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488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인쇄
제목 없음

<암벽 등반 촬영 교육을 다녀와서>

새로운 앵글을 위해 등반 길에 들어서다

지금까지 등산을 하면 어렵지 않게 정상에 오른 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등산학교에 참가하였다. 게다가 등반 장소인 설악산을 그 동안 5~6번 정도 가 본적이 있어 그 곳은 내게 친근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목적지를 향했다. 그리고 속으로는 ‘설마 초보자인 내가 저 멀리 보이는 가파른 암벽을 오르진 않겠지’라는 섣부른, 몹쓸 판단을 하면서. . .

설악동 입구에 도착한 우리는 3박 4일 동안 교육받을 등반 교구와 산에서 먹을 행동식을 챙겨 숙소인 비선대 산장으로 출발하였다. 30 여 분을 걸어 숙소에 도착하였고, 황급히 점심을 해치운 뒤 바로 교육장으로 향하였다. 첫 교육은 20 여 미터 정도 높이의 암벽 밑에서 이루어졌고, 등반하기 전에 기본적인 로프 매듭법에 대해 배웠다. 실제 암벽 등반은 손과 발만을 이용하지만,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안전을 지켜줄 자기 확보 줄을 허리에 매고 진행한다. 그래서 이러한 자기 확보 줄과 로프와 로프를 연결하는 법을 반드시 숙지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로프 매듭법에 대해 배워 나갔다. 테이프 매듭부터 여러 종류의 8자 매듭까지, 종류별로 매듭을 짓다 보면 매듭 이름도 헛갈리고 뇌 혈관이 꼬이는 듯한 아노미 상태에 빠진다. 이렇게 대략 매듭법에 대해 배운 뒤 바로 자기 확보 줄을 허리에 매고 20 여 미터의 절벽을 올라갔는데, 홀드(바위 표면의 패인 부분이나 틈)도 많고 커서 그런지 첫 암벽등반은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었다. 사실 암벽화를 준비해 와서 수월했고, 암벽화의 고마움을 절실히 느꼈다.

암벽에서의 추락, 커져만 갔던 고소 공포증

등산학교 첫 날은 솔직히 할 만했다. 둘째 날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이 날은 실제 릿지(소규모 급준한 바위능선) 등반에 대비해 자기 확보줄 연결과 다음 등반자를 위해 로프 사리는 방법을 배웠다. 반복해서 연습을 해보았지만, 로프를 연결하는 순서가 뒤바뀌기 일쑤였고 카라비너(연결 쇠고리)를 조작하는 것도 서툴렀다. 어렴풋이 등반 방법을 익힐 때쯤 바로 릿지 등반을 시작하였다. 우리는 초장부터 끝이 보이지 않는 가파른 암벽에 몸을 맡겨야 했다. 나는 강사들이 우리를 과대평가해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것을 시키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두, 세 피치(암벽과 암벽 간)를 오르고 다음 피치를 오를 때쯤 나는 순간 움찔했다. 50cm정도 되는 거리를 건너서 암벽에 매달려야 하는데, 순간 두려웠다. 아니나 다를까 발은 지면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고 힘껏 점프를 한 순간 추락을 하고 말았다. 다행히 자기 확보줄에 의지해 대롱대롱 매달렸지만, 이때부터 공포에 사로 잡혔다. 자꾸만 절벽 아래만 눈에 보이고 오금이 저렸으며, 바위 위에 일어서기 조차 힘들었다. 내가 왜 이 암벽에 매달려서 이 생고생을 해야 하나 한탄을 하기도 하였다. 가까스로 두, 세 피치를 더 올라가 결국 하강을 했지만 그때 느꼈던 공포로부터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워서도 머리가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러움 증세에 시달려야 했고, 온 몸은 까지고 긁히어 만신창이가 되었다.

공포를 떨쳐 버리고 내 한계의 끝에 오르다

그 전 날 고전한 것을 만회 해보고자 이 날은 출발할 때부터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지금껏 살면서 이렇게 스스로 나약하게 느껴진 적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더욱 약이 올랐다. 지금 오르는 등반 코스는 분명 올라 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코스라는 것을 상기하면서 한 발씩 올라갔다. 특히 선등자가 어디를 잡고, 밟고 올라갔는지를 정확히 보면서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 등반을 계속해 나갔다. 요령이 생겨서 그런지 어제보다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암벽을 오르다 순간적으로 손으로 잡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 당황하기 시작했다. 또 다시 앞이 캄캄해졌다. 전날 밤 잠들기 전에 잠깐 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완등할 거라고 다짐을 했기에, 조금 힘들면 심호흡을 크게 하고 다시 오르고 또 올랐다. 특히 한 피치, 한 피치를 오를 때마다 조원들은 나를 응원해 주었고, 서로 응원을 하며 힘을 북돋았다. 결국 긴 릿지 암벽 등반 동안 우리 조는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정상에 올랐고, 긴 고생 끝에 느끼는 성취감은 너무나 달콤했다. 우리는 정상에서 단체 사진도 찍고 행동식으로 허기도 달래며 여유를 만끽했다. 특히 정상에서 깊숙이 들이 마시는 담배 한 모금은 온 몸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평소 가파른 절벽을 등반하는 사람들을 보면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는데, 완등의 기쁨이 그들을 암벽등반에 미치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민환 / SBS 영상취재팀 기자


  1. 제21대 신임 협회장 인삿말 "서로 사랑하는 협회를```"

    "서로 사랑하는 협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1. 요즘 근황은 어떠신지 사실 요즘 잠이 안 온다. 앞으로 협회를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아직 구체적으로 업무에 대해 파악을 한 것은 아니나 머릿속이 여러 가지 생각들로 ...
    Date2009.01.17 Views5350
    Read More
  2. 새로운 형태의 뉴스형식 "2580minutes"

    2580 MINUTES & 카메라기자 “자성 없는 위기를 택할 것인가, 자성의 기회를 택할 것인가?” 카메라기자는 역사의 현장에서 역사를 기록하는 역사의 기록자이며, 사건의 현장을 사실 그대로를 전달하는 훌륭한 보고자이며, 취재현장의 사람들과 언제나 함께 하는...
    Date2009.01.17 Views5046
    Read More
  3. SBS 카메라기자 55명의 글 "그때 카메라가 내 눈물을 닦아 주었습니다"를 발간하며

    「그때 카메라가 내 눈물을 닦아 주었습니다」를 발간하며... “카메라기자들의 마음만은 생명력을 잃지 않고 전해지길” 카메라기자협회 지원으로 험지교육을 마치고 돌아와 출근하는 길. 올림픽대로는 꽉 막혀있었지만 가을햇살이 너무 포근해 짜증스럽다는 생...
    Date2009.01.17 Views5625
    Read More
  4. 카메라기자들이 뽑은 2008 10대 뉴스 및 굿 뉴스 메이커

    2008 카메라기자들이 뽑은 10대 뉴스 1. 촛불집회 및 광우병, 미 쇠고기 수입 파동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논란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결정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가 100회 넘게 이어졌다. 이번 집회는 투쟁 일색이었던 기존의 시위 양상과...
    Date2009.01.17 Views5504
    Read More
  5. Media Eye 제5대 편집위원을 마치며```

    제5대 편집위원을 마치며 "모두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편집장 MBC 장재현 30년 넘게 살면서 감투라는 것을 써본 적이 없습니다. 그 흔한 초등학교 부반장 아니 줄반장도 한번 안해본 접니다. 뭔가를 쓴다는 것도 입사시험후로 드문 일이었는데요. 덜컥 편집...
    Date2009.01.10 Views4947
    Read More
  6. No Image

    <줌인> 프리미어 리그가 주는 교훈

    프리미어리그가 주는 교훈 예전에 어느 시인이 축구를 보러 영국에 간다는 말을 듣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축구를 하려고 가는 것도 아니고 축구를 보려고 영국까지 간다고? 월드컵 때나 텔레비전 앞에서 손에 땀을 쥐고 대표팀을 응원하던 내게 그 시...
    Date2009.01.10 Views5116
    Read More
  7. 디지털, 네트워크, 아카이브, 영상 편집을 바꾸다!

    디지털, 네트워크, 아카이브, 영상편집을 바꾸다! “카메라기자도 다양한 업무영역이 선순환 될 수 있도록 미래를 준비해야” 지난 호에서는 기술발전으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영상취재를 이야기해본데 이어 이에 못지않게 큰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영상편집에...
    Date2009.01.10 Views5228
    Read More
  8. No Image

    "YTN" 우리는 상식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상식[常識] :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분별 따위가 포함 "우리는 상식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낙하산 인사의 출근을 저지한 지 어느덧 110여...
    Date2009.01.10 Views4798
    Read More
  9. 암벽등반 촬영교육을 다녀와서```

    제목 없음 새로운 앵글을 위해 등반 길에 들어서다 지금까지 등산을 하면 어렵지 않게 정상에 오른 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등산학교에 참가하였다. 게다가 등반 장소인 설악산을 그 동안 5~6번 정도 가 본적이 있어 그 곳은 내게 친근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
    Date2009.01.10 Views4889
    Read More
  10. <자출족 인터뷰> "무조건 시작하세요... 중독됩니다"

    자출족! 내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 이유 1.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한 지는 얼마나 되었는가? 2달 정도 2.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게 된 계기는? 운동 할 기회가 없어서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3. 자전거를 타고 출...
    Date2009.01.05 Views4848
    Read More
  11. No Image

    <자출족 인터뷰>"초보! 자전거 출퇴근에 도전하다!"

    자출족, 내가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이유 초보! 자전거로 출퇴근하기에 도전하다! 1년여 전 쯤 이었습니다. 늘어만 가는 몸무게와 뱃살, 운동을 하긴 해야 하는데 하는 막연한 걱정 그러다가도 어김없이 퇴근시간이 가까워 오면 하이에나처럼 찾아다니는 술집...
    Date2009.01.05 Views4837
    Read More
  12. <자출족 인터뷰> "자전거로 출퇴근을 시작해 보자"

    자출족! 내가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이유 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해 보자! 아침에 일어나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흠뻑 땀을 흘린 채 회사에 도착하면 그 때부터는 밀려드는 피로와 싸워야 하니 큰 맘먹고 자전거 출퇴근을...
    Date2009.01.05 Views4950
    Read More
  13. <자출족 인터뷰> "음주 라이딩은 절대 삼가주세요!"

    자출족! 내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 이유 1.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한 지는 얼마나 되었는가? 2007년 부터 타고 다녔다. 올해로 넘어오면서 겨울이라 안타고, 이사하느라 안타고 했었다. 그러다 올 여름 ‘타고싶은 자전거’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느낀바...
    Date2009.01.05 Views4942
    Read More
  14. <자출족 인터뷰> 내가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이유

    자출족! 내가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이유 1. 자전거로 출퇴근한지는 얼마나? 11년 정도 되었다. 등촌동에서 출발하여 여의도까지 편도 12킬로 정도 되는 거리를 25분정도에 주파한다. 2. 자전거 출퇴근 하게 된 계기? 입사초기 사건팀에서 정신없이 생활하다 ...
    Date2009.01.05 Views4978
    Read More
  15. <자출족 인터뷰> "안전 장비는 꼭 구입할 것"

    제목 없음 자출족! 내가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이유 1. 자전거로 출퇴근한지는 얼마나? 3개월 정도 됐다. 홍제천을 따라 한강과 합류하여 양화대교를 거쳐 여의도로 들어온다. 편도 10킬로 정도 되고 40분정도 소요된다. 2. 자전거 출퇴근 하게 된 계기? 집에...
    Date2009.01.05 Views4952
    Read More
  16. No Image

    YTN 조합원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습니다

    YTN 33명 대학살 이후... YTN 조합원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습니다 ‘YTN 노조원 33명 대학살’을 사측이 자행한 날, 자정이 휠씬 넘어서 집에 들어가자 어머니께서는 주무시지 않고 계셨습니다. 터벅터벅 걸어 들어오는 저에게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조심...
    Date2008.12.11 Views4819
    Read More
  17. <칼럼>대기업 소유규제 완화와 공영방송의 위기

    대기업 소유규제 완화와 공영방송의 위기 시장자유주의 방송정책과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이명박 정부의 방송정책은 전통적인 공익적·공공적 가치보다 ‘시장자유주의’(market liberalism)를 중시하고 있다. 시장자유주의 방송정책의 목적은 지상파(공영방송) ...
    Date2008.12.11 Views4919
    Read More
  18. No Image

    <줌인> 아날로그 시청자를 위하여

    아날로그 시청자를 위하여 [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 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2013년 12월 31일까지만 효력을 지닌 한시법이다. 텔레비전 수상기의 경우도 국내에서 판매하기 위하여 제조하거나 ...
    Date2008.12.11 Views4757
    Read More
  19. YTN은 지금…, "나의 심장의 떨림이 손가락 끝까지 전해졌다"

    YTN은 지금… 나의 심장의 떨림이 손가락 끝까지 전해졌다 2008년 10월 8일 저녁 6시경 리포트편집을 하던 나의 손이 떨렸다. 나의 등 뒤에서 ‘인사위의 징계결과가 나왔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결과가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 경악할 만한 처벌이라는 것...
    Date2008.12.11 Views4924
    Read More
  20. 디지털 세상, 진보하는 카메라기자

    디지털 세상, 진보하는 카메라기자 "카메라기자 직무 교육, 개발 및 상시화 필요 있어" 프롤로그 가장 신뢰하는 매체 1등,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 1등 KBS, 2등 MBC 2008년을 살아가는 지금 지상파 TV 뉴스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신뢰도와 영향력으로 한국 ...
    Date2008.12.11 Views471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41 Next
/ 41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