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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가정의 달 특집 - 카메라기자와 가족 Ⅲ>

우리 신랑 이재섭, 너무너무 사랑합니다!

 평일 아침, 야근을 마치고 돌아오는 남편의 점심상을 준비한다. 순두부찌개와 호박볶음, 그리고 엄마가 가져다주신 김치와 밑반찬들... 남편은 들어오자마자 잠을 잘 것이고, 잠에서 깬 뒤 먹을 것을 찾을 것이다. 그땐 내가 유치원에 있으므로 밥을 미리 차려놓는다. 메모지에 수고했다는 한마디 적어 밥상 위에 올려놓고 출근.

 결혼 1년 차 신혼부부이자 연애 9년 차 연인인 우리… 우린 고3때 입시학원 셔틀버스(봉고차)에서 처음 만났다. 만나면 만날수록, 서로를 더 알게 될수록 맘에 드는 것이 많아졌고, 그렇게 우리는 아직까지 서로를 알아가는 중이다.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성적이었던 나, 감성적이기보다는 이성적이었던 우리 신랑. 이재섭씨는 참 신기하고 대단한 사람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이 있으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또 대부분 이뤄 낸다. 그리고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내 앞에서는 한없이  아기 같기도 하고 또 가끔은 바보 같을 정도로 빈틈을 많이 보인다. 나에게 꼭 “채워주세요~” 라고 말하듯이… 그래서 더더욱 이 사람에게 빠져 드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진정한 선수랄까?

 카메라는 아주 오래전부터 그의 곁에 있었다. 그리고 그가 제일 자신감 넘쳐 보일 때는 카메라와 있을 때다. 그는 그렇게 자신의 꿈을 준비했고 마침내 KBS 카메라기자가 되었다. 남편이 KBS에 들어간 이후부터 뉴스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남편이 카메라기자여서 좋은 점은 그 당시 이슈에 대해 남들보다 더 자세히, 있는 그대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 어디서 어떤 취재를 했는지 집에 오면 재잘재잘 잘도 얘기해준다. 한번은 아주 재밌는 일도 겪었다. 결혼 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의 마지막 한일전 때의 일이다. 전날 말하기를 응원전을 촬영하러 갈 건데 아직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전화하면 응원하는 곳에 나타나라는 것이었다. 약속대로 다음날 장소가 정해졌다며 나오라는 곳이 ‘찜질방’이었다. 처음으로 화장을 하고 불가마에 가봤다. 사람들 틈 사이에 끼어서 열심히 응원했고 남편은 그걸 열심히 찍었다. 같이 식혜도 먹고, 야구도 보고… 재밌었던 기억이다. 하지만 남편의 일이 늘 이렇게 재밌는 것만은 아니다. 안타까울 때가 더 많다.

 황사현상에 대한 날씨 뉴스가 나오면 ‘저 황사 우리 신랑이 다 마실 텐데…’ 화재현장이 나오면 ‘유독가스 마시고 쓰러지지는 않으려나…’ 눈, 비 자연재해가 나오면 ‘저 몇 컷 찍으려고 얼마나 떨었을까…’등등 뉴스 보며 맘 졸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한번은 화재현장에서 더 생생한 화면을 잡는다고 소방관들이랑 같이 불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남편은 그때 좋은 화면을 찍었다고 선배들에게 칭찬을 받았다며 좋아했지만, 말하는 동안에도 계속 잔기침을 하는 남편을 보고, 나는 얼굴은 웃어주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었다. ‘좋은 화면 안 찍어도 좋으니 제발 몸조심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남편이 선택한 일이기에 그냥 웃어주며 용기를 줄 수밖에 없었다.

 이제 7월 말이면 우린 엄마 아빠가 된다. 지금도 우리 자신이 참 어리다고 느껴지는데, 이 어린 부부가 엄마 아빠가 된다니 나 스스로도 그림이 안 그려진다. 우리 아기는 아빠의 직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자랑스러워하겠지? 그러나 늘 지친 모습으로 집에 들어와 주말이면 수면부족의 후유증으로 소파와 침대를 찾아 해매는 모습을 보고도 자랑스러워할까? 하지만 우리 아기도 언젠가는 시청자를 위해서 불철주야 뛰어다니는 아빠의 진정성을 알아줄 날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난 그를 위한 밥상을 차린다. 결혼 전 요리라고는 라면밖에 끓이지 못했던 나지만, 요리책을 커닝 페이퍼 보듯이 옆에 꼭 붙여놓고 그가 맛있게 먹는 상상을 하며 오늘도 주방을 어지럽힌다. 우리 신랑 이재섭 씨를 너무 너무 사랑하기에…

김미정 / KBS 보도본부 영상취재팀 이재섭 기자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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