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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33명 대학살 이후...

YTN 조합원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습니다

 ‘YTN 노조원 33명 대학살’을 사측이 자행한 날, 자정이 휠씬 넘어서 집에 들어가자 어머니께서는 주무시지 않고 계셨습니다. 터벅터벅 걸어 들어오는 저에게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조심스FP 물어보셨습니다. “윤석이 너는 괜찮니?..”  YTN 사태를 걱정스럽게 지켜봐 오시면서도 내색을 안 하시던 어머니께서 그날만큼은 걱정이 많이 되셨던지 묻지 않고서는 못 배기셨나 봅니다. 가방을 내려놓으며 “예, 저는 괜찮아요...”라고 말씀드리자 더 궁금한 것이 많았을 텐데 어머니께서는 더 이상 아무 말씀 안 하셨습니다. 아마도 부끄럽고 미안해서 발개진 아들의 얼굴을 보니 ‘다행이다’ 라는 짧은 말씀조차 하시기 어려우셨나 봅니다.

 각종 언론매체에 대대적으로 YTN 조합원 해고사태가 보도되면서 지인들로부터 안부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수년간 전화통화 한 번 없던 친구가 걱정이 되었던지 회사 잘 다니고 있냐며 연락을 해 왔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농담이었겠지만 몇몇 친구들의 “독한놈, 그래 너는 살아남을 줄 알았다...” 하며 웃는 친구들의 웃음소리 너머에서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저는 창피함과 미안함에 헛기침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살아남았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동료들을 戰場으로 등 떠밀고 살아남은 자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될 슬픔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대책 없이 붉어진 눈에서 자꾸만 뜨거운 것이 꾸역꾸역 비집고 나왔습니다...

'33명 대학살' 이후 YTN 아침은 외부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매우 북적댑니다.

 매일 아침 열리는 노조집회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의 숫자는 징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습니다. 징계를 당한 자, 아깝게(?) 징계를 못 받은 자 모두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운 동료애로 뭉쳐있습니다. 징계 받은 선배에게 미안해하는 후배들, 그 미안해하는 마음이 부담스러워 역시 미안해하는 선배들... 이 정도 되면 아침 집회 분위기가 매우 침울할 것 같기도 한데 반대로 YTN 타워의 아침은 조합원들의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외침이 그 어느 때 보다 우렁찹니다. 한 점 부끄러울 수 없는 낙하산사장 반대 명분에 동료애까지 더해져서 똘똘 뭉쳤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사측도 대량해고를 포함한 징계가 어이없는 惡手였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조합원들이 너도나도 징계동참을 외치며 공정방송 사수를 위한 투쟁에 앞장서고 있는 YTN 에서 더 이상 슬픔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투쟁은 물론이고 본업인 취재까지... 하루를 둘로 쪼개 나눠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와중에 징계 당한 동료 얼굴이 생각날 때면 이를 한번 악물어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다짐해봅니다. “구본홍씨가 사퇴하는 날 징계 당했던 동지들과 뜨거운 ‘기쁨’의 눈물을 흘리겠노라고...”

최윤석 기자 yseokc@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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