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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은 지금!
“투쟁 끝났습니까?”

"제가 너무 짐이 된 것 같아 할 말이 없습니다." 구치소를 나온 노종면 위원장이 눈시울을 붉히며 했던 말이다. 위원장을 바라보는 노조원들의 눈에도 이슬이 맺혔다. 노조는 파업을 끝내고 사측을 향한 적대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노조와 사측이 합의한 합의서의 내용을 보면 노조의 패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서울구치소 앞에 모인 노조원들의 얼굴에서 패배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투쟁 이전의 나는 부감을 선호하는 카메라기자였다. 파업현장에서 투쟁에 나선 사람들을 위에서 누르듯 촬영했다. 그들의 주장보다는 그들의 힘찬 팔뚝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오디오맨이 보도 자료를 챙겨오면 한번 읽고 말았다. 단신 편집에 들어갈 영상은 머리 속에서 순식간에 순서가 정해졌다. 몇 걸음 옮기면 보다 좋은 앵글을 잡을 수 있지만 확보된 영상이 충분하다 싶으면 그렇게 하지 않은 적도 많다.

파업을 하는 동안에는 카메라를 들지 않았다. 회사 1층 로비에 앉아서 우리를 취재하러 온 타사 카메라기자를 올려다보았다. 목소리를 높여 구호를 외치고, 팔을 세게 뻗었다. 우리가 얼마나 절박한 마음으로 투쟁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결의문을 읽는 노조원의 얼굴과 목소리가 제대로 녹화 되어 다른 방송국 뉴스에 나가기를 바랐다. 취재 중인 기자에게 우리가 만든 보도 자료를 좀 더 꼼꼼하게 읽어볼 것을 부탁했다. 카메라기자에서 취재원으로 입장이 전도된 것이다.

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여행을 떠나기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있다고 한다. 처음 접하는 새로운 세상과 소통하기 때문이다. 낙하산 반대 투쟁과 파업. YTN 노조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1년 동안 걸어왔다.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어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공정방송 사수를 외치며 열심히 싸웠다. 33명이 징계의 칼날을 맞았고, 고소를 당하는 사람이 늘어갔다. 그럴수록 노조원은 똘똘 뭉쳤고 서로를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한 노력의 끝에 어느 방송국에도 없는 직군을 초월한 끈끈한 동지애가 생겼다. ‘파업 종료 선언’이 있고 나서 친구들이 이젠 정상화가 된 것이 아니냐고 물어왔다. 투쟁도 끝이 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했다. ‘파업 종료 선언’은 노조가 새로운 투쟁을 위한 숨고르기에 들어갔음을 의미하는 표현일 뿐이라고 대답을 해줬다. 주변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도 지칠 만큼 우리 투쟁의 여정은 길고 험난했던 모양이다.

4월 3일, 우리는 다시 취재현장으로 복귀했다.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해서 리포트를 만들었다. 일을 하는 방식은 작년과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작년 보다 열심히 취재원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자세다. 일터로 돌아오지 못한 선배들을 생각해서 좀 더 뛰어야겠다는 마음가짐이다. 공정방송 제도화와 해직자 복귀를 위해 열심히 뛰고 계시는 400명 선후배들의 노력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 투쟁은 끝난 것이 아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강영관 / YTN 보도국 영상취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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