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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에서] 


'타이완대지진 현장취재기'

타이완 지진. 언론인으로서의 '선택과 소회' 


10면) SBS하륭_타이완 지진 취재 후기1.jpg




이름 모를 타이베이 거리에서 TVU 중계를 마치고 인도에 걸터앉았다. 타이베이 타오위안 공항에 도착한 건 뉴스 시작 한 시간 반 전. 1보를 급하게 막았다. 오늘 아침 출근길은 서울이었는데, 퇴근길은 타이베이가 되었다. 지진은 타이완 화롄 현에서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20km이며 규모는 7.2로 관측되었다. 타이베이에서 화롄현까지의 거리는 대략 160~170km. 우리는 밤사이 화롄현으로 갈 계획을 세워야 했다.

현지 가이드의 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 9시였다. 우리는 그 시간까지 호텔을 잡지 못했다. 화롄현으로 가는 계획이 세워져야 숙소 위치를 정할 수 있었다. 타이베이에서 화롄현으로 가는 직선 도로가 막힌 상황. 현지 가이드는 여러 대안을 제시했다.


1.   타이완을 한 바퀴 돌아서 남부에서 화롄현을 들어가는 방법. 대략 10시간, 742km를 운전을 해야 함. 

      그 사이에 남부도로 역시 막힐 수 있는 위험성이 있음.

 

2.  쑤아오 진까지 가서 선박을 알아보는 방법. 타이베이에서 쑤아오 진까지는 3~4 시간이 걸린다. 비교적 화롄현에서 가까운 항구도시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 도로나 기차가 뚫리면 화롄현으로의 갈 수 있음. 진입을 못한다면 쑤아오 진에서 화롄현에 못 가는 현지인들을 취재하는 방법도 고려 가능함.

 

3. 다음날 오전까지 타이베이에서 교통상황을 보고 결정하는 것.



우리는 격론 끝에 수아오 진으로의 이동을 결정했다. 그때 시간이 이미 저녁 11시 반을 넘고 있었다. 다시 짐을 챙겨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현지 가이드는 터널 운전이 졸리다며 해발 2000m이상의 산길 운전을 선택했다. 그렇게 쑤아오 진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두 시 반이었다. 선박을 알아보기 위해 두 시간을 자고 오전 다섯 시에 다시 모였다. 새벽에 차량을 선박에 태우고, 쑤아오 진에서 화롄현으로 갈 수 있는 전철을 알아냈다. 그렇게 오전 10시 반에 화롄현에 도착했다. 비교적 화롄현에 일찍 도착했지만, 그날 타사들도 늦게나마 화롄현에 입성했다. 두번째 방식을 선택한 언론사가 있었는데, 남부에서 고립되어 인근 파출소에서 밤을 샜다는 얘길 들었다. 순간의 선택으로 우리는 이번 출장을 순항하게 되었다.

현지의 일부 건물들이 무너졌지만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우리가 취재할 당시에는 13명이 사망했다. 130여 명이 고립되었지만 그들은 대부분 전화 연락이 되고, 식량의 공급을 받으면서 안전하게 머무르고 있었다. 이번 지진이 1999년 대만 중부 난터우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지진 이후 25년 만에 발생한 강진이다. 당시 2,415명의 사망자를 냈다. 그 후 대만은 지진 대비에 충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재난예방 보호법을 시행했고, 내진 설계를 의무화했다. 일부 영향을 받은 건물들의 경우에는 빠르게 철거하거나, 시민들의 보호를 위해서 군경이 합동으로 구조에 나섰다. 이번 지진의 상징적인 건물이 된 기울어진 톈왕싱 건물의 경우 대략 100미터 이내 접근을 막았다. 영상기자 입장에서는 근접이 안된다는 점이 매우 아쉬웠지만, 가이드라인은 모든 언론사들에게 엄격하게 적용했다. 타이루거 국립공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립공원 입구에서 출입이 계속 막혔다. 재난상황에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사항은 인명구조, 사고 수습이다. 당국의 명확한 판단은 불필요한 경쟁을 자제하게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자체 판단을 실패하기도 했다. 금지 구역에 들어갔던 부분허가 없이 드론을 날렸던 선택에 대해서는 다시금 한국에 돌아와서 반성한다. 당시 드론을 날린 언론사가 한 곳 있었는데, 우리나라로 따지면 국방일보 같은 곳이었다. 타이완의 군 언론사도 드론을 날린 지 5분 만에 경고를 받고 착륙시켰다. 화롄현에서 드론을 날린 언론사는 한국 언론사 2곳 외에는 없다.

톈왕싱 건물 앞은 전 세계 언론사들의 중계 포인트였다. 비가 오는 날에는 대형 천막을 쳐서 무리 없이 중계 가능하도록 협조해 주었다. 우리가 취재를 위해서 움직일 때면 회롄현 주민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누군가는 우리를 보고 햄버거를 가져다주기도 하고, 누군가는 음료수나 버블티를 돌렸다. 사실 재난현장에서 기자들 역시 열악하게 지낼 수 밖에 없다. 그런 현장을 이해해 주고 도움 받는 경험은 기자 생활에서 처음 해보는 것 같다.

타이완 국민들은 대체로 언론을 신뢰하고 의존한다고 한다. 물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국민들도 당연히 있다. 재난 상황에서는 언론이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평가하며, 대체로 언론을 통해서 안전과 정보를 얻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언론이 불신을 얻게 된 계기는 세월호 오보가 자리 잡고 있다. 이후 모든 재난상황이 정치적 이슈로 번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언론은 민주주의의 기반이자 핵심요소 중 하나이다. 민주주의는 인간 존엄과 자유를 보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판단이 안되는 상황에서는 핵심적 가치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 다시금 내가 서있는 곳에서 좋은 언론을 위한 최선을 선택들을 쌓아가고 싶다.


SBS 하륭 기자  SBS 하륭.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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