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743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제목 없음

<900여 일 만의 복직>

“형, 고마워요!”

 “파업까지 치면 900일 정도 되는 기간이에요. 조합원을 100명이라고 치면 90,000일, 4인 가족으로 하면 360,000일이 걸린 셈이죠. 당시에 희망조합원은 180 명이 넘었어요.”

 2004년 겨울.......

 누비는 곳마다 오랜 설명이 필요했고 내쫓김을 당하면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나가야 했어요. 카메라를 들고 다녔던 손엔 휴대용 좌판이 걸려있어요. 영상취재 할 때와 공통점도 있었죠. 사람들은 우리를 경계 했고 우리가 그들의 가게 앞에 오는 것을 꺼려했어요. 그리고 호기심. “붉은 옷을 입은 멀쩡하게 생긴 저 젊은이들은 누구일까.” “형, 우리는 누구였죠?”

 “우리는 iTV에서 나온 노동잡니다!” 유인물을 돌리며 우리는 쩌렁쩌렁 외쳤습니다.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방송회관 앞에서 그래요 우리는 노동자였습니다. 적어도 실업급여의 긴 줄 앞에 설 때 까지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땅에 사는 쫓겨난 이들과 없는 이들, 수많은 비정규직ㆍ특수ㆍ파견 노동자들과 연대를 시작했어요. 그들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깨닫지 못했지만 그들은 오래전부터 함께 한 내 이웃이었던 거예요. 취재 온 영상 취재기자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더 커졌어요. 형은 그 묘한 기분 아시죠?

 그래요 형은 그 가난한 자들의 양심과 때로는 1만 5,000 발기인들 하나하나의 열망이 되어 혹은 활동가들의 신념에 찬 눈빛으로 우리를 응원하셨어요. 하양 눈발에 빨강 점들로 박혀 그렇게 한국 사회에 불편한 질문들을 던지게 했죠. 매우 추웠고 눈도 많았어요. 하지만 서명 용지 위로 내리는 눈만큼은 뜨거웠어요. 잉크 물은 번지기 전에 닦아야 돼요.  

 형 덕분에 우리 희망조합은 ‘한국TV카메라기자 특별상’, ‘민주언론상’, ‘경기민주언론상’ ‘올해의 프로듀서상’을 받았습니다. 세차장에서, 정수기 회사에서, 통닭을 튀기며, 보험 상품을 설명하며, 일당이 찍힌 통장을 아내에게 내 밀거나 병원에 누워서도 우리는 ‘그날이 오면’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날이 왔습니다. 아니 그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날을 만들 자격만 주어진 셈입니다. 다시 노동자로 돌아왔을 뿐이니까요.

 우리가 겪었던 이 긴 해체와 회복의 과정이 아직 끝나지 않은 방증인가요. 새로운 회사에 여러 고민들이 뒤엉켜 있습니다. 형은 우리들의 협(俠) 앞에 의(義)자를 붙여주셨잖아요. 우리는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뷰 파인더가 안으로 열리고 카메라가 조금 더 무거워진 이유에요. 형, 고마워요.

채종윤 / OBS 경인TV 영상취재팀 기자


List of Articles
제목 날짜 조회 수
<영상취재 가이드> 이렇게 해결하세요 2004.08.05 8621
보도영상 풀(Pool) 못깨나 안깨나? 2004.10.12 8156
회원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5.01.01 8364
뉴스영상의 새로운 위기 - 아마츄어 저널리즘 2005.03.24 7602
미래 지향적 가치 추구 진정한 프로로 거듭나는길! 2005.03.24 7717
"NHK, 눈물의 내부고발"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우리의 모습이``` 2005.03.24 6909
뉴스영상의 원칙 지켜져야 2005.03.24 7436
"훌륭한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겠다." 2005.05.11 6291
민상기 기자의 현장 에세이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 기자로 남겠다." 2005.05.11 6445
뉴스 오디오에 관하여(MBC 오디오 엔지니어```) 2005.05.11 6006
재난취재 안전장비 마련 시급 2005.05.11 6415
카메라기자 그들이 위험하다! 2005.05.11 6133
제2회 이달의 카메라기자상 특별상 위르겐 힌츠페터에게 수여 2005.05.12 6678
위르겐 힌츠페터에 대한 회상 2005.05.12 6667
SBS 위성 DMB 재전송 안한다 2005.05.12 6578
KBS "도자기" 사례로 본 방송영상물 이용과 계약관계 2005.05.18 6367
카메라기자, 재교육 없는 방송 환경 심각하다! 2005.05.23 6017
카메라기자 또한 밥그릇 싸움에 당당히 나서야 한다. 2005.05.23 5937
지나치게 친절한 검찰의 피의자 보호 2005.05.23 6006
지상파 DMB특위, 망식별 부호 도입 왜? 2005.05.27 628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0 Next
/ 40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