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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온 국민의 시선은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이탈리아 로마에 있었다.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웠을까? 바로 작년 베이징올림픽 4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박태환은 출전한 세 종목 모두 예선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기록으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전도양양했던 젊은 수영천재는 하루 아침에 추락한 자신에게“나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수영계 내부에서는 이번 실패의 원인을 세 가지로 보고 있다. 개인 전지훈련과 태릉선수촌 훈련의 이원화된 시스템, 수영계의 고질적인 알력다툼, 그리고 박태환 자신의 자만심과 나태함 등을 뽑았다. 그러나 꼭 이런 이유만으로 설명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오히려 체육계 전반에 퍼져있는 자율적인 시스템의 부재가 가져 온 궁극적인 결과가 아닌가 한다. 그 동안 축구, 야구, 마라톤 등 여러 종목에서 젊을 때의 천재성을 유지 못하고 조로하는 선수들을 많이 봐왔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진행된 합숙훈련을 통해 경기력 향상은 가져왔겠지만 그대신 다른 많은 가치들-가족의 따뜻함, 친구의 소중함,그리고 사회에 대한 봉사 등-을 포기해야만 했다. 오직 메달만을 목표로 자기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왔다.

이런 스포츠에 대한 접근 자세는 서구 스포츠계의 경우와는 사뭇 차이가 느껴진다. 스포츠를 즐기면서 하는 그네들과 매맞기 싫어서 하는 우리의 차이는 결국 정상에 올라 섰을 때 얼마나 오래 그것을 지켜낼 수 있는가에 있다. 우리에게서는 보기 힘든 올림픽에서 연속우승, 오랜 선수생활 등은 자율적인 사생활통제가 일상화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수동적으로 길러진 우리 엘리트선수들은 정상에 섰을 때 온갖 유혹에 맞닥뜨리게 된다. 방송출연, 연애, CF, 뜨내기 친구들의 접근 등 어린 나이에 이 행사 저 행사 쫓아다니고 하고픈 게 얼마나 많겠는가? 젊은 선수들이 그것을 떨쳐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수많은 선수들이 그걸 못 견디어 내고 유망한 천재에서 평범한 선수로 전락하고 만다.

이는 물론 선수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사회 스스로 비이성적인 통제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치하는 오류에서 나온다. 군사정권시대의 산물인 선수촌 합숙 훈련, 학교수업을 무시한 파행적인 운동 연습 등 수많은 부조리에도 메달만 따면 돈과 대학, 명예가 보장된다. 국민들은 금메달에는 환호했지만 어느 누구도 그 과정은 생각해보지 않았고 메달 색깔에 선수를 평가하는 냉정한 관전자일 뿐이다.

박태환은 아직 무한한 가능성이 남아 있는 약관의 젊은 선수다. 이번의 실패가 오히려 좋은 보약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박 선수에게 금메달을 요구하기 전에 먼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불합리한 관행에 대해서 진지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그게 바로 다른 유망한 엘리트선수들을 보호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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