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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준영의 영상취재 뒷애기-

<1편 1996년 연예인 가짜약 판매 취재기>

1) 설마 그렇게 유명한 연예인이 그깟 가짜약을 팔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어디서 나에게 그런 용기가 나왔을까?'
정확한 날짜는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그때가 아마도 1996년 6월 인것 같다. 수습딱지를 뗀지 얼마되지 않은 나에게 오전 중에 취재나가지 않고 회사에서 책상에 앉아 여유롭게 신문과 씨름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고문 중에도 최고의 고문이었다.
언제나 아침 7시 30분이면 회사에 나와 커피의 따뜻한 향을 제대로 들어마시기도 전에 카메라를 들고 황급히 데스크가 지시하는 현장을 향해 달려나가야 하던 그 어린(?) 시절.
'전날 늦게까지 고생했으니 오전에는 쉬라'는 데스크 차장의 말은 아직은 카메라기자라는 직업과 보도국이라는 조직생활에 대한 경험이 적고 수습기간 내내 항상 긴장해 왔던 어린 카메라기자들에게는 차라리 밖에 나가 날씨라도 찍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은 불안 섞인 긴장감을 갖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오전에 아무 취재도 하지 않고 지내도 되나?'하는 의문이 머리속을 멈돌며 불안에서 기대로 바뀌어 가고 있을 때 구세주인지 방해꾼인지 나처럼 어리숙한 펜기자 동기 한 명이 취재의뢰서를 갖고 우리 부서로 다가 왔다.
데스크에게 다가가 설명하는 그의 목소리를 조심스레 들어보니 면목동의 어느 공터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약을 파는 약장수가 찾아와 한달 가까이 대형천막을 쳐놓고는 경로공연을 한다며 약을 팔고 있는데 이 약장사의 공연에는 정말 이름만 대면 놀랄만큼 유명한 연예인 송모씨, 최모씨, 김모씨 등이 나와 공연도 하면서 노인들에게 엉터리약을 판촉하고 판매하여 많은 노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제보내용이 동기의 입을 통해 줄줄히 읽혀 내려가고 있었다.

데스크차장이 불러 동기 펜기자와 함께 나가 점심도 맛있게 먹고 제보도 사실인가 한 번 살펴보라는 취재지시를 받고 취재장비를 챙겨 현장으로 갔다. 동기펜기자나 나나 세상에 그렇게 유명한 연예인들이 뭐가 아쉬워 그런 3류 약장사나 도와 주겠냐며 오늘 취재는 거의 꽝이라는 결론을 내려 놓고 점심을 뭘먹을까?를 이야기 하며 면목동으로 향했다.
여의도에서 한참이 걸리는 면목동의 생경한 길들을 헤집고 제보가 전하는 현장에 도착하니 재개발을 한다며 예전의 빽빽했을 집들을 말끔히 밀어 냈을 커다란 공터에 어릴적 보았던 서커스단의 천막을 연상케하는 커다란 천막이 쳐있고 주변의 온전한 전봇대와 담장에는 너나 할 것 없이 80년대 유행했던 스텐드빠 광고판을 연상시키는 촌스런 포스터들이 허연 풀칠을 온몸에 감은채 붙여져 있었다.
그런데, 그 포스터들에는 정말 제보에 쓰여져 있었던 유명한 원로연예인들의 활짝웃는 사진과 이름들이 정신 없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함께 나온 동료들과 우선 가까운 식당에가 남은 공연시작 시간까지 기다리며 점심을 먹기로 하고 식당 탁자에 앉으니 갑작스레 긴장감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싸아하게 밀려드는 느낌이 들었다.
'저게 사실이라면 아! 내가 들어가 몰래카메라를 해야하는데 노인만 입장하는 공연에 버젓히 젊은 내가 어떻게 들어 가지?, 그리고, 설령 들어 갔다 하더라도 어떻게 의심 받지 않고 맨 앞에서 그들에게 들키지 않고 몰래카메라를 찍는단 말이야? 노인 한 명을 섭외해 볼까? 아냐? 그러면 기사 형님을 들여 보내 볼까? 에라 모르겠다. 그냥 ENG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들어가 볼까?.....'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는데 펜기자동기도 밥상을 대하고는 멍한 것 보니 나와 같은 심정인 것 같았다.
수습을 막 떼고 난 우리들에게 어찌 보면 기획뉴스로는 처음으로 현장고발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긴 한데 너무나 우리의 경험과 능력으로는 부족한 커다란 취재가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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