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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회 한국영상기자상 뉴스부문 MBC 김희건 기자

 
< 다시간다-죽음의 택배 바뀐 게 없다 >
 

 

 

(사진)뉴스부문 MBC김희건.JPG

▲ <다시 간다-죽음의 택배 바뀐 게 없다>보도로 한국영상기자상 뉴스부문을 수상한 MBC 김희건 기자<사진 왼쪽>

 

 

 “10년 전 과 달라진 건 없네... 아이스크림도 택배로 받아먹는 세상. 누군가의 고된 노동으로 버텨지는 편한 요즘 세상”

 

 누군가 보도영상을 보고 남긴 글이다. 택배물류창고는 자본주의의 슬픈 단면을 담고 있다. 노동 강도는 터무니없이 세고 불법행위는 만연하다. 이야기를 짜낼 필요가 없었다. 16시간 동안 택배 노동을 하며 보이는 모든 게 이야깃거리였다.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고 법적 휴식시간도 지켜지지 않았다. 심지어 식사 시간은 23분, 구내식당에서 5000원을 내고 사 먹어야 했다. 30분 동안 하차 작업을 해야 벌 수 있는 돈을 고스란히 내주어야 했다. 안전교육조차 없는 근로환경에서는 당연히 부상자가 상시적으로 발생한다.

 

 보안은 판옵티콘을 방불케 했다. 사방에 설치된 CCTV를 통해 감시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8시간 노동 후 식사를 하고 있는데 택배 물류 관계자가 나타났다. 아까부터 핸드폰으로 뭘 하는 거냐고 물었다. 우리를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결국 핸드폰도 사용하지 못하게 됐고, 위장 카메라만을 사용해야 했다. 하차 작업을 쉴 새 없이 하면서 눈에 띄지 않게 카메라를 설치해야 했다. 물류차량 틈새에 꽂아 보기도 하고 레일에 얹었다 캐치하기도 했다. 위장취재였지만 마음은 당당했다. 위법성 조각사유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직접 체험한 택배 노동은 불합리했고, 눈에 보이는 모습들은 불법 투성이었다.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11톤 트럭 11대 하차작업에 청소와 택배 분류를 마쳤다.

 

 “오늘 또 나오시나요?”

 

 일비를 받는데 관리자가 묻는다. 생계유지를 위해 이렇게 일하고 오늘 오후 다시 나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이었다. 잔인하고 슬펐다.

 

 기자들은 유사한 현장을 가고 또다시 간다. 같은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해서이기도 하고, 보도한 불법 행태가 개선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고된 노동으로 지탱되는 편한 요즘 세상. 누군가 법과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희생당하며 만들어지는 아이러니한 발전. 택배 노동을 비롯한 노동현장들은 우리가 계속해서 두드려야 할 공간이다.

 

 쉽게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으로서 비인간적인 노동현장을 조성하는 이들에게 “언제든 당신들을 지켜보러 갈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전하고 싶다.

 

 

김희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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