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8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내부의 적은 “회장님”

 

 

(사진2) 내부의 적은 “회장님”.jpg

▲ 직원들이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KCTV제주방송 회장(표시) <사진/부수홍>

 

 

 

  “우리 회사에 찬송 소리와 기도 소리가 나면 하나님께서 기뻐해 주시리라”

 

  “지금 당신의 이익 10배 이상 줄게 할 수도 있습니다. 노동법에 저촉되지 않습니다.”

 

 “내부의 적 한 사람이 외부의 적 1,000명보다 무섭습니다. 우리 사우 여러분이 찾아주세요”

 

  KCTV제주방송 회장이 전 직원을 모아놓고 전한 말이다. 사내에서 직원들에게 예배를 강요하고, 부서별로 한 번씩 찬송을 부르게 하는 등 비상식적인 일이 비일비재했다. 도민들에게 판매하는 디지털TV, 인터넷, 알뜰폰을 직원들에게 강매하는 등 회장은 노동법에 저촉되는 일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기쁨조, 노예 같았다는 직원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연차를 쓰려면 행선지와 누구를 만나는 것까지 세세하게 기록하고 가야 했고, 아파서 휴가를 쓰려면 회사에 들러 의사가 아닌 부서장에게 검진을 받아야 했다고 한다. 남은 연차에 대한 보상도 없었다. 이러한 부조리에 왜 다들 가만히 참아야만 했을까?

 

  직원 300명 가까이 되는 회사에 ‘노조’가 없다. 직원들은 과거에도 노조 설립을 추진했었지만 노조를 만들면 회사를 처분하겠다는 회장의 협박으로 무산된 적이 있었다고 말한다. 회장의 이러한 횡포에 직원들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회장을 제외한 경영진은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아들은 사장, 딸은 자회사의 대표로 등록되어 있었다. 회장의 배우자를 비롯한 사주 일가 주식이 93%. 어떠 한 견제장치도 없는, 한 마디로 ‘회장님의 왕국’이다.

 

  취재 과정을 통해 자회사 대표로 등록 되어 있는 딸이 출근하는 모습을 아무도 본 적이 없다는 증언을 입수했다. 사내 비상연락망에도 회장의 딸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들은 연차도 못 가게 하고, 남은 연차수당도 지급하지 않으면서 출근도 하지 않는 딸에게는 수 백만 원의 월급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KBS제주의 탐사K 보도 이후 사측은 사내 예배와 찬송을 없애고 직원들의 연차 휴가를 보장하겠다며 개선을 약속했다. 상품 영업과 광고료를 받는 방송사로서 매출 하락과 이미지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 아닌, 고객보다 직원을 먼저 생각한 결정이었기를 바랄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비상식적인 갑질 횡포가 KCTV제주방송뿐만 아니라 수많은 언론사 오너 일가에서 비일비재 하다는 것이다. 사주가 보도에 개입하면서 중립보도, 공정보도가 무너지고 언론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오죽하면 방송보다 유튜브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겠는가?

 

 탄환이론 시대는 지났다. 수많은 언론 매체와 SNS, 유튜브 등 다양한 미디어가 생겨나는 1인 미디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신뢰도가 중요하다. 한순간의 시청률과 조회수보다 장기적으로 공정성과 중립성을 얼마나 잘 지키는가에 따라 신뢰도가 결정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동료, 회사에 대한 신뢰일 것이다.

 

 

 

부수홍 / KBS제주 (사진) 부수홍 증명사진.jpg

 

 

 


List of Articles
제목 날짜 조회 수
바다에 잠길 운명의 섬나라, 투발루 file 2010.01.13 13350
하버드대의 운동벌레들 file 2010.11.16 12682
맷값 폭행사건과 재벌2세 file 2010.12.16 12320
작전중인 군과 취재진은 협력관계 유지해야 file 2010.12.16 12155
한번의만남, 두번의헤어짐 file 2010.11.15 12023
이집트 출장 지원자를 받습니다. file 2011.03.26 11967
서울시장선거취재기 - ‘시민이 시장이다’ 박원순 시민단체에서 시청으로 file 2011.12.27 11965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 취재 후기 file 2011.08.05 11950
핵안보 정상회의 HB(주관방송)취재 file 2012.05.04 11928
히말라야 낭가파르밧 취재기 - 故 고미영 대장을 추모하며 file 2009.10.16 11920
시라아 내전 취재기-이승주 file 2012.11.02 11661
제19차 유엔 인권이사회 취재기 file 2012.05.04 11576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이백리, 독도 고유 식물 취재기 file 2013.07.30 11575
한 점의 빛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촬영 file 2009.05.18 11493
따뜻한 방에 앉아 ENG로 닭 잡아먹는 삵 찍는 법 file 2009.04.14 11456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달구벌 뜨거운 열기에도 나의 열정은 식어있었다 file 2011.11.18 11445
폭설과의 사투, 72시간... file 2010.01.13 11417
멀티형 카메라기자 과정 연수기 file 2012.07.25 11394
고단했지만 활력이 된 설악산 빙벽 등반 교육 file 2010.02.23 11375
남극, 그곳에 사람들이 있다... file 2012.02.22 11369
춘천 산사태 취재후기 - 여기서 먹고살아야지 어디를 가나? file 2011.11.18 1132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8 Next
/ 18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