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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인>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멧돼지들이 민가로 내려와 논을 마구 헤집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한강에서 20년 만에 은어가 발견됐습니다. 상류로 올라가는 물고기 떼 모습이 본사 취재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백두산의 봄여름가을겨울을 KBS가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미국 도착 후 잠행을 계속해온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모습이 MBC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SBS가 북한 선수단의 숙소를 단독 촬영했습니다.


따뜻해진 봄날을 즐기는 참새와 노랑지빠귀의 모습이 YTN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각 방송사 뉴스의 앵커멘트의 일부분이다. 영상 한 컷이 한 아이템을 살리고 죽이는 방송뉴스의 현실에서 영상의 단독 취재는 분명 강조해야 할 사안이 틀림없다.


 그런데 저 문장들 속에 카메라를 잡은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앵커멘트에는 보통 촬영주체가 아예 생략되어 있거나 방송사가 촬영주체로 되어 있다. 정작 현장에 나가서 촬영한 카메라기자의 존재는 온데간데없다. 문득문득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라는 앵커멘트를 들을 때마다 우리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문장으로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며칠 전 후배가 신문에 난 사진 기사를 오리는 것을 무심히 지나쳤는데 야근을 하려고 회사에 들어와 게시판을 보니 그 사진 기사가 붙어 있었다.


 중앙일보에 난 사진 기사인데 내용은 이렇다.


 ‘극비리에 방한했던 마이클 헤이든 미국 중앙정보국 국장이 올 3월 27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 들어가는 모습이 중앙일보 기자의 카메라에 잡혔다’ 는 내용이었다.


 기사내용을 읽어보면  촬영주체가 분명히 나타나있다.


 앵커멘트는 취재기자가 작성한다. ‘KBS가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MBC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SBS가 단독 촬영했습니다’, ‘YTN 카메라에 잡혔습니다’등의 표현은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무심하게 사용된 표현일 것이다. 취재기자가 카메라기자의 존재를 무시한 처사라고 생각하고 싶은 건 아니다. 하지만 다음의 기사를 보면 반드시 그렇게 볼 것만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체 유해 논란이 일고 있는 성분이 들어간 중국산 소금이 국산으로 둔갑해 대량유통되고 있습니다. 불법 제조 유통되는 현장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대통령 4년 연임제를 포함한 개헌안 시안을 정부가 모레 발표합니다. 이 개헌안에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지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위 기사도 마찬가지로 앵커멘트의 일부분이다. 각 방송사가 특종취재를 하거나 단독 보도를 한 경우에 대부분 위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다. 누가 취재해 보도하는지 해당 기자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강조된 표현들이다. 앵커멘트에서 ‘카메라에 잡혔다’는 식의 기사들도 대부분 단독 취재나 특종취재일 경우 사용되는 표현들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기사를 쓸 때 ‘○○○ 방송사가 촬영을 했다’, ‘○○○ 방송사의 카메라에 잡혔다’ 또는 ‘무엇이 카메라에 잡혔다’는 식의 표현도 촬영주체를 넣어서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위에서 언급한 신문사의 표현을 빌리면 ‘○○○ 방송사 기자의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정도가 될 수 있는데 이 표현도 촬영주체의 존재감을 나타내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취재기자들에게 요구한다. 앞으로 특종이나 단독촬영의 경우 ‘○○○ 방송사 기자가 촬영했습니다’는 표현을 사용해주길 바란다.


 방송뉴스는 취재기자가 혼자 만들 수 없다. 특히 단독취재나 특종취재의 경우 현장감을 잘 살린 영상과 기사가 적절히 조화를 이룰 때만이 좋은 뉴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방송뉴스는 협업으로 만들어지는 종합결과물이라는 점을 다시금 떠올려보자.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부분일 수 있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듯이 세심한 표현 하나가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는 카메라기자들에게 작은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 방송사 기자가 단독 촬영했습니다’라는 앵커멘트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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