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906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제목 없음

<2008 NAB Show에 다녀와서 Ⅱ>

기대와 고통과 깨달음의 과정을 겪고 나서

첫날!

너무도 힘들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아는 게 없으니 아무것도 안보이고 답답하고 스스로 한심한 생각만 들었다. 내용을 모르니 재미도 없고, 컨벤션 센터는 너무 넓어 다리만 아프고… 괜히 Sony랑 Panasonic만 들어가서는 이것 저것 사진 찍고 자료 찾고… 사실 그 부스에 있는 것들은 서울에서도 자주 보는 것들이고 그래서 대부분 너무 익숙한 것들이었다. 굳이 라스베가스까지 가서 봐야 하는 것들은 아니었다. 그런데 아는 것이 없으니 그렇게 조금이라도 익숙한 곳으로 숨어 스스로를 위안하고 싶었나 보다. 바보 같은 날이었다. 같이 다닌 선배는 왜 그렇게 아는 게 많은 지, 난 회사 이름도 처음 듣는데 그 선배는 각 회사의 특징 및 대표 브랜드까지 다 꿰고 있다. 자괴감, 피로감, 열등감 3감의 하루였다.

다음날.

일단 마음을 비웠다.

부담도 지우고, 놀 생각도 지우고, 그냥 느끼기로 했다. 눈에 띄는 것들 그냥 궁금해 보이는 것들에 다가가기로 했다. 아직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무선으로 찍은 영상이 바로 전송되는 무선 카메라, 필터 없이 색 온도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는 라이트, 현장에서 취재한 데이터를 다양한 포맷으로 현장에서 저장하는 소형 필드 레코더, 헬리콥터를 닮은 플라잉 캠과 로보트와 카메라를 접목한 Cambotics, Ultra 3D HD TV 등 많은 것들이 하나 둘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흥미로워질수록 사람들은 친절해졌다.  

“Hi… I’m a Korean video journalist… Wow… this is great! Could you explain more detail…” 안 되는 영어로 천천히 관심을 보이면 반응은 하나같다. “Sure, come on… this is…” 하면서 이리 저리 보여주면서 아주 신이 난다. 그 사람도 나도 모두 말이다.  

난 라스베가스 NAB에 견학 온 대한민국 방송국에서 일하는 6년 차 카메라기자다. 내가 무슨 IPTV의 미래나 HD 방송의 Total Solution을 이해하고 방송 기술의 첨병으로 한국 방송 발전에 큰 몫을 하려 온 것은 아니지 않는가?

소박하고 성실하게 내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을 경험하고 이렇게 좋은 경험의 기회를 준 협회 회원들에게 내가 느낀 것을 함께 나누면 되지 않는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조금씩 컨벤션 센터를 돌아다니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이번 컨벤션의 주제는 “Where content comes to life” 였다.

“컨텐츠가 삶이 되는 곳”이라..

아마도 이번 컨벤션에서 선보인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한 것 같다. 즉 우리 삶에 아주 가깝고 편리하게 이제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미래 기술 발전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이미 충분히 발전한 기술을 삶과 접목하느냐가 화두였던 것이다.   

중요한 건 상상력이었다.

앞에서 언급했던 Day Light 필터가 필요 없이 색 온도가 조절되는 LED 라이트나 지금은 너무도 큰 라이트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소형 배터리… 혹은 가벼운 스테디 캠이나 미니 크레인 등등 우리가 취재 현장에서 좀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장비들을 상상하면 그것이 현실이 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문제는 그런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상상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평가하는 소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연수는 기대와 고통과 깨달음의 과정이었다. 처음 협회에서 라스베가스 연수를 가라는 말에 얼마나 들뜨고 기뻤던지 하지만 회사에서는 과거와 달리 놀지 말고 공부하는 연수를 해보라고 부담을 주기 시작 했고, 현장에 도착해서는 그 커다란 컨벤션 홀에서 혼자 버려진 듯한 고통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욕심을 버리고 현장에 문을 두드리면서 새로운 세상의 문이 조금은 열린 듯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연수를 다녀와 1주일 동안 무슨 고시공부 하는 학생처럼 공부를 했다. 회사에서 연수 보고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학생이 가나다를 처음 배우는 것처럼 부끄러움을 버리고 솔직하게 공부를 했다. 선배들에게 지겹도록 전화해서 묻고 또 묻고 1080p와 1080i에서 p는 뭐고 i는 뭔지 에서부터 자료에 나온 단어 하나 하나의 뜻을 찾아 가면서 그렇게 1주일을 공부하고 연수 보고 발표를 했다. 물론 발표 내용은 연수를 다녀온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수준에 그쳤지만 그 준비 기간만큼은 내게 잊을 수 없는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카메라기자로 일하면서 내가 쓰고 있는 장비, 또 내가 앞으로 쓸 장비와 그 장비의 메커니즘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하고 무지했던가에 대한 반성. 장비 전시회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어려운 기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처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에 오히려 귀 기울여주는 곳이라는 인식의 변화. 부끄러움에서 시작했지만 구석으로 숨어들어가지 않고 한번 도전해 본 2주일의 시간이 내게 남긴 것은 거품 없이 스스로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 바로 그것이다.

정상보 기자 justice@sbs.co.kr


  1. 국민들의 마지막 예우

    지난 4월 27일,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진도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었다. 서서히 팽목항에 다다를수록 차창 옆을 지나는 나무들에는 노란리본들이 줄을 지어 매여 있었다.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국민들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Date2014.05.21 Views2103 file
    Read More
  2. No Image

    국민의 알권리 붕괴 - 무너지는 포토라인

    무너지는 포토라인 "교육 안 된 일부 언론사에 의해 공항 포토라인 붕괴" 우리나라의 포토라인은 94년 12월, 본 협회와 사진기자협회에 의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언론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라는 운영선포를 통해 발효 되었다. 상호간의 불...
    Date2005.07.11 Views6131
    Read More
  3. No Image

    국민의 알권리와 사생활

    <명예카메라기자 마당> 국민의 알권리와 사생활 언론의 자유는 어디까지 인가? 그에 따른 언론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시민들에게 권력을 뛰어 넘어 세상의 진실을 보게 해 주어야 하는 언론의 책무는, 취재원에 대한 사생활 침해라는 문제와 종종 맞부딪힌다...
    Date2006.08.11 Views5961
    Read More
  4. 국민이 뽑은 숨은 영웅.... “당신이 우리의 영웅입니다.” MBC 故 이용안 국장, 국민추천포상 수상

    국민이 뽑은 숨은 영웅.... “당신이 우리의 영웅입니다.” MBC 故 이용안 국장, 국민추천포상 수상 ▶ 이낙연 국무총리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기 국민추천포상식에서 물에 빠진 장애인 친구를 구하고 숨진 故 이용안 국장의 유족을 포상...
    Date2019.03.12 Views727 file
    Read More
  5. 국회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위‘빈손’…활동기한 연장해 결과내야

    국회 언론·미디어 제도개선 특위‘빈손’… 활동기한 연장해 결과내야 언론단체 “‘시민참여 사장 선임’ 공영방송법 처리” 촉구 언론개혁, 공영방송 독립, 촛불 요구 여야 모두 수용한 개혁과제 오는 31일 활동 종료를 앞둔 국회 언론·미디어 제도 개선 특별위원회...
    Date2022.01.06 Views333 file
    Read More
  6. 국회발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의 핵심 ‘운영위원회’ 모델 된 독일식 공영방송 방송평의회란?

    국회발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의 핵심 ‘운영위원회’ 모델 된 독일식 공영방송 방송평의회란? 공영방송의 내적 다원주의 보장,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가 목표 더불어민주당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의 핵심인 ‘공영방송 운영위원회’의 ...
    Date2022.05.03 Views378 file
    Read More
  7. No Image

    국회의원 ... 텔레비전에서 만나다

    국회의원 … 텔레비전에서 만나다 10월 중순 메인뉴스 시간에 방송되는 정책기사. “지난번에 한번 다룬 아이템 같은데...”, “방송 기사 치고는 팩트가 부실한데...”, “단독 아이템 치고는 논조가 약한데...” 선수(?)들이 보기에 어딘지 부족해 보이고 뭔가가 부...
    Date2006.11.22 Views5532
    Read More
  8. No Image

    궁금해서 문의글을 올립니다.

    회원님들 날씨가 이제 더워지기 시작합니다. 건강에 유의하십시요^^ 다름이 아니오라 지금 MBC에서 방영되고 있는 "스포트라이트"라는 드라마 속에서 기자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고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카메라기자는 어떤 모습으로 나오...
    Date2008.05.28 Views5018
    Read More
  9. 그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다 ‘영상기자들의 묵시록’

    그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다 ‘영상기자들의 묵시록’ 대충 짐작은 했지만 현실은 더욱 열악했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작업을 하면서 듣게 된 취재현장에 관한 이야기는 외부자로서 다소 충격적이었다. 대다수 영상기자들이 오랜 기간 겪었으며 지...
    Date2019.01.02 Views600 file
    Read More
  10. 기대와 고통과 깨달음의 과정을 겪고 나서

    제목 없음 기대와 고통과 깨달음의 과정을 겪고 나서 첫날! 너무도 힘들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아는 게 없으니 아무것도 안보이고 답답하고 스스로 한심한 생각만 들었다. 내용을 모르니 재미도 없고, 컨벤션 센터는 너무 넓어 다리만 아프고… 괜히 Sony랑...
    Date2008.06.26 Views5906
    Read More
  11. 기아의 혼 이종범, V 10 의 꿈을 향해

    기아의 혼 이종범, V 10 의 꿈을 향해 기아 타이거즈가 해태시절인 97년 이후 12년 만에 정규리그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만끽했다. 정규리그 종료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1위를 확정지은 기아는 19연승을 거두며 맹렬하게 추격해오던 2위, SK를 극적으로 따돌...
    Date2009.11.13 Views4734 file
    Read More
  12. 기자들도 쇼를 하라!

    기자들도 SHOW를 하라! 4월 10일 낮 12시 50분. 점심 뒤 양치질을 할 틈도 없이 휴대전화가 울어댔다. “SK텔레콤 본사에 차량 돌진! 빨리 가!” 군대 무전만큼이나 간결한 지시를 받고 달려간 현장에는 보기에도 아까운 벤츠 승용차가 회전문에 박힌 채 그대로 ...
    Date2007.05.17 Views6912
    Read More
  13. 기자실 출입 조건 엄정하게 적용해야

    카메라기자실 출입조건 엄정하게 적용해야 9월7일, 협회 집행부와 출입처 간사단 간담회 열려 한국방송카메라기자협회(회장 태양식)는 지난 7일 카메라기자 출입처 간담회를 개최했다. 협회 주요 출입처 간사와 협회 집행부가 모인 이날 간담회는 종합편성 채...
    Date2011.09.22 Views3610 file
    Read More
  14. No Image

    기형적 풀단 구성, 반드시 사라져야

    <줌 인> 기형적 풀단 구성, 반드시 사라져야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그동안 풀(pool)이라는 명목아래 국회나 국방부, 스포츠 등 몇몇 출입처에서 기형적인 형태로 이루어져 왔던 해외출장의 풀단구성이 급기야 카메라기자는 가지 않고 취재기자만 출장을 가기에...
    Date2007.03.27 Views5735
    Read More
  15. 긴급-세월호 참사 보도 관련 간담회 개최

    긴급 세월호 참사 보도 관련 간담회 개최 지난 5월 9일 세월호 사고로 야기된 언론 보도의 문제점들과 대안에 대해 4개사의 카메라기자들이 모여 간담회를 진행했다. 특히 이번에 개최된 간담회는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취재를 했던 기자들을 선발되어 보도형...
    Date2014.05.21 Views2286 file
    Read More
  16. 긴급기고)切齒腐心(절치부심), 臥薪嘗膽(와신상담), 그리고 드라미아 ...

    切齒腐心(절치부심), 臥薪嘗膽(와신상담), 그리고 드라미아 ... 백도를 오르내리던 지난 7월. 일련의 무리들이 승합차에 빼곡이 채워져 서울을 벗어나 시골길을 달렸다. 승합차 안에는 이십대에서 오십을 훌쩍 넘긴 아홉 명이 서로 낯선 듯 창밖을 바라보고, ...
    Date2012.09.21 Views2807 file
    Read More
  17. 김소연 변호사 인터뷰 녹취본 유출한 영상기자 해고

    김소연 변호사 인터뷰 녹취본 유출한 영상기자 해고 TJB대전방송 “녹취본 유출 사실…외부 인사 포함 윤리위 강화” ▲TJB대전방송 제공 김소연 변호사(전 대전시의원)의 인터뷰 녹취본을 외부에 유출한 영상기자가 결국 해고됐다. TJB대전방...
    Date2021.03.09 Views5220 file
    Read More
  18. No Image

    꿈꾸는 한해, 꿈을 이뤄가는 한해가 되길

    <2008 신입카메라기자 새해 소망 릴레이> 꿈꾸는 한해, 꿈을 이뤄가는 한해가 되길… 사람은 잠을 잘 때 꿈을 꾼다. 귀신에게 쫓기는 무서운 꿈, 롤러코스터를 타는 신나는 꿈, 사모하던 사람과 만나는 황홀한 꿈. 그리고 잠을 자지 않을 때도 꿈을 꾼다. 시험...
    Date2008.02.05 Views6254
    Read More
  19. No Image

    꿈은 이루어진다!

    제목 없음 <2008 신입 카메라기자 새해 소망 릴레이> 꿈★은 이루어진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의 감동적인 순간들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08년이 성큼 다가왔다. 나에게 2007년은, 2002년에 우리 조국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 축구 경기를 통해 위상을 떨...
    Date2008.02.13 Views6404
    Read More
  20. 끊이지 않는 자살·시신 보도 논란

    열쇠 구멍으로 고인 자택 내부 취재도… 끊이지 않는 자살·시신 보도 논란 ▲ 고 정의연 마포쉼터 소장의 자택 내부를 열쇠 구멍을 통해 촬영한 화면<사진/6월 8일 MBN 종합뉴스 갈무리> 언론의 자살·시신 보도는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는 분야다. 지난 6월에는 ...
    Date2020.09.10 Views465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41 Next
/ 4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