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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해서 용감했던 신입 카메라기자의 2009년
-신입 카메라기자로 보낸 한 해를 돌아보며

벌써 1년이다. 카메라기자의 타이틀을 달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지. 내 인생에 있어서 이처럼 다양한 현장을 압축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해는 없었다. 매 순간 순간이 새로웠으며, 들이쉬고 내 쉬는 한 숨 한 숨이 모두 가쁘게만 느껴졌다. 계산하기보다는 그저 몸으로만 뛰어다니기 바빴던 초년 기자로서의 1년, 많이 부족했던 그 1년을 차분히 돌아보고자 한다.

인상적이었던 현장. 연초에는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경기도 일대를 누볐다. 생전 처음 접한 긴박한 현장검증 장소. 수많은 시민들이 희대의 살인마를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고, 피해자의 유족과 친구들은 울부짖으며 급기야 실신 지경에 이르렀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날카롭게 촬영을 거부하는 그들을 향해 악착같이 렌즈를 들이밀어야 했던 상황에서 나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고통에 신음하는 유가족과 그 모습을 뉴스로 담아내야 하는 기자간의 괴리감, 초상권과 취재권, 적절한 판단이 떠오르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카메라기자라는 직업이 매 순간 그런 고민 속에서 노련한 가치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배운 순간들이었다. 적절한 시기에 접한 협회보 <미디어아이>의 초상권에 관한 체계적인 기사는 수습기자였던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 하나. 바로 위에 기수 선배들이 ‘촛불시위’를 통해 충돌현장 취재에 익숙해졌다면, 나에게는 ‘용산참사’와 ‘쌍용차 사태’가 그러한 매개가 되었다. 안타까운 사건 직후 화재건물을 취재하려는 카메라기자와 경찰 사이엔 몸싸움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또한 격분한 철거민과 경찰 진압대 틈바구니에 끼어 고생했던 기억도 난다. 최루액이 분사되고 헬기진압이 이뤄지는 현장의 당혹스러움. 빈약한 준비로 시위 현장을 찍을 뿐 일차적으로 내 몸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이 희미했던 당시, 내 머리 옆을 스쳐 날아가는 보도블럭과 강철볼트는 백 마디 말보다 명확한 가르침을 주었다. ‘효과적인 취재를 위해서라도 내 몸의 안전을 잊지 말 것’

‘참사’와 ‘사태’를 이야기하다 보니, 유독 2009년 한 해는 죽음과 관련된 뉴스들이 많았다. 카메라기자로서 나는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추모하는 시민 인파 속에 묻혀 있었고, 고 장자연씨 자살 의혹을 취재하러 분당경찰서에 뻔질나게 드나들었으며, 노무현 대통령의 봉하마을 빈소에서 밤을 새다시피 한 3일을 기억한다. 건강 악화로 의식을 잃은 DJ를 방문한 YS의 화해 멘트를 따낸 역사적 순간에도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든 우리 취재기자와 ENG카메라를 든 내가 서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장이 치러졌으며, 그러한 현장에서 어느 순간 죽음은 내 안에서도 일상적인 사건이 되어갔다. 커다란 별들이 차례로 스러져갔고, 인면수심의 절도범에게 최진실씨의 유골함이 도굴 당하기까지 하자 죽음에 대한 비현실적인 착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우리 사회가 피할 수 없는 아픔을 충분히 겪었다면, 그리하여 좀 더 성숙해졌다면 2010년에는 좀 더 따듯한 뉴스의 현장에 서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을 가져본다. 갈등보다는, 장례보다는, 탄생과 화합의 뉴스를 전달하는 2010년이 되면 좋겠다. 어떤 해보다도 다사다난했던 2009년 한 해. 카메라기자의 타이틀을 달고 막무가내로 부딪혔던, 무식해서 용감했던 나의 첫 해. 2010년에는 보다 성숙하고 노련한 모습의 카메라기자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좀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기를. “선배들의 아낌없는 충고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지선호/MBN 영상취재부

※ <미디어아이> 제71호에서 이 글을 확인하세요
미디어아이 PDF보기 바로가기 링크 ▶▷ http://tvnews.or.kr/bbs/zboard.php?id=media_eye&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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