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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현 기자(문화방송 영상취재부) : daytrix@dreamwiz.com

살아계시다면 92세이실 어머니 김태숙씨를 찾는 김상일씨(71세)는 이번에 상봉한 이산가족들이 밉다신다. 당신이 못하신 효도를 그들이 할 수 있어 너무나도 샘이 나신단다. 이제는 돌아가셨을지도 모른다는 주위 사람들의 안타까움에 버럭 역정을 내신다. "이제 구십밖에 안됐는데 무슨..."

홀로 걸어내려온 38선을 뒤로 한지 55년. 밀을 절구에 찧어 손바닥 반 만한 밀떡을 해주시며 "오늘이 니 생일이야" 하시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남한에서 배불리 먹으며 지낸 세월이 너무나 송구스럽다. 당신은 오늘 당장 일거리가 없으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열남매중 혼자 피난

여느 이산가족은 남한과 북한에 조금씩 나뉘어져 있을 법도 한데 그는 혼자다. 그래서 라면 박스에 화선지를 붙여 정성들여 쓴 울긋불긋한 가족의 이름도 다른 사람보다 많다. 그는 아버지 김원식씨(96세)와 어머니 이태숙씨(92세) 사이의 열 남매 중 유일한 남한 식구이다.

더 이상 혼자이기 싫은 김 할아버지의 가족 찾기는 절규에 가깝다. 모든 사람에게 알려 죽기 전에 부모님을 뵙는게 지상 소원이시다. 매스컴에 나간 뒤로 자못 할아버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나 정작 당신의 소식을 북녘에 전해야 할 북측 기자들은 적십자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고개를 돌려버린다.

이제는 남은 시간이 없다

일흔을 넘긴 나이를 더 이상 믿고 있을 수 만은 없다. 85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상봉자 명단에 올렸지만 번번이 허사. 백만 이산가족이 1년에 100명씩 본다면 10,000년이 걸린다는 현실 앞에서도 할아버지는 좌절하실 수 없다. 그래서 영어도 배우고 인터넷도 배우셨단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의 기자와도 만나보고 알림판에 이메일 주소도 적어본다. 조금이라도 상봉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으신다. 무엇이 할아버지를 그토록 불안하게 만드는 것일까.

아흔을 넘기신 부모님이 살아계실 거라고 굳게 믿어 보지만 더 이상 자신이 없으신 거다. 이제는 당신의 일생도 장담 못하는 상황에서 자꾸만 희미해져 가는 어릴 적 어머니 모습 앞에 조금이라도 젊은 김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으신 거다.

50년 세월 너머로의 절규

너무나 오래 혼자 버텨온 55년. 떼를 써도 받아줄 이 없는 메마른 부대낌 속에서 반세기를 거슬러 엄마를 떠올리는 김상일씨의 통곡은 생일날 밀떡 하나 입에 넣어 주시던 엄마를 찾아 메아리 친다.
"엄마 저도 효도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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