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가재는 고래 편
축구경기를 보다 보면 승부에 집착한 나머지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고 깊은 태클을 해 상대팀 선수에게 부상을 입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가 있다. 태클을 한 선수는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을 당하면 그만이지만 태클을 당한 선수는 선수생명을 보장받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한 부상을 당하는 수도 있다. 이런 경우 해설자는 동료의식을 갖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승부를 떠나 선수들은 필드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 동료인 것이다. 동료임을 망각하고 승부를 위해 동료에게 부상을 입히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 좋은 경기를 관중과 시청자들에게 보여 줘야 선수들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인데 반칙이 난무하면 관중들도 외면하기 마련인 것이다.
가재는 게 편이요 초록은 동색이란 말이 있다. 모양이나 형편이 서로 비슷하고 인연이 있는 것끼리 서로 잘 어울리고, 사정을 보아주며 감싸 주기 쉬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방송사 영상취재 기자들과 신문사 사진 기자들도 취재현장에서 자주 접하게 취재경쟁을 하다 보면 몸싸움을 하게 되고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취재를 위한 것이기에 서로 이해하고 넘어 간다. 가재는 게 편인 것이다. 그래서 양 협회 간 포토라인 준칙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며칠 전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삼성특검 조사를 받고 귀가를 하던 날 기자이기를 포기하고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포토라인 준칙을 무시하고 현장 취재 질서를 무시한 중앙일보 사진기자들의 행동을 보며 마음이 착잡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자발적이든 자발적이 아이든 취재를 방해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심정을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언짢고 가엽기까지 하다.
포토라인은 현장에 있는 모든 기자들의 동의하에 운영되고 지켜야 하는게 마땅하다. 하지만 중앙일보 사진기자들은 임의로 그들만의 포토라인을 만들어 놓고 취재하는 기자들을 방해했다. 이 과정에서 한 방송사 영상취재 기자의 장비가 파손되기도 했다. 홍석현 회장이 차에 오르는 모습을 취재하려던 기자는 중앙일보 기자들에게 끌려 나가는 경우도 발생했다. 중앙일보 기자들은 포토라인을 따르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했다지만 현장의 어떤 영상취재 기자도 그들이 임의로 만든 포토라인에 동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취재에 방해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밟고 우아하게 지나가듯 홍석현 회장이 특검조사를 마치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안전한 귀가라인을 통해 점잖게 지나갈 수 있게 마련해 놓은 포토라인을 수많은 취재진이 무시하고 안전한 귀가를 방해하려 하자 중앙일보 기자들은 얼마나 마음이 조마조마 했을 것인가.
이번일이 처음이었으면 재발방지를 촉구하거나 양심에 손을 얹고 반성하기를 기대해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이기를 포기한 그들에게 재방방지 촉구나 양심에 기대기를 바라는 것은 기대할 수도 없을뿐더러 혹시 그들이 사과를 한다 해도 잠시잠깐의 공염불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향후 유사한 취재현장에서 영상취재 기자들도 취재를 방해하는 행위만을 취재해 그들의 몰상식을 현장에 있는 기자뿐만 아니라 온 국민에게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