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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수중촬영 직무연수를 다녀와서>

또 다른 눈을 갖게 한 특별한 도전

 제주 공항의 문을 열고 나가자, 길 건너 야자나무 가지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꼭 일 년 전의 기억을 되살리는 풍경 - 비바람을 뚫고 나아가던 그 뱃고동 소리… 가슴 속 깊이 혼자 되뇌던 긴 한숨과 초조함… 그리고 파도 - 암흑과 같았던 모비딕의 바다에 또다시 난 던져지고 있었다.

 일렁이는 뱃머리에서 저마다 너스레를 떤다. 누구는 긴장한 듯 누구는 달관한 듯. 그 알 수 없는 말과 모호한 표정들. 바다위에 떠 있는 내 마음을 이 성난 녀석은 알기나 할까? 파도는 계속 거세지고 있었다.

 이번이 세 번째. 처음엔 제주도 밤섬의 암흑 속에서, 두 번째는 푸켓의 산호 품에서, 그리고 또 다시 찾은 제주의 바다는 혹시나 하는 나에게 역시나 자유를 베풀지 않았다. 몸은 이리저리 흔들리고, 눈은 버디를 찾느라 초점을 못 잡고, 숨은 왜 이렇게 차오르는지 애꿎은 수경 탓을 하며 계속 물을 뿜고 있다. 여기저기서 자신의 미숙함과 자연의 불친절을 성토하고 있다. 내 탓과 네 탓이 아닌 그냥 푸념이다. 이 대자연에서의 자유로움을 갈망하는 푸념.

 스쿠버다이빙! 어렵다. 반복적인 장비착용도 혼자 하니 안심이 안 된다. 매번 옆 사람의 동작을 곁눈질로 힐끔 쳐다본다. 서너 번을 점검해야 다음으로 넘어간다. 물속에서는 왜 이리도 굼뜬지… 몸에 안 맞는다고 장비 탓만 할 수 없다. 물속에 들어가면 그냥 ‘사투’라는 표현이 어울릴 법 하다. 이리저리 쓸려 다닌다. 숨 조절이니 중성부력이니 이런 것들은 입문한지 얼마 안 된 초보 다이버에겐 버거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

 앞서가는 동료들이 내 시야에서 사라질까 가쁘게 호흡을 하고, 오리발을 세차게 뻗는다. 그럴수록 뭍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앞당겨지고, 그만큼 동료들의 다이빙 시간도 줄어든다. 미안해야 한다. 그러나 살아야하기에…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많고 투자해야 할 시간이 필요한 만큼 내 몸의 반응은 더딜 수밖에 없다.

 체념이란 단어를 떠올리기엔 포기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있다. 선후배와 함께 느끼는 즐거움에서 그 이유를 찾고 또 다른 세상을 접하는 색다름에 기쁨을 느낀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강한 자력을 느끼게 하는 건 바로 도전이다. 특별한 도전, 세상을 바라보는 눈으로써의 내 직업적 소명이 더욱 더 강한 자극을 발출하게 한다. 다른 눈. 모두가 똑같은 것을 본다면 그 만큼 다른 관점에서 생각 할 수 있는 변화의 기회를 뺏기는 것이다. 진보로 통하는 변화의 기회. 거창하게 말 할 필요도 없다. 분명 특별한 세계의 독특한 이미지들이 내 기억의 주름 속에 이미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좀 버둥거리거나 더디더라도 그 발도 닿지 않는 수평선 위에 떠 있고 싶은 욕구가 바로 이것이다. 바다 속 다이빙! 저 바다의 파도와 바람이 오늘도 그립다.

이형빈 / MBC 보도국 영상취재2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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