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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꿀맛 같은 8시 영상”

갑자기 나타난 호랑이에 쫓기던 한 사내가 벼랑 끝에 다다랐다. 이제 호랑이 밥이 되거나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져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순간! 머리 위 나무에 있는 벌집에서 한 방울 꿀이 떨어진다. 그 꿀 한 방울을 먹은 사내는 모든 것을 잊고 오직 한 가지만 생각하게 된다. ‘맛ㆍ있ㆍ다’

얼마 전 찰나(刹那)가 순간이자 영원임을 말하는 이 이야기를 새삼 마음으로 느끼는 기회가 있었다. 올해 초 SBS 영상취재팀에 전격적으로 ‘8시 영상팀’이 꾸려졌다. MBC 데스크 영상처럼 매일은 아니지만 우리도 간간이 해오던 영상을 ‘8시 영상’이라는 정식 타이틀을 가지고 좀 더 의욕적으로 해보자는 취지 하에 최호준, 임우식, 정상보 이렇게 3명이 팀을 이뤄 섭외, 촬영, 타이틀 후반 작업까지 완성하기로 한 것이다.

내가 처음 참여한 아이템은 춘분(春分)에 즈음하여 산수유와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 전남 구례와 광양의 봄소식을 전하는 것이었다. 8시 영상팀의 팀장인 최호준 선배가 기획한 아이템이었고 나는 최 선배의 작업을 보조하며 테크닉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하여 아침에 구례에 도착. 소를 이용하여 밭을 가는 농부의 모습을 촬영하고, 점심 식사 후 산수유 꽃 아래에서 나물 캐고 김매는 아낙들을 카메라에 담고는 또 광양으로 이동해 일흔이 넘은 노 화가(老畵家)가 섬진강 매화를 캔버스에 담는 모습까지 촬영했다. 그야말로 강행군이었다.

그런데 그 강행군 속에서 카메라를 들고 더 좋은 앵글을 만들기 위해 이리 저리 분주히 움직이는 최 선배를 보면서 묘한 생각이 들었다. 정말 열중하고 있구나! 산수유 꽃을 걸고 계곡의 흘러가는 물을 촬영하기 위해 계곡을 오르락 내리락, 트라이 포드를 물 속에 잠기게 하고는 또 오르락 내리락, 셔터 스피드도 요리조리 조절해 보고 그래도 좀 더 좋은 앵글이 없을까 앉아서도 보고 엎드려도 보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일에 열중해 있는 최 선배의 모습이 멋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세상을 카메라에 담는 우리의 일, 그 일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그 일에 열중하는 순간은 ‘꿀 맛’을 보는 것 같았다.

‘8시 영상’을 만드는 것은 사실 많이 부담스러운 일이다. 기사 없는 30초를 영상으로만 표현하기 위해서는 한 컷 한 컷에 그만큼 힘이 실려있어야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전히 스스로의 판단으로 일을 한다는 것이 주는 부담만큼이나 그에 열중하는 동안 모든 것을 잊고 일에만 한껏 빠질 수 있는 매력적인 작업이기도 하다.

‘찰나!’
‘8시 영상’을 만드는 그 순간이자 영원인 찰나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작업하고 싶다.

정상보 / SBS 영상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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