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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20세기 제국과 21세기 제국 사이에 놓이다

 

 

홍콩, 20세기 제국과 21세기 제국 사이에 놓이다 (사진 2).jpg

▲ 홍콩 시위 현장<사진>.

 

‘2019年 07月 27日’과 ‘21/07/2019’

 

 홍콩과 중국은 다르다. 우선, 언어부터 본토의 표준어인 ‘만다린’이 아니고 광둥어와 영어를 쓴다. 심지어 글자도 홍콩은 중국에서 쓰이는 간체자가 아니라 번체자를 선호한다. 화폐도 본토의 위안화가 아니라 서구와 같이 달러화(홍콩달러)를 쓴다. 

 

 이와 같이 말하는 법과 쓰는 법, 화폐가 다르니, 당연히 문화적으로도 둘은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날짜를 쓰는 법에서 홍콩은 동양에서 일반적인 연월일 순이 아니라 서구식인 일월년 순으로 거꾸로 쓴다. 홍콩은 영어식 이름을 사용하고, 자동차 운전석도 오른쪽에 있다. 또 중국과 달리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대륙과는 전혀 다른 20세기를 보낸 홍콩을 같은 중국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1898년 홍콩이 영국에게 임차된 후 지난 100년 동안 두 지역은 전혀 다른 사건과 세월을 거쳐왔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었지만, 20년이 흐른 지금도 그 차이는 여전히 물과 기름처럼 도드라져 보인다. 

 

 

21세기, ‘중국’이라는 새로운 제국 앞에 선 홍콩

 

 중국이 홍콩을 빼앗긴 계기가 된 1840년 아편전쟁은, 청나라의 아편 단속에 반발한 영국의 보복 전쟁이었다. 국민의 마약 중독을 막기 위한 청나라의 조치에 영국이 반발해 힘으로 이를 무력화시켰다. 비록 영국이 전쟁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역사는 후에 이 전쟁을 ‘가장 불명예스러운 전쟁‘, ’명분 없는 전쟁’으로 기억한다. 

 

 약 180년이 흐른 2019년 ‘또 다른 불명예스러운 전쟁’이 시작됐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명분 없는 전쟁’의 칼자루를 쥔 주인공은 중국이다. ‘행정장관 직선제 거부‘, ’범죄인 송환법 제정 시도’ 등 중국 정부가 ‘일국양제(一國兩制)’라 불리는 홍콩 자치에 서서히 영향력을 넓혀가자 홍콩 시민사회가 반발하기 시작했다. 2019년 6월 이후 수십 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홍콩의 자유’를 요구하며 저항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 100년간 경험한 문화·정치·경제의 자유를 잃고 싶지 않은 것이다. 자유롭게 ‘페이스북’이나 ‘구글’을 이용하던 홍콩 시민이 어느 날 갑자기 ‘웨이보’ 밖에 사용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긴 시간 동안 누린 자유와 삶을 앞으로도 보장해달라는 이들의 명분은 타당해 보인다. 이들의 필사적인 저항에 중국 정부는 폭력과 무자비로 대응하고 있다. 청나라를 힘으로 굴복시킨 그 제국이 겹쳐지는 상황이다.

 

 

홍콩은 어디로 가는가

 

 최루탄과 방독면, 곤봉과 벽돌, 경찰과 시위대. 홍콩 시위의 풍경은 지난 한국 사회의 민주화 운동을 떠올리게 한다. 최루가스로 뿌옇게 흐려진 거리에서 간절히 자유를 외치는 홍콩 시민들의 모습은 과거 우리 사회의 모습 같아 더 안타깝다. 홍콩 시민사회도 대한민국처럼 그들의 바람을 쟁취할 수 있을까? 우리와 달리 막강한 제국을 상대로 직접 투쟁해야 하는 홍콩 시민들. 매일매일 지하철과 공항을 점거하는 시위대의 용기가 위대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고단하고 위태로워 보이는 까닭이다. 동·서양의 문화가 절묘하게 결합하여 ‘동양의 진주’라 불리는 작은 섬에 또다시 역사의 파도가 거세게 일고 있다.

 

 

안민식 / KBS    안민식 증명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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