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인으로서 힌츠페터 정신 인정받아 감사
여권법 개정 통해, 전쟁터, 재난국가에서 한국 언론인 취재 권한 보장되길”
 
윤재완 기고문 사진.jpg
▲ 라이펜슈톨 주한독일대사로부터 특집부문 상을 받는 윤재완 독립PD.

 2021년에 콜롬비아의 다리엔 갭을 통해 파나마, 멕시코, 미국으로 피난을 가던 아이티 난민들을 취재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왔을 때 저보다 먼저 브루노 페데리코(Bruno Federico) 기자가 그곳에 있었고 그의 다큐멘터리가 2021 힌츠페터국제보도상 특집상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그 순간 '내가 먼저 갔어야 했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항상 위험한 지역을 방문하고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납니다. 제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가장 큰 피해자와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며, 저는 그들의 목소리를 포함하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그들과 먹고 자고 그들이 저를 낯선 사람이 아닌 친구로 대하기를 기다렸다가 카메라를 들고 그들의 솔직하고 진정한 모습을 포착하려고 노력합니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Kharkiv)에서의 저의 시간은 실제 전쟁일 뿐만 아니라 사랑과 보살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너무 감사해서 하르키우에서 죽으면 행복한 언론인으로 기억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한국 감독의 다큐멘터리가 힌츠페터의 저널리즘 정신을 계승한 작품으로 인정받아 너무 감사합니다.

 현재, 한국은 전 세계에 K-POP의 나라이자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라고 알려졌지만, 한국 정부는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소말리아, 예멘, 아프카니스탄, 필리핀(민다나오), 우크라이나를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하고, 여권법에 따라 한국인 저널리스트도 취재를 금하고 있습니다. 힌츠페터라는 훌륭한 기자가 있어 광주 민주화 운동을 통해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염원하는 나라라는 것을 세계에 알리며 현실이 되었습니다. 

 저의 이번 수상이 세계화 속에서 한국의 저널리스트들에게는 국내의 여권법 때문에, 취재에 제한이 많다는 점을 전 세계 언론인들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어 한국 언론인들도 여러분과 동등한 취재 권한을 받고 전쟁터나 재난 국가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한국 영상기자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촬영을 시작할 때부터 좋은 전쟁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2019년과 2022년 1월에 각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갈등을 다룬 짧은 에피소드 두 편을 제작한 저는 실제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우크라이나로 달려갔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역사가 남과 북의 현실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이 간절히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듣고 싶었습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의 생사를 눈앞에서 담을 수 있었고, 무사히 한국에 돌아와 ‘전쟁 다큐멘터리’를 방송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합니다. 제 취재를 도와준 사람들은 우크라이나 현지인과 전 세계의 언론인들이었습니다. 여러 나라의 기자들과 전장 상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촬영 계획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현지 언론인과 여러 나라의 경험 많은 언론인을 통해 분쟁 지역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유일한 한국인 기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보다 부끄러웠습니다. 이제 한국 언론인들이 함께 우리 언론인의 권리, 즉 표현과 정보의 자유를 요구할 때입니다.

2022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특집상 수상자 / 윤재완 (대한민국, 독립PD)




List of Articles
제목 날짜 조회 수
내가 있어야할 자리를 깨닫게 한 나의 첫 올림픽취재 file 2022.03.08 350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한국 vs 투르크메니스탄 (1) file 2019.11.07 347
재난현장의 슈퍼맨 file 2020.11.18 343
제2의 고향 속초, 이재민들의 여름 나기 file 2019.09.09 343
‘큰불’로 시작된 취재 file 2020.11.18 327
인도네시아 지진, 쓰나미 취재기 file 2018.12.19 326
비극은 어디서 부터 시작됐을까? 철인 3종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file 2020.09.11 320
“한국 언론인으로서 힌츠페터 정신 인정받아 감사 여권법 개정 통해, 전쟁터, 재난국가에서 한국 언론인 취재 권한 보장되길” file 2022.11.01 301
“속도보다는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다면적 보도해야… 한·일 저널리즘, 세계적 영향력 갖추길” file 2022.11.01 288
[2023년 4월 11일 강릉 경포동 산불 취재기] 강풍은 곧 대형 산불로…반복되는 재난 보도 대비 절실 file 2023.04.26 286
[현장에서] 카메라와 아이디어로 담아낸 현실의 부당함과 저항, 인간의 투쟁이 세상의 조명을 받도록 file 2022.07.01 266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 현장 취재기] 월드컵 역사상 다신 없을 카타르 월드컵 file 2022.12.28 257
외신에 의존하지 않는 한국 시각의 전쟁 취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file 2023.12.21 252
[현장에서] “독재와 권력에 맞설 우리의 무기는 손에 든 카메라와 마이크입니다.” file 2022.07.01 234
[현장에서] ‘세계적 보편성’ 인정받은 ‘세계의 지역성’ …‘ATF2022’와 다큐멘터리 ‘화엄(華嚴)’ file 2023.03.03 229
“첫 취재를 함께 했던 언론인 동료이자 친구인 故쉬린 아부 아클레 기자의 죽음 영상으로 담아낸 고통 …팔레스타인의 진실 계속 취재할 것” file 2022.11.01 206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발표 취재기 file 2023.12.21 204
“후쿠시마 오염수, 서로 다른 체감온도” file 2023.08.31 199
[카타르 월드컵 거리응원 현장 취재기] 뉴스의 중심에 선 ‘사람들’을 위해 그들과 등지고 서다. file 2022.12.28 191
"기후위기 시대의 영상기자’로의 진화가 필요한 시점" file 2023.08.31 182
언론인에 대한 정교하고 다양해진 공격, 직업적 연대로 극복해야 file 2022.11.01 174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Next
/ 18
CLOSE