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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글쇼에 대한 단상

 
 

고글쇼에 대한 단상(사진).jpg

▲ 고글은 태풍현장에 안전하지 않았다.<사진>

 

 “선배, 그거 뭘까?”
 제주총국 보도국에 이상한 놈이 나타났다. 물안경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크고, 스포츠 고글과도 비슷하지만 그것보다 투박하다. 분명한 건 뒤쪽의 밴드를 머리에 감아 눈에 쓰는 놈이라는 것.
 
 태풍 취재를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았던 보도국에 이 녀석의 출현은 기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태풍 중계 시 라이브에 참여하는 취재기자는 이 녀석을 꼭 착용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명목은 안전을 위해서.
 
 화면에 비친 그 녀석은 생각대로 강력했다. 기사 내용보다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고글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과연 고글을 쓰고도 원고를 잘 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차치하고라도 고글을 쓴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안전하게 보이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중계를 하는 그곳은 방파제가 높고 바다와의 거리가 상당히 멀어 이미 안전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였더라도 말이다. 어쨌든 고글을 쓴 것만으로 조금은 더 안전하게 보였다.
 
 “답답하고 거추장스러웠어요. 무엇보다 고글에 성에가 껴서 앞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어요.”
 
 고글 1호 착용자의 실사용 후기이다. 안전하게 보였던 그것이 사실은 앞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들어 기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보이는 안전’에 집착한 결과 정작 시야의 불 안전성을 제공한 것이다.
 
 과연 시청자는 고글 쓴 기자를 보고 저 사람은 안전하겠네 하고 느꼈을까?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 기자의 안전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보이는 안전’을 위해 기자를 그런 상태로 몰아넣어야만 하는 것일까?
 
 태풍 현장을 취재하는 영상기자는 다양한 위험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예측할 수 없기에 사고의 위험성은 크다. 간판이 날아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의 몸조차 컨트롤할 수 없을 정도로 바람이 심하게 분다. 카메라를 들고 있고 뷰파인더에 시선이 집중되어 있어 영상기자들에게 가해지는 위험성은 더 올라간다. 언제든 돌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영상기자들에게는 특별히 지급되는 안전장비는 없는 실정이다. ‘보이는 안전’에 연연하는 와중에도 회사는 영상기자의 안전에는 뒷전이다.
 
 최근 황희찬(축구선수, 잘츠부르크)의 고글이 이목을 끌었다. 소속팀에서도 대표팀에서도 다른 선수들이 고글에 대한 관심이 높아 너도나도 껴보겠다고 했단다. 고글이 시각적으로 이목을 끄는 것은 틀림없는 듯하다. 이번 태풍 중계에서 쓰인 고글도 그런 의미에서라면 성공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그러한 ‘보이는 안전’, ‘안전 모사’ 행위들이 정작 안전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안전할 것이라는 착각을 제공할 뿐이다.
 
 영상기자의 안전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상황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들은 TV화면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고글쇼조차 불필요한 걸까? 취재진의 안전에 대한 전면적인 논의가 절실하다.
 
 

김형준 / 제주KBS    김형준 증명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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