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20 03:37

손명환 기자 추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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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선배.

선배를 좋아하던 이들이 이렇게 많고 선배를 평생 그리워 할 이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선배는 늘 말이 적었습니다. 그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곤 했습니다. 후배들도 싫어하는 일이 있으면 마다하지 않았고, 힘든 취재가 있으면 먼저 나서서 앞장섰습니다.

그러다 보니 몸도 상하고 마음도 피곤했겠지만 선배는 늘 따뜻한 미소로 후배들을 이끌고 아무렇지도 않게 일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선배가 무척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젊은 후배들도 따라가지 못하는 지리산 자락을 산사람처럼 누비고 다니며 무너진 산을 찍고, 버려진 쓰레기들을 찍고, 멧돼지들을 쫓아 다니곤 했습니다.

그러다 몸이 상해 수술까지 하면서도 여전히 힘든 일에 앞장을 섰고 자신보다는 조직을 먼저 생각하고, 후배들을 먼저 생각하고, 또 KNN의 뉴스와 프로그램들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그런 선배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카메라를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일은 저희를 너무나 부끄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손 선배, 선배의 고향은 언제나 지리산이었습니다. 취재라도 할 일이 있어 그 곳에 가면 선배의 표정은 어린아이처럼 환해졌고, 길을 가다가도 선배를 알아보는 이들에게는 차에서 내려 일일이 인사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제 그 고향 지리산을 선배는 마음껏 오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멱 감던 시내를 지나 토끼며 노루를 쫓던 계곡들, 또 선배의 손길을 기다리는 감나무 밭까지 늘 돌아다니며 잘 있는지 찬찬히 둘러보시겠지요.

선배, 이제는 그렇게 편안히 계십시오. 선배가 그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지키려던 카메라와 영상들은 이제 우리가 맡겠습니다.

선배, 이제 카메라를 움켜쥐었던 손을 편안히 놓으십시오. 그리고 조금 먼 곳으로 조금 일찍 떠나더라도 우리를 사랑했던 따뜻한 마음과 환한 미소는 거두지 말고 남겨 두시기 바랍니다.

그 대신 먼 훗날 다시 만나면 꼭 선배에게 묻겠습니다. 뭐가 그리 급해서 먼저 떠났는지….

선배를 사랑하는 후배들이 올립니다.

2010년 8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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