS는 서울에서 파견된 프리랜서가 주촬영을 맡는다.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역시 최선의 해법은 정규 특파원이 촬영을 하는 것이다. 정규 카메라기자 특파원은 그때 그때 변화가 많은 취재 환경 속에서 신속한 판단을 하고 적합한 영상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제 실력을 발휘한다. 편폭이 짧은 데일리 리포트는 물론이고 호흡이 긴 기획 취재에서는 더 큰 차이가 난다. 취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자발성은 다른 환경에서 다른 교육을 받아온 현지 카메라맨에게는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 방송사의 베이징 지국에 현지 고용 카메라맨이 많은 이유는 저렴한 인건비와 중국어 구사능력 때문이다. 혹독한 IMF를 겪은 이후 방송사들도 비용 측면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앞으로 방송 경영 여건이 더욱 개선돼 많은 정규 특파원들이 파견되고 현지 고용 카메라맨이 훌륭한 보조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김태현 / YTN 보도국 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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