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
집회 취재 - 이것이 한국 카메라기자의 진면목이다!
서울에 부임한지 3년, 한국에 있으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러 집회 현장에 취재를 가게 된다.
2005년 11월, 부산 APEC 때 있었던 집회 취재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 BEXCO를 향해 행진하는 수 만 명의 사람들과 그것을 저지하려는 경찰 사이에서 격렬한 충돌이 일어났다. 그것을 취재하고 있던 우리는 뒤에서 쏟아지는 돌과 물대포 세례에 이러다 취재 중 죽을 수도 있겠다는 위협을 느꼈다.
사실 일본에서는 이런 경험을 거의 해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일본은 취재규제가 매우 엄격해 이런 현장에 접근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으면서 나는 딜레마에 빠졌다. “도대체 어느 선까지 위험을 감수하며 취재를 해야 하는 것일까?” 일본에 있다면 불필요한 고민이겠지만, 한국에 있는 동안은 ‘한국식’으로 취재를 해봐야 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긴장감 넘치는 집회를 봐 왔던 나로서는 이번 촛불집회가 이상하게 비춰졌다. 우렁찬 구호 대신 촛불 하나로 단결된 뜻을 전하는 ‘조용한 항의’라고 할까?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한국은 과연 ‘집회 선진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그 결집력이었다. 월드컵 축구 응원도 아닌데, 수만의 사람(주최 측 추산에 의하면 수십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뜻을 함께 한다는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된 데는 인터넷이 큰 힘을 보탰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 왕국’인 한국 사회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깊이 기억될 것 같다.
초반 평화적인 모습을 보였던 촛불집회는 그 취지가「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반대」에서「반 이명박 정부 운동」조금씩 변화했다. 경찰과 시위대의 거듭되는 격렬한 충돌 그리고 집회에 냉소적인 보수계 언론기관의 촛불집회 비난이 폭력집회에 불을 지핀 것이다.
정부의 정책을 큰소리로 비판하지 않는 일본 사람들로서는 한국인들의 집회에 대해 정치 참여 의식이 강하다고 얘기하면서도, 다른 측면에서는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나 역시도 이번 촛불집회가 여러모로 의미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반면 일부 시위대가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언론에 대해 폭언과 폭력을 행사해 시위대의 뜻에 반하는 뉴스가 나오지 않도록 하려고 했다는데 대해서는 크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가장 비민주적인 행위이며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사회의 시민이기 때문에 가능한 집회에서 언론의 자유를 말살하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나 역시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싶다. 그리고 집회 선진국인 한국에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집회 취재를 제외하고도 취재의 규제가 없는 한국의 뉴스 영상은 압도적으로 박력이 있다. 그래서 일본의 뉴스에도 매일이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한국의 뉴스 영상이 등장 한다. 그것은 일신을 내던져서 취재를 하고 있는 카메라기자 여러분의 큰 노력 덕분일 것이다. 나는 임기가 끝나 7월 말에 귀국하지만 그러한 영상을 볼 때마다 여러분의 고군분투를 기억하게 될 것이다.
사노마사노리(佐野端紀)/ 후지텔레비젼 한국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