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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적은 “회장님”

 

 

(사진2) 내부의 적은 “회장님”.jpg

▲ 직원들이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KCTV제주방송 회장(표시) <사진/부수홍>

 

 

 

  “우리 회사에 찬송 소리와 기도 소리가 나면 하나님께서 기뻐해 주시리라”

 

  “지금 당신의 이익 10배 이상 줄게 할 수도 있습니다. 노동법에 저촉되지 않습니다.”

 

 “내부의 적 한 사람이 외부의 적 1,000명보다 무섭습니다. 우리 사우 여러분이 찾아주세요”

 

  KCTV제주방송 회장이 전 직원을 모아놓고 전한 말이다. 사내에서 직원들에게 예배를 강요하고, 부서별로 한 번씩 찬송을 부르게 하는 등 비상식적인 일이 비일비재했다. 도민들에게 판매하는 디지털TV, 인터넷, 알뜰폰을 직원들에게 강매하는 등 회장은 노동법에 저촉되는 일을 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기쁨조, 노예 같았다는 직원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연차를 쓰려면 행선지와 누구를 만나는 것까지 세세하게 기록하고 가야 했고, 아파서 휴가를 쓰려면 회사에 들러 의사가 아닌 부서장에게 검진을 받아야 했다고 한다. 남은 연차에 대한 보상도 없었다. 이러한 부조리에 왜 다들 가만히 참아야만 했을까?

 

  직원 300명 가까이 되는 회사에 ‘노조’가 없다. 직원들은 과거에도 노조 설립을 추진했었지만 노조를 만들면 회사를 처분하겠다는 회장의 협박으로 무산된 적이 있었다고 말한다. 회장의 이러한 횡포에 직원들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회장을 제외한 경영진은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아들은 사장, 딸은 자회사의 대표로 등록되어 있었다. 회장의 배우자를 비롯한 사주 일가 주식이 93%. 어떠 한 견제장치도 없는, 한 마디로 ‘회장님의 왕국’이다.

 

  취재 과정을 통해 자회사 대표로 등록 되어 있는 딸이 출근하는 모습을 아무도 본 적이 없다는 증언을 입수했다. 사내 비상연락망에도 회장의 딸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직원들은 연차도 못 가게 하고, 남은 연차수당도 지급하지 않으면서 출근도 하지 않는 딸에게는 수 백만 원의 월급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KBS제주의 탐사K 보도 이후 사측은 사내 예배와 찬송을 없애고 직원들의 연차 휴가를 보장하겠다며 개선을 약속했다. 상품 영업과 광고료를 받는 방송사로서 매출 하락과 이미지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 아닌, 고객보다 직원을 먼저 생각한 결정이었기를 바랄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비상식적인 갑질 횡포가 KCTV제주방송뿐만 아니라 수많은 언론사 오너 일가에서 비일비재 하다는 것이다. 사주가 보도에 개입하면서 중립보도, 공정보도가 무너지고 언론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오죽하면 방송보다 유튜브 라이브 영상을 찾아보겠는가?

 

 탄환이론 시대는 지났다. 수많은 언론 매체와 SNS, 유튜브 등 다양한 미디어가 생겨나는 1인 미디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신뢰도가 중요하다. 한순간의 시청률과 조회수보다 장기적으로 공정성과 중립성을 얼마나 잘 지키는가에 따라 신뢰도가 결정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동료, 회사에 대한 신뢰일 것이다.

 

 

 

부수홍 / KBS제주 (사진) 부수홍 증명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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