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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환경의 급진적인 변화,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작업 반드시 선행돼야


영화 <아바타>의 인기는 시청자에게 3D 영상이 친근하게 접근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쇼 2010’에서 선보여진 3D 신기술들은 미디어환경의 급변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정부는 올해 3D 콘텐츠에 대한 예산으로 200억여 원을 책정했다. 그리고 지난 12월29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3D TV 실험방송 추진단'을 출범시켰으며, 국내 3D 방송 촉진을 위한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10월에는 풀 HD급 지상파 3D TV 실험방송을 실시해, 3차원 영상의 방송을 조기에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들은 세계의 3D 시장을 선점하고 3D 미디어환경을 조기에 정착시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정부의 3D 방송 계획이 국민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점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3D? 영상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현실 재현’ 효과를 내는 것
몇몇 광고와 만화 속에서 우스개 차원으로 연출된 ‘사람이 TV를 뚫고 나오는 것’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싶지만, 2차원이 아닌 3차원으로 영상을 접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쉽게 말하자면 TV에서 ‘사람이 뚫고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3D영상으로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3차원 영상은 한 대 이상의 카메라를 통해 동시간대에 다양한 시점에서 촬영된 영상들로 만들어진다. 우리가 물체를 3차원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은 하나의 물체를 바라볼 때 오른쪽 눈과 왼쪽 눈으로 들어오는 신호가 다르기 때문이다. 양쪽 눈으로 들어가는 영상신호가 다르기 때문에 입체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오늘날 이를 활용해 편광안경을 이용하거나, 디스플레이 되는 장치에 렌즈를 부착함으로써 각 눈으로 들어가는 영상이 다르게 만드는 방법 등이 연구되고 있다.

풀 HD 3D환경으로 가는 LCD와 카메라의 진화
지난 12월 3일 LG 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셔터안경’식의 풀 HD 3D LCD를 양산 출시했다. 또한 파나소닉은 업무용으로서 세계 최초로 양안식 풀 HD 3D카메라를 발표해 올해 가을부터 발매할 예정이다. 이러한 미디어 장비 기술의 혁신적 진보는 정부로 하여금 3D 시장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
LG 디스플레이에서 발표한 LCD는 현재 상용화 된 HD급 3D 디스플레이보다 두 배 이상 화질이 선명하며, HD급 3D LCD 및 풀 HD급 2D LCD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영상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자랑한다. 파나소닉에서 발표한 카메라의 경우 하나의 카메라에 두 개의 렌즈, 카메라 헤드, 메모리 카드가 있다. 종래의 3D카메라는 좌우의 눈용으로 영상을 촬영하기 때문에, 2대의 카메라를 가지고 두 개의 렌즈를 통해 광축을 인간의 눈의 간격인 6.5cm분 만큼 떼어놓아 설치해 촬영했다. 그러나 카메라가 클 때 간격을 조정할 수 없기도 했고, 이동할 때 엇갈림이 생기기도 했다. 단계적으로 3D 영상 제작의 어려움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이러한 LCD의 지속적인 기술력의 향상은 현실과 가까운 영상을 구현할 수 있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방통위는 올해 하반기 풀 HD급 3D 방송을 지상파, 케이블, 위성에서 실험 송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 밝혔다. 더불어 오는 11월에 열릴 예정인 G20 정상회의 때 이를 시연하고, 내년과 내 후년 각각 열리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여수세계박람회도 3D TV로 중계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사를 통해 정부의 입장을 ‘통보’마냥 들은 이런 계획은 앞으로 겨우 아홉 달 남은 일이다.

3D 산업, 국민 고려하지 않는 ‘아름다운’ 신 성장동력?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주도해온 한국의 3D 기술은 아직까지 서구나 일본과 비교하면 한 발 뒤처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한국은 올해 세계 최초로 지상파 TV를 통해 풀 HD 3D 콘텐츠를 송출할 전망이다. 일본의 3D 방송의 경우 위성방송이며 풀 HD화질이 아니다. 또한 일반 TV를 보유한 가정에서는 겹쳐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지상파로의 송출을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서구나 일본에 비해 뒤쳐진 3D 기술을 가진 한국이 세계 최초로 풀 HD 3D 콘텐츠를 송출하겠다는 시도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3D 방송시장 선점과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깔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사업 추진에 있어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시도하지 못했던 이유, 즉 일반 TV를 가진 가정에서는 겹쳐진 화면을 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충분히 감안해야만 한다. 지상파는 국민의 TV 시청권까지 고려한 공익에 근거한 방송을 제작하고 송출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정부와 방통위, 문화관광부의 계획 아래서 국민들의 동의 없이 지상파 실험방송을 실시하고, 내년과 내후년의 몇몇 행사를 3D로 중계하겠다는 야망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방통위 전파방송관리과 담당 사무관은 “3D 콘텐츠를 송출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3D 시험방송은 국민들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동의를 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신 성장동력의 ‘국익’이라는 수식어로 정부의 일방적인 입장의 표출함으로써 국민들의 TV 시청권을  유보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이것은 국민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기만해버린 ‘독선’이다. 물론 앞으로 엄청난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올 것이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나, 정부와 방통위의 이러한 계획들이 세계 3D TV 시장 선점의 기반 마련이라는 의도에서 비롯된 ‘조급증’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기술의 경쟁적 선진화라는 정부의 욕망에, 시청자가 고려되지 않고 단순히 휘둘려지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황혜정 기자 hjnorza@gmail.com


※ <미디어아이> 제71호에서 이 기사를 확인하세요
미디어아이 PDF보기 바로가기 링크 ▶▷ http://tvnews.or.kr/bbs/zboard.php?id=media_eye&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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