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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간의 기록 ? 통합진보당 이석기의원 사태
사과부터 해야겠다. 의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란음모 혐의로 통합진보당 이석기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작된 이후, 8일 동안 국회 의원회관 복도를 지켰다. 복도는 국정원, 통진당, 취재진이 어울려 어지러운 보도의 협주곡을 연주하는 콘서트 홀이었다. 어느 새벽, 밤샘 야근에 지쳐 의자에 눕다시피 하다 인기척에 눈을 떴다. 퀭하니 초점은 잃었지만, 눈 앞에 어른거리는 사람은 알아볼 수 있었다. 이석기 의원이다. 그가 말쑥한 차림새와 당당한 걸음으로 의원실에 들어가며 문 앞 의자에 앉아 널브러진 나를 굽어보며 지나갔다. 부리나케 일어나 촬영의 시늉을 내보지만, 상황은 낯뜨거웠다. 카메라 전원만 겨우 켰다. 그렇게 이석기의원 사태는 그 날 그의 걸음처럼 느닷없이 국회를 강타했다. 예고 따위는 드라마의 몫이다.
국정원과 검찰은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와 관련해 지난 8월 28일 아침 일찍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오전 6시 30분부터 통합진보당 주요 인사들과 이의원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작된 것이다. 뉴스영상의 민낯이 가공 없이 보도되었다. ‘내란’ ‘전쟁’ ‘총’ ‘비비탄’ 등 선정적인 단어가 둥둥 떠다녔다. 언론의 헤드라인은 언제나 이의원이 열었다. 시간이 갈수록 주장과 의혹은 늘어 갔다. 압수수색 ? 구속영장 청구- 녹취록 공개- 체포동의안 ? 구인영장으로 디뎌지던 징검다리와도 같았던 사건 속에 쉼표는 없었다. 정국은 시계제로의 혼란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국회는 정치적 석기시대로 무릇, 거친 몸의 언어가 횡행하는 곳으로 변해갔다.  

이석기 의원이 머무는 국회. 국회카메라기자실은 밤낮이 없었다. 통합진보당은 국회3진의 출입처이건만, 5명으로 24시간 의원실 취재와 국외 안팎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커버하기란 녹록치 않았다. 예고 없는 집무실 앞 브리핑, 정론관 기자회견, 통진당원 결의대회, 이정희 대표 단식… 무엇보다 이의원 움직이는 발길을 추적하기란 여간 험난한 게 아니었다. 보도전문채널과 종합편성채널들이 tvU를 동원한 실시간 중계 앞에서 여유는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 되어왔다. 이의원의 얼굴이 강한 메시지가 되었고, 그의 행적에 국민의 시선이 쏠려있었다. 카메라는 보도에 냉혹한 감시의 기능이 추가되었다. 이의원이 국회에 온 이후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중계되었고, 녹화되었다. 사각지대는 없고, 쉬는 시간도 없다.
8일간의 국회는 더디고 복잡했지만, 서서히 들끓어 오르는 용광로 같았다. 국정원과 검찰의 공식 설명도 없는 출처미상의 불분명한 언론보도는 무성했다. 하필이면 개혁이 요구되는 시점에 사건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국정원의 국면전환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과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내란음모라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것일까라는 상식적 의문이 들기도 했다.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9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여야 의원들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86.6%의 찬성으로 체포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더 이상 이석기의원의 손을 잡지 않았다. 국정원과 통합진보당과의 난장판 같은 거친 몸싸움을 끝으로 그는 저녁 무렵 국회를 떠났다. 이석기 의원은 자신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와 관련 철저히 사상검증, 마녀사냥이라고 말했다. “당신의 말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렇게 말할 권리만큼은 죽을 때까지 지키겠다’는 볼테르의 오래된 경구를 인용했다. 사상의 자유를 주장한 것이다.
자욱한 먼지가 가라앉으면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사실과 증거에 충실한 판단, 절차적 정의에 따를 수사와 재판이 필요한 시점에 치밀어 오르는 궁금을 억누르지 못했다. 친분이 있던 통합진보당 관계자에게 직구로 물었다.
“사실이야?”  “왜 그래, 믿어줘”


임우식 / SBS 영상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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