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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 최초의 여자 카메라기자, 수습을 마치다

“10kg, 그 이상의 무게를 어깨에 얹고”

“여자 카메라 기자는 처음 뵙네. 그거 안 무거워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린 수습기자 생활 3개월. 그 짧은 시간동안 무수히 들은 인사 아닌 인사말. 처음 몇 번은 ‘가볍게’ 웃으며 무겁지 않다고 대답했다. 선배들이 농담처럼 종종 말하는 ‘지역사 최초의 여자 카메라 기자’라는데, 저런 말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무겁지 않다고 대답하는 나의 문장은 말줄임표를 덧붙인 듯 무거워졌다. 취재를 가는 곳마다 듣게 되는 그 말의 혹은 그 상황의 함의를 서서히 느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들고 있는 카메라의 물리적 무게가 아니라 그 카메라에 얹힌 내 위치의 무게였다.

 내게 있어 방송의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은 “모두가 가질 수 있는 평등함”의 매체라는 것이다. 방송은, 그 중에서도 지상파 방송은 주목받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을 보다 잘 그려낼 수 있고 힘든 삶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평등성은 내가 방송을 꿈꾸는 이유가 되었고, 영상 없는 방송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카메라 기자가 되고자 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방송에 대한 고민 속에서 ‘여성’인 카메라 기자에 대해서는 - 솔직히 고백하자면 - 따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온통 넥타이를 맨 양복 입은 남성들이 대기 중인 것을 보고 ‘어라?’ 했던 것이 처음이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하건대, 그 때 ‘쟤는 뭐지?’라는 시선을 느낀 순간부터는 꼭 ‘여성 카메라 기자’가 되어야겠다는 나름의 결연함으로 시험을 치렀던 것 같다. 그리고 부산MBC의 카메라 기자가 되었다. 수습 교육을 받으며 적응하느라 그 결연함은 잠시 잊어버린 채 정신없이 2개월을 보냈다. 3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카메라를 들고 현장에 나가게 되었고, 그와 더불어 다시 느끼게 된 시선 그리고 무겁지 않느냐는 인사말. 나는 - 아직까지는 - 신기한 존재인 ‘여성 카메라 기자’인 것이다. 더구나 지역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는.  

 지금은 무겁지 않느냐는 인사말에 속으로 대답한다. 무겁다고. 이깟 10킬로그램 때문이 아니라, 내가 아니 정확히 말해 여자인 내가 얼마나 잘 해내는 지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눈빛이, 여기저기서 카메라 기자를 향해 달리고 있는 다른 여성들의 꿈이 내 어깨에 함께 얹혀 있는 것만 같아 꽤 많이 무겁다고. 하지만 그 기분 좋은 무게감에 나는 결연해진다. 아직은 아주 많이 어설프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더 빛을 발하는 카메라 기자가 되리라 두 주먹 불끈 쥔다.

 10kg, 그 이상의 무게를 어깨에 얹고 이제 시작이니까.

우현주 / 부산MBC 보도국 영상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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