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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바람에 멍들다 - 재생에너지의 명암>
 KBS광주 이성현 기자

 


제36회 한국영상기자상 수상소감


재생에너지의 명암



서울 공화국대한민국.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역량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전국에 혁신도시들을 만들며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한 지 10년이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쏠림은 오히려 더 가속화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농어촌에서는 아이 울음소리를 듣는 것이 희귀한 일이 되어버렸고, 문 닫는 학교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농어촌에서는 소멸 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태양광과 풍력, 이른바 재생에너지 시설만큼은 비수도권의 쏠림이 매우 심각합니다. 정작, 전력 소비량이 많은 서울을 비롯한 세종과 6대 광역시의 재생에너지 보급 비율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도권과 대도시가 사람이며 돈이며 모든 걸 빨아들이는 것과 달리, 비수도권, 특히 농어촌은 재생에너지 보급의 전진기지가 되어버렸습니다.


<햇빛·바람에 멍들다>는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탄소 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소들이 곳곳에 세워지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농어촌 주민들의 생계와 터전을 잃게 되는 현실을 조명하고, 농어촌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에너지 정책이 아닌 도심에서도 또 대기업에서도 에너지 전환에 어떻게 동참할 수 있을지 해법을 제시한 프로그램입니다.

 

시사다큐멘터리 제작의 경우 보통 구성작가가 제작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작가 없이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작을 함께한 취재기자 선배의 확고한 의지 때문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의 맛을 살리는 작가가 그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시사다큐멘터리 제작 경험도 많이 없었고, 늘 데일리 영상취재만 해왔으니 작가 없이 제작하는 일이 큰 벽처럼 다가왔습니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영상기자로서 역량을 발전시킬 기회라고 다짐했습니다. 취재 계획에 맞게 영상구성안을 사전에 만들며 제작에 들어갔고, 언제 어느 장소에서 촬영하면 내가 원하는 영상을 얻을 수 있을지 사전에 답사를 가기도 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영상을 얻지 못하면 보충 촬영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소 영상이 프로그램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현재 농어촌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드론 영상이었습니다. 드넓은 폐염전의 자리를 수십만 개의 태양광 패널이 차지하고 있다거나 해안가를 따라 자리 잡은 해상풍력 발전기, 또 태양광 발전소 공사장에 둘러싸여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 등 농어촌을 파고들어 재생에너지 발전소로 잠식해가는 모습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태양광 패널로 뒤덮인 간척지며 염전, 해상풍력 공사가 한창인 바닷가를 촬영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10년 뒤 이곳에 사람이 살 수 있을까?’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의 생각도 비슷했습니다. ‘일터가 사라진 농어촌에 누가 들어와 살겠냐고, 나이 든 어르신들 돌아가시면 마을에는 태양광 패널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거라고’. 지금처럼 사업자 중심의 입지 선정과 무분별한 허가 속에 농어촌을 파괴하는 정책이 지속된다면, 오히려 지방소멸을 더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재생에너지 자체를 반대하진 않았습니다. ‘기후위기라는 현실과 온실가스 감축이란 시대적 과제 앞에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단지, 농어촌 희생만을 강요하는 지금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할 뿐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고통받고 있고 누군가는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대도시의 사람들은 내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관심합니다. 농어촌의 공존을 위해 재생에너지 전환을 어떻게 이뤄갈 수 있을지 지금부터라도 함께 고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올해로 11년 차를 맞이하는데 한국영상기자상이라는 영예로운 상을 받게 되어 매우 감사하고 뜻깊습니다. 데일리 영상취재와 편집으로 쳇바퀴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는데 이 상이 나를 더 발로 뛰게 하는 모멘텀이 되어 변곡점을 만들어낼 것으로 생각합니다. 끝으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특집 제작으로 내가 빠진 빈자리를 완벽히 메워 준 광주 보도국 영상기자 식구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성현 / KBS광주 8-2 이성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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