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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집사람이 TV를 보다가 늦잠을 즐기던 나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자막과 곧이어 뉴스특보가 이어졌습니다.
믿을 수 없었고 사실이 아니길 바랐습니다.
누구들처럼 엄청난 지지자는 아니었지만 2년 정도의 청와대 출입기자 시절의 반을
노무현 전 대통령 취재로 보냈기에 남다른 애정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회사에 출근하고 멍하니 뉴스를 보던 중 봉하마을 취재 명령을 받고
갑작스레 공항으로 이동하는 차안에서 옛 추억들이 하나하나 떠올랐습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때의 기억이 많이 났습니다.

고생도 많았고 역사적 사건을 기록한다는 사명감도 컷던 탓이기도 합니다.
남북 정상회담 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기자단과 대통령과의 다과 행사가 있었습니다.
그때 카메라기자를 대표해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이런 질문을 한 것이 기억납니다.
“당시 대통령님 평양 숙소에서 한국 TV를 생방송으로 보실 수 있었는데요 어떠셨나요?”라는 질문에
대통령님은 웃으면서“이리 틀어도 내가 나오고 저리 틀어도 내가 나오데요, 참 좋습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더 잘할 것을.....”

봉하마을에 도착하니 벌써 몰려드는 조문객들의 차량이 즐비했고,
약식으로 차려진 분향소엔 흐느낌과 눈물이 뜨거운 햇살을 감추고 있었습니다.
취재 짬짬이 출입기자시절에 알고 있던 수석들, 비서관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여기 저기 취재를 마치고 한밤이 돼서야 찬찬히 영정을 봤습니다.
마음속으로 인사를 드렸습니다.

온 나라가 슬퍼했습니다.
봉하마을은 물론 덕수궁 앞, 서울역, 분향소는 헤아릴 수 없이 차려졌고,
많은 국민들이 애도 했습니다. 지역주의 정치를 타파하려고 노력했고,
국가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놓았고, 기자들을 무서워하지 않던 유일한 정치인.
언론 권력에 당당히 맞서 싸웠던 피곤한 대통령.

덕수궁 대한문 앞에 걸렸던 대통령님 초상,
밀짚모자에 환하게 웃는 모습을 가슴에 담고 조용히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대통령님 편히 쉬십시오.


송록필/MBC 영상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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