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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인>

“잡지마세요”

 “잡지마세요”란 한마디와 함께 소매를 툭툭 털며 법정을 빠져나가는 국회의원이 있었다. 얼마 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항소심 유죄 선고가 난 국회의원에게 기자가 인터뷰를 시도하다가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그 와중에 그 국회의원의 보좌관들은 카메라기자의 영상 취재를 막기에 급급했다. 손으로 카메라렌즈를 막고, 몸으로 밀치면서 길을 만들기에 바빴다. 취재를 하던 방송사 카메라기자들은 그런 몸싸움 도중에 카메라가 부서지고, 넘어지고 다치는 일까지 발생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공인인 국회의원을 취재하다가 일어난 일이다. 위험한 현장에서나 필요하다는 취재 안전장비가 이곳에서도 필요한 것일까?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그 대표는 국민에게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알릴 의무가 있고,  국민은 그 대표에 대한 알권리가 있다. 그리고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취재, 보도를 하는 의무와 권리가 있다.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의무와 권리만을 떳떳하게 행사하면 되는데, 그렇게 취재현장을 난장판으로 만들면서까지 피하면서 다닐 이유가 무엇인가?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이라는 뜻의 “품위”라는 말이 있다. 국회법상 국회의원은 품위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 다시 말해서 평범한 사람들과는 달리 윤리나, 도덕에 반하는 범죄행위를 행하여서는 안 되고, 인격적으로도 그에 걸 맞는 행동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딱히 카메라를 피해가는 것이 품위와는 그리 상관없을지라도, 이리저리 피해가는 모습은 취재하는 기자의 입장이 아니더라도 보기에 씁쓸하기 따름이다. 거기에다가 더하여 보좌관들까지 취재하는 기자들을 방해하는 모습을 보면 부아가 치민다. 국민의 대표인 이상, 당당하게 잘못이 있으면 “있다”, 없으면 “없다”라고 떳떳하게 말하고, 잘못이 있으면 용서를 구하는 것이 더 국민들에게 더 좋은 인상을 심어주면서 품위를 지킬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사실 기자라는 직업이 집요하게 파헤치고 달라붙는 것이 일이지만, 좀 더 의연한 모습을 기대하면서 현장에 있는 기자들도 품위 있게 취재를 하기를 바라는 것은 그 국회의원에겐 무리한 요구일까? 마치 용납될 수 없는 죄를 지은 죄인마냥 피해가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모든 국회의원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의 ‘아우라(?)’를 풍기는 사람들도 있다. 정치적인 소신을 가지고 현장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는 의원들을 대하면, 뿐만 아니라 도덕성과 성실성을 가지고 진지하게 일하는 의원들을 보면 과연 국민의 대표로서 그 인격을 존중하게 된다. 국회의원이라고 처음부터 그런 품위 있는 인격이나 국민들로부터의 존경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행한 만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란 자리 때문에 어깨에 힘부터 주는 것은 구시대적 악습에 지나지 않는다.

 다시 말하지만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국민을 대변하는 사람으로서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한다. 특히 특정계층과 소수, 소외 계층을 대변하기위한 비례대표는 더 큰 성실성과 도덕성, 전문성이 요구된다. 자신이 누구를 위해서 소위 말하는 금뺏지를 달았는지 생각하여야한다.

 기자가 붙잡은 소매를 더러운 것이 묻은 양 털어내는 그 국회의원에게 말하고 싶다. 거창하게 말하면 우리나라 민주정치의 발전을 위해, 국회 구성원들의 품격과 품위를 위해, 우리나라 국민개개인을 위해,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앞으로 나아가길 위해!

“붙잡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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