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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미디어교육 분야 활성화될 듯…영상기자들 현장촬영, 

제작경험 바탕해 미디어이론·교수법 갖추면 진로 밝아"


3면 임병길 이사장


은퇴(隱退).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낸다.’는 뜻이다. 하지만 100세 시대를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준비된 은퇴’가 필요하다. 30년 넘게 해 온 일을 기반으로 도전한다면, 완전히 생소한 분야에 뛰어드는 것보다 덜 불안할 수 있다. 퇴직한 선배들은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방송사를 정년퇴직하고 사회적협동조합 우뚝섬영상미디어센터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임병길 이사장을 지난 23일 전화 인터뷰했다.


- 퇴직 이후 영상전문가로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 궁금하다.

 “원래 사진 전공이라 MBC를 퇴직한 2014년부터 1년 정도는 작품 사진을 찍고 다녔다. 그런데 여주 지역에서 학생들에게 애니메이션을 가르치는 강사라면서 연락이 왔다. 영상 쪽으로 가르쳐보고 싶은데 경험이 없어 아는 사람을 통해 나를 소개받았다면서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영상 제작에 대한 강의를 해 줄 수 있느냐고 하더라. 그 일을 계기로 2015년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지방은 서울과는 달리 문화시설이 적고, 미디어와 관련된 기관들도 별로 없다. 아이들도 미디어에 관련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고, 영상 제작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조금 안다고 하는 친구들도 체계가 없고, 유튜브나 친구한테 들어서 하는 수준이어서 많이 안타까웠다.”


- 주로 어떤 활동을 했나.

 “경기도 꿈의학교에서 영상·미디어 관련된 강의를 맡아 1년 동안 일했다. 꿈의학교 활동에 대한 평가가 좋아서 여주시에서 하는 마을기자단, 삼성꿈장학재단의 영상기자단 교육도 맡게 됐다. 지난해에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5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을 영상기자단을 교육했는데 영상 제작, 기사 작성법, 인터뷰하는 법은 물론 드론, 편집까지 강의해서 작품을 완성할 수 있게 했다.”


- 지금 우뚝섬영상미디어센터 이사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계신데. 

 “여주 지역에서 영상 관련 강의를 하면서 이쪽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뭘까 계속 고민했다. 세종문화재단, 여주교육지원청 관계자 등과 얘기하다 미디어와 관련해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와 영상미디어센터를 만들게 되었다. 2019년 9월에 우뚝섬영상미디어센터가 만들어졌고, 내 임기는 올해 9월까지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수익을 내는 구조가 아니라 거의 봉사하는 곳인데, MBC를 퇴직하고 시간적 여유가 있고, 강의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관심도 생겨 참여하고 있다.”


- 퇴직 이후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퇴직하면 영상 분야의 일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뭔가를 준비하지 않았다. 그런데 강의를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고,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게 뭔지 알게 됐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 공부를 많이 했다.”


- 후배 영상기자들이 무엇을 미리 준비하면 좋을지 조언해 준다면.

 “앞으로 영상이나 미디어 교육 분야가 활성화될 것 같다. 영상기자들은 현장에서 제작하는 능력은 뛰어난데,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제작만 잘 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영상 제작이나 미디어에 대한 이론도 필요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대한 연습과 접근 방법 등도 공부해야 한다. 나는 그런 부분에 대한 준비 없이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영상 교재도 만들었지만, 후배 기자들은 미디어 교육 관련 강의가 있다면 미리 듣고 준비하면 좋겠다.”


- 이론과 교수법을 갖추면 퇴직 이후 진로가 밝다는 얘긴가.

 “그렇다. 아이들은 친구들을 만나 노는 시간보다 혼자서 영상을 보는 시간이 더 많다. 영상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한다. 따라서 영상은 곧 언어다. 요즘 아이들에게 유튜브 브이로그는 영어보다 가깝다. 그렇다면 이 언어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고, 소통에 바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영상기자들이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다고 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 친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퇴직하면 60이 넘는데, 아이들은 나이 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있다.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으니 조금만 노력하면 될 것이다.”


- 기회가 있는데도 현장에 퇴직 영상기자들이 거의 없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방송사 출신인 영상기자들은 자기가 유튜버들과는 다르다거나, 내가 초중고 애들을 가르칠 수준은 아니라는 우월감이 있을 수 있다. 나도 처음에 그랬으니까. 의뢰인들도 ‘방송사 출신인데, 돈이 많이 들진 않을까? 지역까지 와서 아이들을 가르쳐줄까?’ 하는 생각에 접근을 어려워한다. 하지만 보수를 떠나 내가 해온 일을 아이들한테 가르친다고 생각하니 한 명이어도 좋고 두 명이어도 좋더라. 나이와 화려한 과거를 내려놓고 같이 배우면서 가르친다고 생각해야 한다.”


- 방송사 출신이라고 하면 아이들 반응은 어떤가.   

 “아이들이 우선 선생님의 수준을 높게 평가해 준다. 처음엔 이게 상당히 부담으로 다가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영상기자 출신이라는 점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경력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도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방송사에서 일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었다.”


- 제도적인 측면에서 아쉽거나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퇴직 전부터 영상이 영어나 국어처럼 초등학교부터 필수 과목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영상기기를 접하고 소유하기 쉬워진 1인 미디어 시대가 왔으니, 교육도 제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영상기자협회와 교육 기관이 연계해 퇴직한 영상기자들이 미디어 교육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방안을 제도적으로 만들면 좋겠다.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도 10년~15년 정도는 충분히 일할 수 있다. 나도 퇴직하고 7년째 일을 하고 있는데, 제작 현장도 다닌다.

특히 지방은 여러 여건이 열악한 반면 아이들은 시간이 많다. 기본 정규 수업에 못 들어가더라도 방과후수업이나 진로 수업 등과 연계해서 협회 출신의 능력있는 사람들이 투입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젊고 유능한 강사가 많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강사 인프라가 없으니 퇴직자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



안경숙 기자 cat10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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