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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의 위기와 영상기자

 인문학의 위기, 사회과학의 위기라고 한다. 순수학문 즉, 취업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학문들은 문과와 이공계를 막론하고 고사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 지금의 대학현실이다. 20-30년 전만 해도 대학의 중심에 서있던 인문사회과학의 다양한 학과들이 소수의 소위 돈 되고 출세하는 학과만을 남기고는 모두 사라질 위기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학과들은 살아남기 위해 학생들을 손짓할 수 있는 그럴 듯한 이름으로 과명을 바꾸기도 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대학의 현실은 이미 돈과 편리 중심으로 사고되는, 사회적 대세가 그대로 반영 된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좀 더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것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복잡하고 귀찮고, 낡은 것이 되어가는 분위기다. 서점을 나가보면 진지한 교양서적 보다는 실용서가 판을 치고, 우리의 삶과 문화, 역사를 담은 소설 보다는 가볍거나 아니면 외국에서 흥행에 성공해 국내시장에서의 실패가능성이 적은 번역서가 판을 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어려운 시대 수많은 사회적 현상들 중 하나라고 그냥 넘겨 버리기도 쉽지만, 이 현실이 곰곰이 따져보면 영상기자 우리자신과도 알게 모르게 큰 관련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치 않다.

 작년 필자는 보도영상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한 적이 있었다. 보도영상의 역사를 정리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인간의 표현, 기록, 소통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따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영상매체가 등장하기까지 인간의 역사가 만들어 온 다양한 표현매체와 그것들이 인간의 삶과 사회에 미친 영향들을 역사적으로 이들을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영상매체가 발전해 오면서 걸어야 했던 질곡과 발전의 길, 그 길을 걸었던 많은 영상전문가들과 영상기자들의 삶의 문제가 글을 써갈 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어, 역사와 사회의 발전 역사 속에서 보도영상의 문제를 고찰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고통의 글쓰기를 수행하며 느낀 점들은 이런 작업들이 사회적으로 폭넓은 사람들의 다양한 고민과 관심 속에 이루어진다면 우리 분야의 발전이 좀 더 확고해 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작업을 취재현장과 방송현장에 서있는 영상기자들이 직접 담당한다는 것은 ‘몇 사람의 의지를 통해 일시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지속적으로 연구 작업을 해나가고, 체계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 작업을 체계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굴까? 바로 세상의 문제를 학문적 깊이로 연구해낼 수 있는 인문학적, 사회과학적 호기심과 상상력을 가진 학자들과 수많은 동호인들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미 세상은 그런 학문적 호기심과 상상력,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이 그 세계로 발을 디뎌 놓을 수 있는 가능성을 소위 ‘취업’이라는 경제적 현실을 통해 막아 놓아 버렸다. 부모나 사회 모두 ‘취업’과 ‘돈’이라는 물질적 주제를 우리의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있고, 거기에 이미 아이들은 오염되어 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대학을 갓 들어오는 신입생들과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인간과 사회 같은 거창한 주제도 어릴 적의 순수하고 진지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영상의 역사나 영상기자, 뉴스영상 한 컷의 사회적 가치가 자신의 인생을 걸어볼 만한 독창적인 연구나 학문의 주제로 보일 리가 없다.

 이런 인문사회과학이 붕괴되는 현실이 빠르게 진행되다 보면 어느새 우리 영상기자는 박제된 공룡의 모습으로 남게 될 운명을 갖게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밀려온다. 작년 보도영상의 역사를 정리하며 놀란 점 중 하나는 외국의 경우 영상기자들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남아 있고, 그들이 보도한 영상과 그 사회적 영향에 대한 기록과 연구도 언론학의 한 분야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만나는 것이었다. 또 어떤 나라에서는 이런 현실들을 정리해 <영상학>이라는 학문적 영역을 개척한 사례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로 눈 돌려보면 어떨까? 40년 영상기자의 역사 속에서 우리의 언론사와 저널리즘 분야에서 공식적으로 기록되고, 연구되어지는 영상기자들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 그걸 떠나서라도 오늘 나온 영상의 의미에 대한 사내와 사회의 올바른 비판과 비평, 평가를 받아 보는 영상기자들이 얼마나 있을까하는 ‘불편한 현실’의 문제를 떠올려 보게 된다.

 인문학, 사회과학적 상상력과 고민들, 새로운 피의 수혈이 사라져 가는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우리 영상기자의 우울한 미래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옛날 어느 나라의 노인네가 하던 세상걱정과 같은 기우(杞憂)는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늘어나는 영상기자들의 1인 취재, 제작물들이 잘 다뤄지지 않고 있는 이런 현실들에도 눈높이를 맞추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나준영 / MBC 탐사스포츠영상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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