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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저작권의 쟁점과 전망" 저자 MBC 류종현 부장>

“영상 매체의 주체인 카메라기자,

저작권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 있어”

<편집자 주> 지난 4월, MBC 보도국 문화스포츠영상팀 류종현 부장이 쓴 ‘현대 저작권의 쟁점과 전망’이 발간됐다. 이 책은 「사이버 스페이스의 법과 기술」(공저), 「네티즌을 위한 e-헌법 Cyber Law」(공저)에 이은 류 부장의 세 번째 저서로 여타 저작권 법률서와는 차별화되었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인터뷰는 류종현 부장의 바쁜 스케줄 관계로 질문을 보내고 답변을 받는 식의 서면 인터뷰로 진행됐다.

1. ‘현대 저작권의 쟁점과 전망’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 주신다면.

한마디로 과학기술의 발전이 곧 저작권의 변화를 주도하였다고 단언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학기술과 저작권법 다 같이 인간의 지식과 삶의 조건을 규정짓는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구조적 요인들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아직도 과학기술과 법의 관계는 자칫 대립적인 긴장 관계로 인식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과학기술이 문화의 일부로 이해되기보다는 여전히 도구적인 문화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과학기술의 급진적인 발전은 마침내 정보통신혁명을 선도하면서 기술융합을 통하여 방송과 통신의 경계도 허물어 가고 있듯이 학문의 경계도 허물고 있습니다. 저는 실제로 어느 법학세미나에서 발표를 주도했던 여성판사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명쾌한 분석을 제시하며 법률적 이해를 높인 비결에 대하여 서슴없이 학제간 연구로 가능했었음을 은연중에 내비쳤습니다.

 이제 우리의 현실로 잠시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매체와 영상콘텐츠가 중시되는 현시대적 상황에서 기술융합이 진행된 지 오래건만 아직도 법과 기술이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미 도래한 지식정보화시대에 기술융합적인 저작권법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우스운 사례를 하나 들어 볼까요. 평소 남녀평등을 강력히 주장하는 어느 여성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동성동본금혼규정을 찬성하느냐?”구요. 서슴없이 적극 찬성한다는 대답이 돌아왔어요. ‘남녀평등’이 다른 의미이고 ‘양성평등’이 또 다른 개념이 아니라면, 우리 함께 잘 생각해봅시다. ‘동성동본(同姓同本)금혼’이라 하면 아버지의 성을 따른 자식들 사이에 (부계혈통의 친족 간에)는 결혼이 금지되는데, 모계혈통의 동성동본결혼은 허용하는 혼인제도 아니겠습니까? 분명히 남녀평등에 저촉되는 일입니다. (물론 가족법이 개정되어 최근에는 자식들이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아주 부분적으로 해소되어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머니의 성을 따르는 아이가 많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여전히 법률적으로도 위헌의 소지가 있는 문제조항이 되고 있습니다.) 위 이야기는 평소 자기주장이 철학적 원칙이나 법률적 이론에 바탕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질 수 있는 자가당착적인 넌센스 사례입니다. 저작권법도 어떤 의미에서는 똑같은 우를 범하고 있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저작권은 민법에 바탕을 두고 있는 사권(私權)임에도 공권(公權)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문득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여성이 동성동본금혼규정을 적극 옹호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적어도 시대착오적인 조항은 마땅히 개정되거나 새로운 입법을 위한 연구가 있어야 합니다. 이 책을 추천하신 법률전문가의 견해에서도 그런 표현이 있었지만, 한마디로 기술의 발전이 저작권법을 변화시킨다는 시각에서 출발하여 미래의 저작권법을 전망하는 내용으로 저술된 새로운 저작권법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이 책을 쓰시게 된 계기는?

 언젠가 모 언론사 신입사원 공채시험문제에 “포르노와 같이 배포나 열람이 금지되는 음란저작물도 저작권으로 보호될까?”라는 문제가 출제된 것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선뜻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리기 쉽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어떤 저작물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것이냐의 여부와 그러한 저작물의 저작권보호와는 별개의 사항입니다. 비록 배포가 금지된 음란물이라 하더러도 저작권법에 의한 저작권보호는 가능하다는 말이지요. 어떤 저작물이든 내용에 근거하여 저작권보호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국과 같은 일부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포르노나 음란성저작물이 저작권법에 의한 저작물로 보호되지 않는데, 그 근거는“법으로 출판? 배포가 금지된 저작물은 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라고  중국저작권법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저작권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구체적인 표현형식”이지,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아이디어”는 산업재산권인 특허나 실용신안 등으로 보호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저작권법에서는“아이디어와 표현의 2분법”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저작권침해에 대한 뉴스 중에 “표현만 바꾸었지 저작권침해이다....”라는 것은 조금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요?

 지금 국제사회에서는 기술이 발전하자 선진 각국들이 앞 다투어 저작권보호기간을 연장하고 있습니다. 지적재산권이 자손 2대까지 혜택을 받도록 한다는 것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저작물 이용기간도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것이 보호기간 연장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러한 저작권보호기간의 연장은 지적재산권을 소유한 국가들에 있어서는 그들의 국익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영상매체의 주체이자 주인임을 자부하면서 영상콘텐츠를 생산하는 우리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별로 심각하게 생각해 본 일이 없다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넓게는 영상콘텐츠의 생산자입장에 있는 방송사와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일부 포털이나 ISP 등과의 권리관계의 재설정문제를 포함하여, 좁게는 최 일선에서 영상콘텐츠를 생산하는 카메라기자의 저작권행사에 관한 문제까지 모두가 연구와 고민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지난해 6월 29일에 발효된 개정 저작권법에 명시된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에 관한 규정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영상저작물의 저작권관련 조항으로서“영상제작자와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협력할 것을 약정한 자가 그 영상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을 취득한 경우 특약이 없는 한 그 영상저작물의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권리는 영상제작자가 이를 양도 받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되어있습니다. 여기서 의미하는“영상저작물”은 연속적인 영상(음의 수반여부는 가리지 아니한다)이 수록된 창작물로서 그 영상을 기계 또는 전자장치에 의하여 재생하여 볼 수 있거나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을 말하고“영상제작자”는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있어 그 전체를 기획하고 책임을 지는 자를 말합니다.

 우리가 현재 취재하는 영상콘텐츠나 저작물의 카테고리를 분류하자면 일종의 ‘업무상저작물’이며 동시에 ‘공동저작물’로 볼 수 있습니다. 법률적인 정의로 설명한다면‘공동저작물’은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창작한 저작물로서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하여 이용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업무상 저작물’이란 예를 들어‘회사의 일원으로 급여를 받고 저작한  저작물’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분류될 경우 그 영상콘텐츠의 저작권은 회사에 귀속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리고 저작권행사는 이른바 “영상제작자”가 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요. 즉, 영상저작물의 저작권문제는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있어 그 전체를 기획하고 책임을 지는 자’인 ‘영상제작자’에게 저작권을 위임하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외국 일부국가의 저작권법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경우“시청각저작물의 저작자의 지위는 저작물의 지적 창작을 실행한 자연인 또는 복수의 자연인에 귀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나라마다 그 국가의 상황에 따라 저작권법이 달리 입법되고 있다는 것은 방송영상물의 제작 과정에 참여한 저작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방송영상물을 방송사가 제작하지 않고 외주를 주는 경우에도 역시 저작권의 귀속과 양도에 대한 법률적 논란이 야기되는 우리 현실과 비교하여 생각할 여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저작권은 여러 가지의 권리가 혼합되어 다발(bundle)로 이루어져 있는 저작재산권과  양도가 불가능한 저작인격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금의‘저작권의 포괄적 양도’ 시비는 주로 이러한 외형상의 ‘공동제작’이나, 사실상의 ‘위탁제작’ 형태를 둘러싸고 야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이해 당사자들 간의 합리적인 합의도출을 위해서라도 누군가가 연구에 나설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로서는 ‘공동제작’이나‘위탁제작’ 형태를 둘러싸고 야기되는 논란의 핵심이 ‘공동제작’이나 ‘위탁제작’의 개념이 모호하고, 영상저작물에서 차지하는 영상을 비롯한 음향, 조명 등의 창작비중과 제작의 주체를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그 동안 관행처럼 여겨졌던 저작권의 포괄적 양도 문제는 결국 미디어융합시대에 법과 기술이 충돌함으로써 빚어지는 잠재적 모호성의 요인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며, 이러한 생각은 머지않아 개인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제작조직의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본격적으로 제기되리라고 예측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잠재적 모호성(latent ambiguity)’이란 외적인 사실이나 부대적인 사실로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문언이 명백하여 모호하지 않더라도 기존의 성문법의 의미를 불확실하게 만듦으로써 어떤 대상에 적용할 때에는 둘 또는 그 이상의 것들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경우를 지칭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사례를 하나 들자면, 기술이 발전하여 IP-TV가 생겨나게 되고 이 IP-TV가 수행하는 ‘실시간 웹캐스팅’은 기존의 성문법 개념으로 ‘전송’과 ‘방송’이라는 개념에 동일하게 적용되어 성문법의 의미를 불확실하게 만듦으로써, 기술융합영역을 규율하기 위하여 새로운 개념의 법률용어설정이 불가피해지는 것입니다. 따라서 두 가지개념을  동시에 포섭하고자 지난 해 6월 29일에 발효된 개정저작권법에서 ‘공중송신권’을 신설하게 된 것이 바로 그 좋은 예에 해당합니다.

3. 책을 저술하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엊그제가 석가탄신일 이었죠. 부처님도 공동생활에서 모든 사람이 염두에 두어야 할 여섯 가지의 중요한 윤리덕목(倫理德目) 으로 계화(戒和), 견화(見和), 이화(利和), 신화(身和) 구화(口和), 그리고 의화(意和) 이렇게 여섯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여섯 가지의 화합을 의미한다고 해서 ‘육화경(六和敬)’이라고도 합니다. 그 중에서 두 번째 덕목인 “오직 정법(正法)에 의한 정견(正見)만을 같이 해야 한다”는 “견화(見和)”는 의미도 깊거니와 실천도 어려운 수행입니다. 주로 정치인들이나 속세의 힘을 행사하는 자들에게 아주 긴요한 덕목이라 여겨지기도 하구요. 어쨌든 이 육화경은 그 실천성을 구체적으로 나타내기 위하여 이렇게 표현되기도 합니다. 몸으로 화합함이니 같이 살라는 ‘신화공주(身和共住)’, 입으로 화합함이니 다투지 말라는 ‘구화무쟁(口和無諍)’, 뜻으로 화합함이니 같이 일하라는 ‘의화동사(意和同事)’, 계로 화합함이니 같이 수행하라는 ‘계화동수(戒和同修)’, 이익으로 화합함이니 균등하게 나누라는 ‘이화동균(利和同均)’, 바른 견해로 화합함이니 함께 해탈하라는 ‘견화동해(見和同解)’가 바로 그것입니다.

 굳이 저작권을 이에 연관하여 설명하자면 ‘저작재산권’의 문제는 ‘이화동균(利和同均)의 차원’이고, ‘저작인격권’은 나머지 모든 덕목과 조금씩 연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책을 쓴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지식을 체계화하고 이렇게 체계화된 내용을 독자들에게 전달하여 지적재산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목적이 가장 큽니다. 따라서 그런 작업에는 개인적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희생을 무조건 손해라고 보기 시작하면 저술 작업이 아주 어려워집니다. 이런 생각을 긍정적으로 전환시켜 저술이 하나의 인격수양이고 사회에 대한 봉사로 생각해야 된다는 말입니다. 제가 아는 어느 법조인은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서 어머니에게 비빔밥 도시락을 싸 달라고 하여 도서관에서 밥 한술 입에 넣고 책 한 장 넘기고 그렇게 공부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렇게 공부하는 것이 자신의 입신출세보다도 사회정의를 확립하는 법치주의 사회건설에 봉사하기 위한 명분에서나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저도 점심시간을 방송센타 10층 도서관에서 보낸 적이 많습니다. 컵라면 신세를 지면서 말이죠. 이 지면을 빌어 도서관 직원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집에서는 매일같이 주로 새벽 두, 세 시에 일어나 집필을 계속하였습니다. 그 시간이 집중도 잘 되고 몸과 마음도 가벼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1년 이상 가족들에게 ‘신화공주(身和共住)’의 덕을 베풀지 못한 점을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날이면 날마다 저녁 먹고, 9시 뉴스시청을 마치면 우리가족은 어김없이 이른바  “3국 시대”로 돌아가곤 했지요. 우리 집에 방이 세 개있는데, 아내는 안방으로, 딸은 자기 방으로, 그리고 나는 서재로 돌아가 아침기상 때까지 세 나라의 왕으로 갈라져 사는 것입니다. 어쩌다가 통일된 단일국가로 돌아가 뭉쳐 잘 때는 서로 왕이 되려고 힘겨루기를 하다가 마침내 내가 코를 심하게 곯아서 다시 삼국시대로 갈라지곤 했습니다.

4. 이 책이 지금까지 출판된 저작권법 책과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제가 개인적으로 즐겨 쓰는 표현 중에 하나가 “Be the first, be the best, or be different."입니다. 다 아시겠지만, 우리말로 하자면 “최초가 되어라. 최고가 되어라, 아니면 차별화해라”입니다. 이 책은 저작권법 서적으로 최초나 최고라고 말할 순 없지만, 차별화된 점에는 자타를 막론하고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국제저작권사회도 크게 대륙법계와 영미법계로 나뉘어 집니다. 어느 저작권법학자는 이 두 계파에 대하여 “저작권자가 자기 권리의 절반밖에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half-full의식과, 저작권자 권리의 절반은 공백으로 한정시킬 수도 있다는 half-empty의식으로 대립하고 있다”고 꼬집고 있습니다. 저작권법이 환경변화에 여전히 둔감하고 이론적으로도 불완전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비아냥거리는 표현이지요. 그런데 이런 불완전한 저작권법은 순수 법학적인 이론만으로 그 해결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이미 기술융합의 시대이고 기술이 더 이상 종속변수가 아닌 독립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이제 우리는 법제정을 포함하여 정치?사회?경제 분야까지도 종합적 지식에 의한 합리적 판단을 요구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바로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여타의 저작권법 도서와 내용상에서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저자에게 피드-백 되는 독자들의 서평 중에서도 그런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5. 이 책에 대한 기사가 일간지에 실리고, 모 서점 인터넷 사이트에 ‘주목할 만한 책’으로 올라가기까지 하는 등 법률 서적으로는 흔치 않게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에 대한 소감 한 말씀.

 어느 일간지 신간담당기자의 서평에 저도 사실 감동했습니다. 아마 아직도 포털에 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저자의 마음을 어디까지 간파할 수 있을까 하는 저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 줄 만큼 책의 내용과 저자의 마음을 꿰뚫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홀아비 속사정을 과부가 알소냐고 혼자 중얼거리기도 했었지만, 그 기자 자신도 박사학위과정에 있는 자학(?)의 인생을 영위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참 뒤에서야 전해 들어 알았습니다.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죽는 것과, 오래 살아서 결국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는 것, 어느 쪽이 더 불행할까?” 문득 이런 자학적인 우문(愚問)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하던 저에게 그의 서평은 일말의 해결가능성에 대한 어떤 매듭을 풀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기사내용이상으로, 내가 그 기자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쨌든 독자들에게 책을 히트를 친다는 것은 야구에서 주자만루 상황에 3루타 정도 장타를 치거나, 골프에서 이글 샷을 한 기분에 간단히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 앞으로 저술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지, 있으시다면 어떤 내용을 다뤄보고 싶으신지.

 저술 계획 말입니까? 글쎄요.

 제가 전에 저술한 책이 어떤 대학에서 교재로 사용되었다거나, 이번에 출간한 책이 몇 주 연속 법률분야 베스트셀러를 하였다는 이런 소식들이 간간히 들려오기도 하는데요, 그러나 이런 것들에 연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2-3년 전, 제가 지난번 책을 출간한 직후, 어느 신문에 기고한 출간 인터뷰기사내용 중에 학문 간의 장벽을 서둘러 허물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최근 어느 베스트셀러 책 내용 중에 당시 제가 말했던 내용과 너무 비슷한 내용이 있다면서 저에게 그 책을 사서 선물한 분이 있었습니다. 선물이 고맙기도 하지만, 제 기사를 잘 읽어 준 그 분에게 여러 가지로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책 선물을 제일 좋아합니다. 후배나 제자들에게는 내가 보던 책을 주기도 하구요. 선배들 집에 가면 좋은 책을 빌려오기도 하구요.

 책을 볼 때마다 저자가 얼마나 힘들여 썼는가에 대하여 예사롭지 않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제 책이 출간된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었습니다만, 사실 얼마 전에 회사 동호인 모임에서 갔을 때 일입니다. 부문은 다르지만 제 책에 대하여 이모국장께서 아주 적절한 질문과 평을 곁들여주셨는데 정말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역시 타 부문이지만, 김 모부장의 진심어린 격려의 말은 집필기간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청량맥주 한잔과 같았습니다.  이처럼 책을 통하여 부문 간의 벽을 허물고 대화의 장이 열리는 것을 보고 저도 보람을 느꼈지요.

 우리가 흔히 책을 두고 우스개 비슷한 소리로 말하는 ‘서3치(書三痴)’라는 것이 있습니다. 옛날 장학퀴즈정도에 출제될 만한 내용입니다만, 책에 대하여 세 가지 바보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 첫째가 책을 빌려달라는 사람이고, 둘째가 책을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주는 사람이고, 셋째가 빌려준 책을 돌려주는 사람이 바보라는 뜻입니다. 책에 대하여 세 가지 바보가 되지 말자는 얘기는 역설적으로 ‘책 도둑과 꽃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옛말을 무색케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 소신으로는 책에 가까이 하여 ‘바보’가 되거나 ‘도둑’이 되기보다는 ‘현자’가 되거나 ‘부자’가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여하튼 이번 집필기간에 머리가 많이 빠지고 시력이 많이 나빠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예”, “아니오”를 말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말하기엔 본인 자신에 대하여 너무 무책임하고 안이한 답변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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