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에 긴장하라
8년 만에 열린 영상통화시대
입사한 1999년, IMT2000이라는 화상통화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밀레니엄을 맞아 2000년부터 곧 열린다고 통신회사들은 대대적으로 떠들어댔다. 그리고는 몇 년 동안 소식이 감감하더니 2007년에 들어서니 SHOW니 3G플러스니 대대적인 광고를 하며 본격적인 영상통화시대를 열었다. IT강국이니 통신강국이니 하는 우리나라에서 왜 2000년부터 가능하다고 해놓고 이제야 구현되는 걸까? 엔지니어가 아니어서 자세한 기술적 사항은 모르겠지만 쉽게 생각하면 네트워크 소위 무선인터넷속도의 문제였던 것 같다. 당시 기술적으로는 가능했는지 몰라도 영상이 오가는 것도 따지고 보면 데이터가 오가는 건데 영상이라는 큰 데이터가 오가기 위한 무선 네트워크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또 지금처럼 데이터양에 따라 과금을 하는 방식으로는 어마어마한 요금이 나오기 때문에 그 엄청난 비용을 감수해가면서 화상통화를 할 사람도 없었다. 벨소리 하나 다운받았다 몇 만원이 부과되고 동영상 잠깐 봤는데 몇 십 만원 나와 사회문제가 되는 휴대전화 데이터 요금문제가 영상통화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문제기 때문이다. 그런데 순식간에 시대가 변했다. 소위 무선인터넷시대가 온다온다 하다 정말 열려버렸다. 핸드폰과 PDA, 노트북 같은 모바일 디바이스와 무선인터넷을 기반으로 영상시대, UCC시대가 열린 것이다.
무선인터넷시대, 휴대폰을 주목하자
그럼 무선인터넷 시대는 우리에게 무슨 의미일까?
우리가 먼저 주목해봐야 할 것은 휴대폰이다. 핸드폰에는 음성통화를 하는 전화기 기능과 MP3플레이어, 전자수첩,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캠코더가 복합적으로 들어있고 무선인터넷이 가능해 유선인터넷처럼 만큼은 아니지만 증권, 교통정보와 같은 정보가 이용되고 있다. 사용자들도 갈수록 각종 복합기능과 무선인터넷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작년 방송사마다 #0000이라는 영상제보시스템을 갖추었다. 휴대폰 이용자가 디지털카메라, 캠코더기능을 이용해 촬영한 영상을 무선인터넷을 통해 방송사 수신서버로 보내면 방송사에서는 영상을 테이프로 컨버트해 뉴스에 사용한다. 얼마 전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에서 보듯이 큰 사건사고가 터지면 각 방송사는 휴대폰 영상을 확보하기위해 혈안이 되고 휴대폰 영상은 멋지게 1보를 장식한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휴대폰의 소지품 같은 특성상 사건사고가 벌어지는 현장에서 바로 촬영하고 영상을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휴대폰을 가진 3천만 일반시민이 바로 현장의 기자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요즘 한창 광고하는 영상통화는 한편으로는 영상중계 개념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사건사고 현장에서 중계차와 같은 중계팀들이 오기 전에 휴대폰을 통한 영상중계를 통해 1보를 커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기술상으로는 거의 대부분 사건사고의 경우 일반인들의 휴대폰 촬영 영상과 기자들의 휴대폰 영상중계를 통해 1보를 처리하고 그 이후에야 카메라기자가 ENG카메라로 촬영한 사건 이후 영상이 방송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술적으로만 보면 휴대폰이 모든 것을 다해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 정말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문제점이 많다. MBC가 휴대폰 영상제보시스템을 도입할 2006년 3월 시점에서 봤을 때 동영상 촬영할 수 있는 핸드폰의 보급은 약 40% 남짓이었다. 게다가 동영상을 전송할 수 있는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휴대폰의 보급은 25%이하였다. 휴대폰에서 촬영한 영상을 바로 제보해 달라고 스팟 광고에 뉴스자막에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이 제대로 보급도 안 된 상황이었다. 당시 이동통신사의 예측에 의하면 2006년 말까지 영상전송이 가능한 휴대폰 보급은 40%선을 넘지 않을 것이고 2007년 말에야 60%선까지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영상통화가 가능한 휴대폰의 보급은 단말기 가격과 통화이용료 때문에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
또 무선 인터넷 전송에 있어서도 아직 개선되어야 할 문제가 많다. 이동통신사에서는 기술적으로 약 900kbps 분량의 영상을 보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 번에 약 480kbps, 대략 500kbps이하 12-16초 남짓의 영상만 보내진다. 단신을 내보내기에도 좀 짧은 길이다. 이동통신사에서 말하는 900kbps정도 약 30초 남짓의 영상만 받을 수 있다면 왠만한 단신기사는 소화할 수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이동통신사에서는 동영상 커뮤니케이션을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생각해 적극적으로 프로모션을 하면서도 아직은 빈약한 휴대폰 무선인터넷 네트워크로 인해 비교적 대용량의 동영상전송에 많이 대역폭을 할당할 수 없다고 한다. 정말 도움이 되는 1분정도씩 되는 영상을 받기 위해서는 이동통신사가 네트워크를 더 확대해줘야만 가능해 방송사입장에서는 수동적으로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얼마 전 YTN이 SKT빌딩 벤츠 돌진사고를 영상통화로 방송 중계한 것을 보면 동영상이라는 원칙적인 개념의 끊김 없는 영상을 제대로 제공하진 못하고 있다. 물론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될 것이고 실제로 방송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영상이라는 대용량 데이터의 원활한 유통은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화질의 문제도 숙제다. 휴대폰영상을 두고 화질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별 의미 없을 수도 있지만 HD시대를 앞두고 방송영상의 화질은 비약적으로 개선되고 TV의 크기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휴대폰영상이 40인치 50인치화면에서 보여질 때 제대로 피사체를 식별하기 어려운 화질의 문제가 있다. 휴대폰영상의 화질을 높이면 용량이 커져 전송에 문제가 있고 많은 시간을 전송하기 위해 낮추면 화질이 너무 안 좋아 방송에 적합지 않다. 동영상 파일을 업컨버트해 화질을 약간 개선시켜 사용하기는 하지만 원본 화질을 많이 개선시킬 수는 없는 한계가 있다. 이 또한 휴대폰 제조사가 동영상 화질을 개선시켜주기를 기다려야만 하는 수동적인 상황이다.
이상의 문제는 따지고 보면 기술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지엽적인 수준의 문제다. 중요한 것은 불과 1년 반 전까지도 이런 기술과 이런 시스템들이 우리 업무에 적용될지 상상도 못했다는 점이다. 벌써 미래의 일로만 여겨졌던 촬영한 영상을 노트북에서 MP4 파일로 인코딩해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와이브로나 HSDPA와 같은 무선인터넷으로 전송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앞으로도 새로운 수많은 IT기술들이 등장할 것이고 신기술은 어떤 식으로 우리의 업무패턴을 변화시킬지 모른다. 휴대폰 동영상 제보 시스템의 도입에 있어서도 타 기술부서에서 개발한 경우와 카메라기자 자체적으로 개발 및 안착시킨 두 가지 케이스가 있는데 후자가 더 뉴스제작 현업에 이용할 수 있도록 업무중심으로 디자인돼 초기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 이제는 기술은 단지 기술부문의 일이라고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카메라기자가 적극적으로 개발, 적용단계에서부터 기술을 받아들이고 이용해야 무한 경쟁시대의 취재환경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이창훈 / MBC 보도국 영상취재2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